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확률은 61:1입니다.”
“의사 선생님, 확률이 높은 건가요?”
“네. 확실한 건 양수검사를 받으셔야 알 수 있습니다.”
아내는 임신 4개월로,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갔던 병원에서 의사가 우리 부부에게 한 말이다. 뱃속의 아기는 다운 증후군,
속칭‘몽고’라고 하는 병에 걸릴 확률이 61대 1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정상 수치가 어느 정도냐고 묻자 1200대 1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대학교를 다닐 때 봉사활동으로 다녀왔던 보육원의 다운 증후군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순간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멍해지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양수 검사 날짜를 받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우리 부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백미러에
보이는 아내는 울지도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생기다니…’
집에 도착해서 아이를 위해 아내가 짜고 있던 배냇저고리를 보자 뭔가가 울컥 올라왔다. 아내를 돌아보니 내가 들고 있는
배냇저고리를 말없이 응시하더니 이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며칠 뒤 수 만 가지 생각으로 우리 부부의 머릿속을 괴롭히고 있을 때 아내가 한마디 말을했다.
“그냥 키워요. 우리 아이인데…”
우리 부부의 사랑으로 잉태한 생명, 우리를 찾아온 축복,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 하지만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힌 건 현실
이었다. 장애아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는 말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양수 검사도 안 받겠다던 아내에게 검사를 받고 확진을 받아야 준비도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로 설득해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양수 검사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검사 실패 후 두 번째 검사도 실패하면 며칠 후 다시 받아야 하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이제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됐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간 우리 부부는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61대 1이라는 수치가 굉장히 높은 확률
이라는 것과 장애아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평생을 바쳐야 하는 일이라는 것 등이다.
“우리 아들놈한테 마누라 뺏기겠네.”
“나도 우리 애한테 당신 뺏길 거 같은데?”
아직 우리 아이를 못 보아서일까? 제법 농담도 하면서 우리 부부는 양수 검사 결과 날을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숨기려는 나와는 달리 아내가 배냇저고리를 마저 짜는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검사 결과 날 며칠 전, 밖에 나와 있는데
문자가 왔다.
“정상이래”
다른 일 다 제치고 후다닥 들어간 집에서 아내가 배냇저고리를 들고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 재엽이 입을 옷 다 완성됐어. 예쁘지?”
“그래 예쁘다. 너무 예쁘다…”
5개월 뒤, 우리 아기인 재엽이는 뭐가 급했는지 3주 일찍 태어났다. 그것도 제왕절개로. 배냇저고리 입은 모습이 너무 귀여운
우리 아들. 언제나 알게 될까? 배냇저고리에 담긴 엄마의 사랑을, 엄마 아빠의 눈물을.
백승훈/ 경기도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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