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빠르게 올라가는 기온과 함께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나 만성질환 환자가 있는 가정에선 최선의 모기 퇴치 방법을 찾느라 더욱 고심하게 마련이다. 3, 4년 전부터 이전보다 이른 시기에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는 점도 집집마다 모기 대처를 서두르게 한다.
모기는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댕기열, 웨스트나일열 같은 각종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인 만큼 물리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최선이다. 특히 국내에서 해마다 환자가 발생하는 일본뇌염에 대해선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보건당국이 올해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한 건 지난달 3일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4월 중순~하순이던 주의보 발령 시기가 2015년부터는 같은 달 3~8일 사이로 크게 앞당겨졌다. 일본뇌염 주의보는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될 때 발령된다. 봄철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겨울을 난 모기가 활동을 재개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작은빨간집모기의 수가 크게 늘었거나 이 모기에게서 바이러스가 확인됐거나 이 모기에 물려 일본뇌염 환자가 생기면 보건당국은 주의보가 아닌 경보를 발령한다. 과거 경보는 대부분 한여름철인 7~8월 주로 발령됐으나, 지난해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6월에 경보가 발령됐다. 따라서 모기에 대한 대비를 예년보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
최선의 대비책 중 하나인 일본뇌염 예방접종에 대해 매년 여름철에 맞아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개인의 나이와 출생일, 건강 상태 등에 맞춰 정해진 횟수를 채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중 어느 때나 접종해도 된다. 특히 태어난 지 12개월 이상부터 만 12세까지의 어린 아이는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와 관계 없이 무료로 일본뇌염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어른은 유료지만, 예전에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한 적이 없거나 모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엔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예를 들어 논이나 돼지 축사 근처에 살거나 일본뇌염 바이러스 관련 실험실에 근무하거나 위험 국가에 머물 예정인 경우엔 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게 좋다. 현재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파키스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미얀마, 일본 등이 일본뇌염 유행 국가로 보고돼 있다.
어릴 때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했던 어른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엔 과거 백신을 맞았어도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작은빨간집모기가 모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가 일본뇌염 증상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게 물린 사람의 약 99%가 증상이 없거나 발열 같은 증상을 단기간 겪는다.
나머지 극히 일부에게만 일본뇌염이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주로 고열이 나면서 머리와 배가 아프고 구토를 하는 증상을 보인다. 심해지면 의식에 장애가 생기거나 경련, 혼수 같은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사망률이 높은 데다 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복된 뒤 언어장애나 사지운동 능력 저하, 판단능력 저하 같은 합병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단 일본뇌염은 사람 사이에선 직접 옮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혈액을 모기가 빨아먹은 다음 사람을 물었을 때 전파된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는 주로 연못이나 논, 관개수로, 빗물이 고인 웅덩이처럼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자란다. 이런 물에 사는 유충을 한꺼번에 없애는 게 다 자란 모기를 일일이 잡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제 방법이다. 집 주변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없는지 자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되도록 긴 바지와 긴 소매 윗옷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노출된 피부에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한다. 몸에 달라붙는 옷보다는 품이 넓은 옷을 입어야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 진한 향수나 향이 짙은 화장품은 모기를 유인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도움: 질병관리본부, 을지대 을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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