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의료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캐나다는 세금으로 거의 모든 의료비 재원을 조달하고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캐나다 국민들은 따로 사보험을 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적 보험으로 커버가 안 되는 치과 치료 때문이다. 돈이 없어 병원 진료를 못 받는 일은 없는 캐나다지만, 치과 진료만큼은 다쳐서 이가 부러지는 경우가 아니면 보험 적용이 안 된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신경치료, 노인들을 위한 틀니, 스케일링, 어린이 충치 예방을 위한 실란트 등을 이미 보험으로 커버하고 있고, 노인 임플란트도 7월부터 보험적용이 된다. 악명 높던 치과 진료비 수준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쉽게 눈에 띄는 치과. 치과진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비싸다.
●김희원기자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런 진료들은 모두 환자 본인 부담이다. 그렇다면 캐나다의 치과 진료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지역마다, 치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줄잡아 임플란트 2,500달러(한화 약 210만원), 스케일링 130달러(약 11만원), 치아 X-선 촬영 65달러(약 5만5,000원), 유아 발치 130달러(약 11만원), 실란트 30달러(약 2만5,000원)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보험이 적용돼 발치는 몇 천원, 스케일링은 1만5,000원 정도만 내면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임플란트의 경우 국내 진료비 가격이 58만~411만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7년 비급여진료 공개 자료)으로 워낙 천차만별이라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최빈 가격이 150만원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역시 캐나다가 좀 더 비싼 편이다. 전반적으로 캐나다 인건비가 높은 데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선지 캐나다에서 치과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아플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가정의보다 더 흔하게 눈에 띈다.
치과 보험 제외는 캐나다 의료보험 제도의 맹점으로 꼽힌다. ‘무상 의료의 나라’로 일컬어지지만 캐나다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사보험을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회사에서 보험료를 지원해 주는 직장보험을 통해 공적 보험으로 커버가 안 되는 의료비를 해결한다.
자기부담금을 전혀 안 내고 100% 보험사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식으로 조건 좋은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회사가 복지혜택이 많은 회사로 통한다.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낮아 사보험에 들기 어려운 캐나다인들은 치과 진료를 최소화하거나 안 받으며 버틴다. 저소득층의 의료복지 소외는 캐나다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오바마 케어가 도입되기 전 미국에서는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이유로 의료보험을 꼽는 이들이 있었는데, 캐나다에서도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치과 보험이 중요한 이슈이다.
사보험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왜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목표인지, 캐나다의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상 모든 의료서비스를 100% 공적 재원으로 운용하지 않는 한 사보험이 출현할 틈새를 막기는 불가능하고, 또한 불필요하다. 관건은 국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의료비 항목, 저소득층의 건강 보장에 더 중요한 항목부터 보험 적용에 포함시키는, 우선순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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