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일찍 다녀왔다. 7월 2일부터 4일까지 양평 중미산자연휴양림에서 보냈다. 그리곤 집에서 쉬며 지인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해 일정이 어그러졌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내가 그랬다. 사고를 당한 다음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야 한다. 나의 치료기를 소개한다.
뜻하지 않게 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7월 6일(수) 오후 집 앞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전거에 부딪쳤다. 피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충돌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사고를 냈다. 나는 바로 영등포병원으로 와 검사를 받고 입원했다. 목 부위가 심하게 아프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단다.
오른 쪽 팔과 다리에 찰과상도 입었다. 간단히 드레싱 치료를 받았다. 토요일까진 입원해야 할 것 같다. 휴가 절반은 병원에서 보내는 셈. 하지만 어찌하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치료를 받고 퇴원할 수밖에. 그 중학생은 매우 착했다. 자진 신고를 했다며 경찰서에서도 연락이 왔다. 녀석도 얼마나 놀랐을까.
학생의 엄마도 조금 전 병원을 다녀갔다. 예의가 바른 분이었다. 아빠와도 통화를 했는데 점잖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당장 오늘 저녁 바보당 모임부터 줄줄이 불참을 알렸다. 이번 일요일은 근무. 토요일 오전 중 퇴원하려고 한다. 별 이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원에 있으면서 다시 한 번 스티브 잡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스마트폰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무료함을 달랬을까. 시시각각 뉴스를 볼 수 있고, SNS도 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TV를 봤을 터. 내가 최대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나의 절친. 지난 번 폐렴으로 입원했을 땐 정말 아파서 페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목 부위 통증만 있지 다른 데는 아프지 않다. 그래서 마음대로 페북에 소식을 전한다. 문명의 이기가 이처럼 편리할 때도 있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그럼에도 많은 페친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직접 병윈으로 찾아온 분들도 있다. 바보당 친구 4명은 어젯밤 다녀갔다. 오늘 오전엔 페친이기도 한 이정복 박사가 찾아왔다. 이 박사는 나와 고향이 같다. 우리는 충남 보령 출신. 이 박사는 법 없이도 살 친구. 나보다 한 살 많다. 올초 늦깎이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사회복지와 행정 전공. 조금 이따가 윤상원씨도 온단다. 그 친구는 내가 법조 출입을 할 때 처음 만났다. 한양대 법학과 출신. 그의 고향도 충남 논산이다. 페북을 보고 연락이 왔다. 페친들과 이처럼 소통을 하니 고마울 뿐이다.
병원에서 이틀째 밤을 보냈다. 6시간 이상 푹 잤다. 몸도 한결 가볍다. 내일 퇴원하는데 차질은 없을 것 같다. 목 부위를 다치지 않았어도 입원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한 부위라 2~3일 경과를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목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역시 가족의 중요성을 느꼈다. 아내와 아들이 가장 큰 걱정을 했다. 정말 이 정도인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부딪쳤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자전거에 부딪치는 순간도 잘 기억이 안나니 말이다. 그래서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 아울러 순간순간 고마워해야 한다. 내가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말 역시 돈이 들지 않는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면 착해진다.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리 없다. 오늘도 고맙고 감사하다.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한다.
내일 퇴원한다.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휴가 중에 사고를 당해 입원이라니. 그러나 이 마저도 고맙게 생각한다.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다. 목 부위 통증은 가라앉았으나 목소리가 잠겼다. 성대가 부었던지 놀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며칠 지나면 나을 것으로 본다. 올들어 두 번 병원 신세를 졌다. 입원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 병도 마음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치유도 된다. 결론은 하나. 어찌됐든 아프지 말자.
다시 오늘이다. 오늘을 기다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너 시간 정도 잔 것 같은데도 상쾌하다. 퇴원해서 그럴 터. 밖이 아무리 좋다한들 집만 하겠는가. 그동안 쾌유를 빌어주신 페친들께도 감사드린다. 휴가 중 사고를 당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근무하다 이같은 사고를 당했더라면 또 회사에 미안할 뻔 했다.
병원에서 사흘 밤 잤다. 다른 데 아픈 곳은 없다. 목소리만 제대로 돌아오면 된다. 목이 많이 잠겨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정도다. 며칠 지나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다치게 한 학생 부모님께 드리려고 책도 한 권 준비했다. 그 분들도 아들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내 놀랐을 것이다. 이것도 인연이다. 3박4일간의 입원을 마감한다.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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