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음식

천일염에 숨은 과학을 알면 천임염만 찾게 된다



몇 해 전 한 유명 연예인이 돌잔치 답례품으로 천일염을 돌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천일염은 바람ㆍ햇빛으로 바닷물의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인위적인 가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얻는 소금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칼슘ㆍ마그네슘ㆍ칼륨 등 미네랄 성분이 천일염에 스며든다. 흔히 천일염은 ‘굵은소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천일염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건기ㆍ우기가 뚜렷하며,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 얻을 수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선 서해안ㆍ남해안 갯벌을 중심으로 천일염을 연간 30만~33만 톤 정도 생산한다. 천일염은 2008년 3월 법적으로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면서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조명되고 있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이 80~88% 수준으로, 나머지 부분은 칼슘ㆍ마그네슘ㆍ황산 이온ㆍ칼륨 같은 미네랄이 차지한다. 미네랄은 젓갈ㆍ김치ㆍ장류 같은 발효 음식의 풍미(향ㆍ맛)를 더 잘 살려준다. 김치를 담글 때 미네랄이 많은 천일염을 사용하면 젖산 발효 작용이 서서히 진행돼 오랫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의 신선도가 더 오래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확됐다. 유산균이 g 당 1000만∼10억 마리나 들어 있는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김치 발효 과정의 초기에 나타나는 유산균인 류코노스톡은 김치 특유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내게 한다. 전체 유산균 중 류코노스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김치가 더 신선하고 맛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의 전체 유산균 중 류코노스톡의 점유율이 다른 김치보다 훨씬 높았다.  


젓갈을 담글 때도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더 맛이 좋아진다. 천일염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함유된 칼슘ㆍ칼륨ㆍ마그네슘ㆍ철분 등 미네랄이 유산균의 성장을 돕고, 이 유산균 등 발효 세균이 새우의 단백질 분해를 촉진해 최적의 발효가 이뤄짐으로써 더 맛깔스러운 젓갈이 완성되는 것이다. 



간수를 충분히 뺀 천일염은 음식의 맛과 풍미를 살리는 데 그만이다. 나물을 삶거나 데칠 때 천일염을 넣으면 푸른색이 더 선명해진다. 생선을 굽기 전 천일염을 넣은 물에 담가두면 모양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김장을 할 때 사용하면 식재료가 쉽게 무르지 않아 아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

 

최근엔 국산 천일염의 대장암 억제 효과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국내 한 연구팀이 국산 천일염ㆍ게랑드 천일염 등 여러 종류 소금의 암 예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일부러 대장암을 유발한 뒤 여러 소금을 각각 1%씩 쥐에게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국산 천일염을 먹은 쥐의 경우 대장에서 암의 개수가 감소했으며, 조직 검사를 통해서도 발암이 억제되는 것이 확인됐다.



천일염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데, 갯벌 천일염은 흔치 않다. 갯벌 천일염은 천일염 중에서도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 세계 천일염 생산량의 0.2%가 갯벌 천일염이다. 우리나라의 전남 신안군, 프랑스의 게랑드 지역이 갯벌 천일염의 최대 생산지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갯벌 천일염은 전 세계 갯벌 천일염 생산량의 86%를 차지한다. 


전 세계 갯벌 천일염의 불과 4%를 생산하는 프랑스 게랑드산 천일염이 ‘명품 천일염’으로 인정받고 있다. 품질 면에서 보면 국산 천일염이 게랑드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신안군 천일염의 경우 게랑드 산보다 칼륨은 약 3배, 마그네슘은 약 2.5배 더 많이 들어 있다.  



일반인이 흔히 하는 천일염에 대한 오해는 ‘천일염은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천일염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생산하기 위해 2009년부터 해주(고염도 해수를 보관하는 곳)ㆍ소금 창고ㆍ바닥재ㆍ산지종합처리장 등 천일염 생산시설을 더 위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4년 7월부터는 ‘천일염 인증제’도 시행하고 있다. 염전 시설 가운데 결정지(소금물이 소금 결정으로 되는 못)의 바닥재를 친환경 옹기 타일이나 황토 벽돌로 교체하고 있다. 


소비자가 국산 천일염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천일염의 생산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천일염의 생산연도ㆍ생산지ㆍ생산자 등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천일염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천일염 생산 이력조회 앱에서 QR코드를 스캔하면 국산 천일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