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면 나는 고향으로 피서를 간다.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 고향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산골마을이다.

 

현대문명의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자연의 원초적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소음과 매연,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쳐 있는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 고향에서 보내는 휴가는 언제나 설레고, 단걸음으로 달려가게 된다.


고향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땅을 일구고 계신다. 도회지로 나간자식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신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마을 어귀에 나와서 학수고대하며 기대한다. 만나게 되면 이산가족을 상봉한 것 같이 부둥켜안고 감격하신다.


 

“잘 왔다. 많이 보고 싶었다.”


 

“직장생활은 힘들지 않느냐?”시며 따뜻하게 반겨 주시면 진한 부모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며 불효의 마음을 전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효자식의 죄스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어머니는 힘들게 농사지으신 것 중 제일 좋은 것을 쪄서 한 소쿠리 가득 담아 내 오신다. 옆에서 자식이 먹기 좋게 감자 껍질을 벗겨 주시는 어머니의 손은 힘든 농사일에 찢어지고 갈라져 상처투성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 손이 많이 거칠어지셨네요. 아프시지요.”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 아무렇지도 않다.”자식이 마음 아파할까 봐서 얼른 등 뒤로 손을 감추신다.

 

깊고도 넓은 모성애다.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몰래몰래 눈물 훔치시던 지난날의 그 깊은 뜻을 어모른다 하리오. 어머니의 모성애는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도 같을 것이다.

 

부모님은 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를 원하지만 자식이 어찌 여름휴가를 맞아 고향에 와서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내고 부모님의 오랜 체취와 수많은 땀방울이 스며있는 삶의 터전 논밭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선걸음에 논밭을 둘러보니 부모님이 많은 노력을 들여 가꾼 작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논에는 모내기 한 벼들이 제법 성장해서 푸르름을 더하며 풍년 가을을 약속하고 있다. 논두렁에 심어놓은 콩들도 잘 자라잎이 무성하고 논의 벼들과 잘 조화되어 초록의 들판이 더 싱그럽고 넉넉하다.

 

구석구석 잡초를 뽑고 퇴비를 주고 북을 돋우고 나면 한증막에 온 것 같이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집에 와서 우물가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시원한 등목을 하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리고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부모님이 직접 재배해서
수확한 쌀과 콩을 넣어 지은 밥을 된장찌개와 찐 호박잎으로 쌈을 싸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꿀맛이다.


 

소란스럽고 한증막 같은 도심을 떠나 휴가기간 며칠이나마 고향을 찾아 부모님이 하시는 농사일도 거들고, 매미소리, 풀벌레소리, 흙 내음, 풀 내음에 흠뻑 젖어 있노라면 삼복더위는 딴 세상 일로 여겨지고 팍팍한 도시의 일상에서 쌓였던 심신의 피로도 눈 녹듯이 풀린다.

 

휴가를 마치고 도회지 집으로 올 때는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쌀이며 콩, 고추, 옥수수,감자, 오이, 가지, 상추 등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한없는 부모님의 자식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쯤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해수욕장에서의 휴가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고 고향에서 농사일을 도우고 자연과 호흡하면서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스스로 감탄한다.

 

고향 산골마을의 깊은 맛과 멋을 잊을 수 없기에 고향에서 보내는 휴가는 언제나 생산적이고 낭만적이고 더없이 시원해서 좋다.

 

또 고향에는 조상의 숨결을 느낄수 있고, 넉넉한 인심이 있어 포근하기만 하다. 고향의 자연과 함께 하며 무더위를 식히는 일은 어떤 곳에서 보내는 피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여름 피서의 진미가 아닐까 싶다.

 

                                                                                                                                 송재하 / 대구시 수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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