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내에서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소리를 크게 키운 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 주변의 잡음을 완전히 차단하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청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청력을 유지해 아름다운 음악을 오랜 세월 감상하려면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고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는 게 좋다.
음의 세기를 측정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단위는 데시벨(dB)이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는 10dB, 조용한 거실에 앉아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의 강도는 40dB, 상대방과 1m 떨어진 거리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50~60dB 정도다. 이 정도의 소리는 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90dB 강도의 소리에 매일 8시간씩 노출되면 난청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대형 트럭에서 나는 소리를 15m 떨어진 거리에서 듣거나, 굴착기 작업 소음을 1m 거리에서 들을 때의 소리 강도가 90dB 정도다. 이 정도의 소음이 수시로 발생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면 난청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소리가 90dB보다 더 커지면 이 소리에 노출되는 시간이 하루 8시간이 되지 않더라도 난청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리 강도가 100dB일 때는 하루 2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되고, 소리 강도가 115dB에 이르면 하루 15분 이상만 노출돼도 청력이 손상된다.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올렸을 때 출력음 강도는 100dB을 넘고, 록이나 헤비메탈 장르의 콘서트 소리는 115dB을 웃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3시간가량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절반 이상에서 일시적인 난청이 나타났다. 이들은 24시간 안에 모두 청력을 회복했지만 일시적인 난청이 반복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반복적인 소음에 노출돼 생기는 난청을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소음성 난청이 시작될 때는 주파수 4kHz(킬로헤르츠) 이상의 높은 음부터 잘 들리지 않으므로 초기에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다. 그러다가 점차 대화음의 영역인 1~2kHz대의 주파수까지 잘 들리지 않게 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소음성 난청은 예방수칙만 잘 지키면 피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출력음이 최대가 되지 않도록 볼륨을 조절하고, 하루 2~3시간을 초과해 듣지 않는 게 좋다. 특히 고막에 가깝게 꽂을 수 있는 ‘인이어’ 형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볼륨 크기를 더 낮추고 음악 듣는 시간을 줄이는 등 주의해야 한다.
작업 소음이 85~90dB 이상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적합한 귀마개(청력보호구)를 사용해야 한다. 청력보호구는 일반적인 솜으로 귀를 틀어막는 것보다 소음을 40dB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85~90dB의 소음에는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작업 시간을 준수하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귀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해야 한다.
혹시 자신에게 소음성 난청이 시작된 게 아닌지 궁금할 때는 가까운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청력검사에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소음성 난청으로 진단 받으면 시끄러운 환경을 벗어나 안정을 취해야 하며, 난청이 심할 경우엔 보청기를 사용해야 한다.
(도움말: 질병관리본부)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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