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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비타민이 수면을 짧게 한다? 먹을수록 좋다?


  대표적인 영양제인 비타민은 항산화작용을 통해 암을 예방하거나 각종 생활습관병 개선 등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 몇몇 의사들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비타민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 유지나 수명 연장에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비타민제들이 심장 및
  혈관 질환 등 여러 질병 예방에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는 수명을 더 짧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천연 비타
민제도 합성 비타민제와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펜하겐 쇼크

 

“건강에 좋은 줄만 알았던 비타민제가 오히려 수명을 짧게 한다니 충격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연구팀이 합성 비타민제 복용과 질병 예방 효과를 다룬 세계적인 논문 68건(조사 대상 인원 23만여 명)을 분석한 뒤 나온 결과를 보고 나타낸 반응이다.

 

이 결과는 연구의 규모가 매우 크고 광범위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며, 의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논문집인 <미의학협회지>에 실려 논란을 일으켰다. 연구 결과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비타민 에이(A), 비타민 이(E), 베타카로틴 등이든 합성 비타민제를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수치로는 이들
비타민제를 모두 먹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도가 5% 높아졌고, 비타민 A만 먹은 경우에는 16%, 베타카로틴은 7%, 비타민 E는 4%가 높아졌다. 높아진 사망 위험도 수치가 작기는 했지만, 비타민 성분이 이로움보다는 해가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한편 가장 흔히 먹는 비타민 C는 질병 예방 효과도 없었지만 심각한 부작용 등 해로움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망 위험도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았고, 흔히 알고 있듯이 감기 등을 예방한다는 의학적인 증거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이밖에도 최근에는 비타민 B12가 심근경색 등 심장 질환 예방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논문집에 발표된 바도 있다. 

 

 

전립샘암 등 암 발생 위험

비타민을 과용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남성 29만 5,344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보면,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류를 포함해 일주일에 7개 이상의 종합비타민제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샘암 발병 위험률이 30%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는 말이 비타민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암 발생이 억제된다고 해서 비타민제를 챙겨 먹었더니 오히려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미국의 암 분야나 심장 분야 의사들이 모인 미국암학회나 미국심장협회에서는 비타민 등을 포함한 항산화제를 해당 환자들 및 일반인에게 권하지 않는다.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타민 과다복용 부작용

 

비타민의 효과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연구하는 의료진들은 비타민 A, 비타민 E 등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기름에 녹는) 비타민제를 과다하게 먹으면 간 독성, 출혈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기존에도 알려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용성 비타민은 비타민 C 등
물에 녹는 종류와는 달리 우리 몸에 흡수된 뒤 적어도 3달가량 축적돼 있는 성향이 있어 많이 먹으면 몸에 쌓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히 지용성 비타민은 적은 양이라도 오래 먹으면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동안의 의학적인 근거로도 비타민제를 너무 많이 먹어 나타나는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우선 비타민 A를 너무 많이 먹으면 피부나 입술이 거칠거나 갈라지고, 임신부에게는 기형아 출산 가능성을 높인다. 때문에 산모들은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D의 경우, 식욕이 떨어진다거나, 오심, 구토 등이 있는데 과다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비타민 B군의 부작용은 화끈거림, 가려움증, 손발 저림, 감각의 이상 등으로 다양하다. 비타민 C는 하루 1g 이상의 많은 양을 먹으면 부작용으로 설사나 복통 등이 흔히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신장결석이나 부정맥이 생길 수도 있다.

 

비타민 E의 경우 출혈의 부작용이 있어 특히 수술을 앞둔 경우에는 제한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특히 노인이나 알코올 중독,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은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보다는 음식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최근에는 천연원료로 만든 비타민제가 나왔지만, 이의 효과나 부작용 역시 기존의 합성 비타민제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시 무조건 많이 먹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양중 / 한겨레신문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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