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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제주도 대표계곡 5선, 더위를 씻는 자연의 물줄기






"덥다 더워" 여름철 불청객중 하나가 바로 더위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매일같이 땀을 흘리고 있으니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밤에는 또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아침에 눈을 떠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일주일 내내 비소식 조차 들리지 않는다. 가족들과 가까운 바닷가에 나가 몸을 식혀보지만 온몸 구석구석 모래가 가득하니 빨래하기도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더위사냥법이 바로 계곡이다. 제주도는 지형적인 특수성 때문에 평소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주도에도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계곡들이 몇 있다. 이에 더운 여름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기억해둘만한 좋은 코스로 대표적인 계곡 5곳을 소개해본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고까지 표현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계곡이 바로 돈내코 계곡이다. 돈내코는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계곡으로 깊은 골짜기와 폭포, 울창한 난대 상록수림이 어우러진 곳이다. 계곡 중앙에는 5m 높이의 원앙폭보가 있는데 매년 음력 7월 15일 백중날 물맞이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한 곳이다. 물맞이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면서 통증을 낫게 하는 민간요법 중 하나로 여인들의 잊지 못할 코스로 꼽을만하다.





특히 돈내코 맞은편에는 야영장이 있어서 여름철 제주도를 대표하는 피서지로 삼을만 하다. 또 원앙폭포 입구의 나무목재길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친환경공법으로 설치된 곳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시원하고 또 깨끗한 한라산의 물줄기가 이곳의 최대 매력인 만큼 가볍게 준비한 도시락과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여름철 남부럽지 않은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강정천은 서귀포시 강정동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사계절 내내 맑은 물이 흐른다. 이곳은 서귀포시 식수의 70%를 생산 공급할 만큼 깨끗함을 자랑한다. 총 16km의 하천 길을 따라 양쪽으로는 기암절벽과 노송이 우거져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듯한 절경이 펼쳐져있다. 특히 강정천에는 1급수 어종인 은어가 서식하는데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무리지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깝게도 아름다운 강정천의 절경 옆으로 해군기지가 건설돼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지만 강정교 밑으로 흐르는 물은 여전히 맑고 시원하다. 여름 계절에는 강정교 밑에 대형 그늘막을 설치, 계절음식으로 백숙을 선보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피서지도 손꼽는다. 강정교 옆에는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어 주차 후 다리 밑으로 40~50m만 걸어가면 시원한 강정천물을 만날 수 있겠다.




계곡 상록수림의 높은 가치로 지난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답기도 유명한 계곡이 바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안덕계곡이다. 과거 감산천계곡, 창고천계곡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추사 김정희가 찾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김정희는 이곳의 풍광에 반해 종종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산책로부터 잘 정비돼 있다.





입구에서 300여m만 걸어가다 보면 울창한 숲이 마치 지붕처럼 햇빛을 가리고 있어 계곡안은 시원하면서 신비로운 장관을 만들어낸다.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물살이 빠르지 않고 깊지 않아 가볍게 휴식을 취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안덕계곡 일대에는 300여 종에 달하는 상록수림과 양치식물들이 가득하며 특히 희귀식물인 담팔수와 상사화 등이 자생해 학술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생태하천인 월대천은 과거 숨겨진 명소로 이름을 알려왔다. 숲속이 아닌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은 곳인 만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수령이 무려 500여년이 된 팽나무와 250년은 된 소나무 등이 하천을 따라 자리하고 있고 밀물때는 해수가 들어오면서 은어, 숭어, 뱀장어 등이 서식하기도 한다.





하천이 넓고 물이 풍부해서 튜브, 보트를 타는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어두운 밤 달빛이 비추는 풍경은 시인이나 가객들이 이곳을 찾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매년 잔잔한 물위에 등을 띄우는 유등축제는 이곳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제주시 오라2동에 위치한 방선문은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 상류에 위치한 계곡이다. 과거 구멍이 뚫려서 들린 바위라는 뜻의 제주어인 '들렁궤'라고 불렸는데 한자음을 차용해 등용구라고 표기되다 근래에 신선이 방문하는 곳의 뜻을 담아 방선문이라고 불린다. 암반과 기암괴석들이 골짜기를 이룬 곳으로 신선이 내려와 머물렀다는 전설로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오래 전부터 수많은 선비와 시인 묵객들이 찾았다. 다만 건천인 이곳은 비가 오거나 겨울철 쌓인눈이 녹아야 비로소 물길이 열린다. 숲속 나무가 주는 그늘은 물이 없어도 시원함을 안기기에 충분하며, 힐링을 위한 코스로 꼽기에 손색이없다. 특히 바위에 감흥을 새겨 넣은 바위서각인 마애명이 50여개인데다 글씨도 비교적 선명해 역사적인 가치 또한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에 2013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2호로 지정됐다.




다른 지역의 계곡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주도의 계곡은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소나기를 포함해 비가 오면 하천범람 위험이 높기 때문에 즉시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지역의 강수량이 적더라도 한라산 중심에서 많은 비가 올수 있기 때문에 하천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매우 거셀 수가 있다.





또 돌이 매끄러워 종종 미끄러 넘어지면서 크고작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계곡 한 가운데는 물의 깊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섣불리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주의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글 / 김지환 프리랜서 기자(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