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촌진흥청은 죽순을 두부ㆍ참외와 함께 5월의 식재료로 선정했다. 대나무와 인연이 깊은 것은 음력 5월이다. 고려시대 초부터 해마다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竹醉日) 또는 죽술일(竹述日)로 정해 대나무를 심었다. 대나무가 술에 취할 리 없다. 죽취일은 대 심기에 적당한 날을 가리킨다. 대가 워낙 물을 좋아해서 비가 많이 오는 날을 죽취일로 정한 듯하다. 대나무 심는 일이 끝낸 뒤엔 마을 사람이 죽엽주를 마시며 단합을 도모했다.


대와 비는 떼어놓기 힘들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은 놀랄 만큼 생장이 빠른 것을 가리킨다. 대나무의 어린 순인 죽순은 40∼50일이면 대나무로 자란다. 죽순은 보통 봄비가 내리는 4월 중순에서 6월까지 땅에서 쏟아 나온다. 대개 15∼20㎝(발순 4∼5일 후) 자란 것을 채취해 껍질을 벗긴 뒤 하얀 알맹이(죽순)만 먹는다. 죽순은 나오자마자 빠르게 대나무로 자라고, 수확 후에도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신선한 생죽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짧다. 대개는 삶아서 냉동하거나 진공 포장ㆍ통조림 형태로 보관해 둔다.



음식으로 먹는 죽순이 따로 있다. 왕대ㆍ솜대ㆍ죽순대(맹종죽)의 순(筍)이다. 이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4월 초∼5월 초)은 맹종죽(孟宗竹)이다. 그 명칭엔 효자담(孝子談)이 있다. ‘맹종’이라는 중국인이 엄동설한에 모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죽순 얻기를 기도했더니 땅에서 죽순 하나가 돋아났다는 고사다. 맹종죽은 전남 담양과 경남 진주ㆍ거제 등 연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데 맛은 떨어진다. 솜대는 5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나오는 재래종이다. 대 줄기에 흰 가루가 묻어 있어 분죽(粉竹)이라고도 한다. 아삭거리고 맛이 뛰어나다.


왕대(왕죽)는 가장 늦은 5월 말∼6월 말까지 채취된다. 왕대와 솜대는 안동ㆍ강릉ㆍ태안반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 마디 사이에 고리가 1개이면 맹종죽, 두개이면 왕대나 솜대다. “죽순쟁이 한세월”이란 속담이 있다. 죽순의 제철이 매우 짧다는 것을 뜻한다. 생죽순은 재래시장ㆍ마트 등에서 구입하기 힘들다. 산지 택배로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제철이 지나면 통조림으로 만족해야 한다.


봄ㆍ여름엔 산야가 푸르지만 유독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로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다 내주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런 누런 대나무를 죽추(竹秋)라 한다.



죽순은 90%가 수분이다. 영양적으론 저(低)열량ㆍ고(高)칼륨ㆍ고단백ㆍ고(高)식이섬유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생것은 13㎉(삶은 것 35㎉, 마른 것 190㎉, 통조림 13㎉)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용하다. 칼륨이 마른 것 100g에 2595㎎이나 들어 있으면서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은 거의 없다. 칼륨은 체내 여분의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식이섬유도 풍부해(100g당 생것 1.6g, 마른 것 7.4g) 변비ㆍ대장암 예방과 콜레스테롤 억제에 유효하다. 비타민 B1ㆍB2가 많아 피로 해소에도 이롭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에서 느껴지듯이 죽순은 기(氣)가 왕성한 채소다. 한방에선 화(火)와 열(熱)을 내려주며 갈증을 없애주고 가래를 삭이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약재로 친다.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가슴이 답답할 때 먹으면 유익하다. 조선의 왕가에선 두뇌 발달을 위한 보양식으로 죽순 죽을 즐겼다.



죽순을 구입할 때는 껍질에 광택이 있고 습기가 적당한 것을 고른다. 전체적으로 굵고 짧으며 무게 있는 것이 양질이다. 삶은 죽순은 속살이 뽀얗고 조직이 부드러운 것을 고른다. 죽순은 생것을 삶아 초장에 찍어먹거나 탕ㆍ무침으로 조리해 먹는다. 미역과 함께 끓인 것도 별미다. 죽순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린 맛이 강해진다.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데친 뒤 찬물에 10시간 정도 담가두면 아린 맛을 없앨 수 있다. 삶을 때 고추를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죽순의 제 맛을 살리기 위해선 되도록 간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먹지 않을 때는 삶은 채로 물과 함께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대나무는 잎과 수액(水液)도 먹는다. 잎엔 항염ㆍ항균 작용을 하는 퀴논 성분이 들어 있다. 떡을 댓잎에 싸서 찌면 잘 상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대나무잎차의 원료는 대부분 산죽(山竹)의 잎이다. 다 자란 대에서 나오는 수액도 마실 만하나 고로쇠 수액만큼 대중화되진 않았다.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이미지
'건강천사'는 국민건강보험이 운영하는 건강한 이야기 블로그 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지사항

Yesterday1,470
Today406
Total1,967,874

달력

 « |  » 2019.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