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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10여일 만에 5개도 AI 확산, 손 씻기 필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27일 오후까지 농가에서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이 나온 지역은 전남 해남과 무안, 충북 음성과 청주, 진천, 충남 아산, 경기 양주와 포천, 전북 김제 등 5개도, 9개 시ㆍ군으로 확산됐다. 세종시 대규모 양계장을 포함해 AI 의심 신고 접수로 고병원성 여부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인 지역도 7곳이나 된다. 이들 지역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면 확산 지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고병원성 AI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26일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가금류 관련 사람과 차량, 물품에 대해 일시적으로 이동을 중지하는 명령을 발령했다.





막연하게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AI가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인 만큼 국민들이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AI는 닭이나 오리, 칠면조, 철새 등 다양한 조류에게 생기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 병원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고(高)병원성과 저(低)병원성으로 구분된다. 또 표면에 있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AI 바이러스는 H5N1, H5N8, H5N6 등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간혹 조류에서 발생한 AI가 사람에게 전염돼 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AI 인체감염증이라고 불린다.





조류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주로 손과의 접촉이다. 감염된 조류의 사체나 분변, 분변에 오염된 물건 등을 손으로 만진 뒤 그 손으로 다시 눈, 코, 입 등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인체 내로 전파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변이나 분비물을 작은 먼지 형태로 흡입해도 인체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에서 H5N1형과 H5N8형 고병원성 AI가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 가금류에서 감염을 일으킨 H5N6 바이러스는 최근까지 이웃 나라에서 인체 감염이 발생한 데다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H5N6 바이러스는 2014년부터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H5N6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은 2014년 4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총 16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중국에서였다. 광둥성에서 6명, 허난성 4명, 유난성 2명, 허베이성과 장시성, 쓰촨성, 안후이성에서 각각 1명씩 H5N6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총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H5N6 바이러스의 AI가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아직 외국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은 야생 조류나 AI 발생 농가와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인체 감염성은 낮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AI 발생 농가에서 일하거나 AI에 걸린 가금류를 직접 다뤄야 하는 사람들은 예방 목적의 항바이러스제를 맞고 개인 보호용구를 착용하는 등 인체 감염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인체 감염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축산 농가나 철새 도래지의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다. 꼭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역 관계자들의 소독 조치 등에 적극 협조하고, 방문 전 예방접종 필요 여부를 의사와 상의해보길 권한다. 간혹 해마다 가을철에 접종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AI 예방이 가능할 거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계절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AI 인체 감염을 예방할 수 없다. 해마다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AI는 바이러스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을 자주 씻되 30초 이상 세심하게 문질러 씻는 습관 같은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평소 몸에 배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는 행동은 금물이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글이나 양치로 입 안에 있는 먼지를 제거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도 있다.


만약 국내외 AI 유행 지역에서 가금류와 접촉했는데, 그 이후 열이나 기침이 나거나 목이 아프다면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즉시 관할 지역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전화 1339)로 연락해야 한다. AI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되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외에도 근육통이나 두통, 설사 같은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엔 마스크를 쓰고, 기침이나 재채기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린 채 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AI에 감염된 사람이 생길 경우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게 된다.





국내에서 AI가 발견되면 일각에서 닭고기나 오리고기, 달걀 섭취를 꺼리는 현상이 여전히 없지 않다. 하지만 닭이나 오리를 도축할 땐 사전에 검사를 해 건강한 개체만 선별해 유통하기 때문에 일부러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피할 필요는 없다. 또 75도 이상의 열을 가해 5분 이상 익히면 AI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에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