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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영화 ‘루시드 드림’ 속 자각몽






영화 ‘루시드 드림’은 한국영화 최초로 자각몽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루시드 드림(lucid dreaming)이란 수면 중에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자각몽이라고 부른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각몽을 통해 납치된 아들을 되찾는 내용을 그린다.



<이미지 출처: NAVER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대호(고수)는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다. 그래서 사방에 적이 많다. 어느 날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아들을 유괴 당한다. 대호는 계획적인 범행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도 단서조차 찾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루시드 드림을 통해 범인을 잡았다는 인터넷 글을 접한다. 대호는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소현(강혜정)에게 루시드 드림을 부탁한다.


꿈속에서 유괴 당시 모습을 들여다본 대호는 오른팔에 문신을 한 남자, 사진을 찍던 수상한 남자, 그리고 꿈을 꿀 때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에 주목한다. 꿈속에서 얻은 단서로 아들의 유괴 사건을 맡은 베테랑 형사 방섭(설경구)과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손에 잡힐 듯 빠져나가는 범인으로 인해 아들 찾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미지 출처: NAVER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자각몽을 소재로 한 영화는 2010년 개봉한 ‘인셉션’이 대표적이다. 인셉션은 자각몽의 수준을 넘어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거나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는 방식으로 차원의 경계를 허물었다.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도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거나 여러 명이 함께 꿈을 꾸는 집단몽이 펼쳐진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꿈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는 새로운 접근이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부성애도 진하게 펼쳐진다. 영화 ‘루시드 드림’을 통해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각몽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보통 수면 중 꿈을 꿀 때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관찰하거나 경험할 뿐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없다. 게다가 잠에서 깨면 꿈속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린다.


자각몽은 정반대다. 꿈을 꾸는 중에 갑자기 이것이 현실이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대로 물건을 이동시키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잠에서 깬 후에도 꿈의 내용을 모두 기억한다. 만약 이 세 가지를 모두 겪었다면 자각몽을 경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거짓 각성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거짓 각성은 자각몽처럼 생생한 꿈을 꾸지만 그것을 꿈이 아닌 현실로 착각한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자각몽 열풍이 일었다. 자각몽 경험담이나 방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유행하는가 하면, 자각몽을 돕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도 다수 이용되고 있다.




루시드 드림이란 용어는 네덜란드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프레데릭 반 에덴이 1913년 펴낸 ‘꿈의 연구’라는 책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0년 미국의 심리학자 키스 히언과 앨런 워슬리의 실험으로 다시금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의 생리학자인 스티븐 라버지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그는 자각몽과 관련해 여러 권의 책을 펴냈으며, 1987년에는 루시드 드림 연구소(Lucidity Institute)를 설립해 현재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각몽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꿈속에서 자기 의지대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라버지는 이런 특징 때문에 자각몽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억눌린 자아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신과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자각몽을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각몽은 꿈을 꾸는 도중에 이것이 꿈임을 자각하는 ‘딜드’(DILD, dream-initiated lucid dream)와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기 의지로 자각몽을 꾸는 ‘와일드’(WILD, wake-initiated lucid dream)로 나뉜다.


이와 함께 RC(Reality Check)라는 개념도 있다. 간단한 행동으로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방법을 말한다. 딜드에선 꿈을 꾸는 도중 자각몽으로 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와일드에선 영화 ‘인셉션’의 팽이처럼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의 경우 꿈속인 줄 알고 현실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RC 습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자각몽의 가장 큰 장점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마치 현실에서처럼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거나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예술적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각몽은 몸은 잠들어 있지만 뇌는 깨어있는 상태다. 지나치게 반복하면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또한 자각몽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오히려 정서불안에 빠질 위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