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또는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워서 운동을 내일로 미룬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 밖으로 달려 나가게 만들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만 원의 의료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종전에도 운동의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연구는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의학 저널 ‘란셋’에 게재된 한 논문의 연구진은 전 세계 142개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평상시 운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심장질환이나 유방암, 대장암, 제2형 당뇨에 걸린 사람들이 지불하는 의료비 및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기회비용을 추산했다. 추산 결과 전 세계가 치르는 비용은 연간 680억달러(약 75조6800억원)에 이르고 있었다. 이 중 대부분은 정부와 기업이 부담하고 있었고 10%는 개인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었다. 의미 있는 연구였지만 사람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실감하도록 만들기에는 숫자가 여전히 추상적이었다.
그래서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침례교병원, 예일대, 존스홉킨스대, 에머리대, 베일러대의 연구진은 운동의 효과를 1인당 금액으로 환산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연구진은 ‘2012년 의료비 지출 패널 조사’ 자료를 분석해 운동을 하는지 여부가 의료비 지출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미 연방정부기관이 수행하는 이 패널 조사는 조사에 참여한 표본 집단이 한 해 동안 사용한 의료 관련 지출을 항목별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의료 관련 지출에는 보험료, 진료비, 약제비, 입원료, 의료기기 구입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표본 집단의 질병 유무, 소득 및 교육 수준, 흡연 유무, 운동 여부와 강도 등도 조사돼 있다.
연구진은 이 패널 조사의 표본 집단 중에서도 심혈관 질환으로 진단 받은 미국 성인 남녀 2만6239명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심혈관 질환은 평상시 운동을 했는지 여부가 질환의 발생과 병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들 심혈관 질환자를 ‘한 번에 30분씩, 매주 5회’ 운동하는 사람들과 이 기준보다 적게 운동하는 사람의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두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2012년 의료비를 얼마나 썼는지, 두 그룹의 의료비 규모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두 그룹의 의료비 지출 규모에는 차이가 있었으며 그 차이는 한두 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에 30분씩, 매주 5회’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적게 운동하는 사람들보다 연간 평균 2500달러(약 280만원)를 덜 쓰고 있었다. 약값만 따져 봐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연간 평균 400달러(약 45만원)를 덜 썼고, 병원에 입원하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는 횟수도 더 적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들이 가입한 의료 관련 보험의 보장 범위를 보정하고도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보장 항목이 많은 보험을 갖고 있더라도 보장 항목이 적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의료비를 더 많이 지출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의 초점이 심혈관 질환자에게만 맞춰진 것을 고려할 때 운동을 통해 절약되는 실제 의료비가 연간 2500달러보다 많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를 이끈 침례교병원의 심장 전문의 쿠람 나시르 박사는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게 주머니 사정에 이롭다”며 “그동안 운동하기를 꺼리던 사람들도 ‘운동하지 않는 게 곧 의료비 지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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