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불안은 사람을 잠식한다. 모든 두뇌작용이 불안감을 야기한 그 일에 사로잡히고, 뭔가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불안에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불안 장애는 전문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불안이 지속되면 우울증, 알코올 중독, 수면 장애 등 다른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까지 심각하진 않더라도 일시적 불안은 누구나 경험한다. 힘든 일이 연이어 일어나거나, 갱년기에 접어들어 호르몬 불균형이 심해질 때, 평소 무던하던 이들도 나오기 어려운 불안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심호흡이나 명상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서부터,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되도록 피하는 방법, 거꾸로 이에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권고된다. 그런데 미국의 심리학자 알리시아 H 클라크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제시한 방법은 좀 다른 접근이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피하는 방법 외에 불안을 껴안아 삶에 도움이 되는 동반자로 삼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불안에 대한 개념을 재규정하고 이해하면 긍정적인 삶의 원천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Hack Your Anxiety>의 저자인 그가 말하는 ‘불안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불안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일종의 신호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불안이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 하려던 일을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마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 뭣 때문일까를 살피고 젖병을 물리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처럼, 불안이 느껴지면 무엇이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일까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불안이 막연히 억누르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무엇으로 여겨진다.
불안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재정의하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된다. 가령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신경이 쓰여 죽겠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자. 이성과 첫 만남을 앞두고 불안 초조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관계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에 심장이 뛰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어떤 식으로 불안을 재정의할 것인지는 각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불안의 개념을 바꾸면 불안한 증상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우리 뇌가 불안을 관리하는 능력을 더욱 키워준다는 것은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라고 클라크는 말한다.
사실 적당한 불안은 삶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가령 마감 직전의 긴장상태는 평소와 다른 스퍼트를 내도록 해 마감에 맞추도록 하는 힘이 된다.
오히려 불안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소시오패스와 같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정신없이 바삐 살며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잘 모르고 지내기 쉬운 현대인에게, 무언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종을 울리는 경보 시스템이 불안이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불안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불안의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희망이 솟아나고,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이를 동반자로 삼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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