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아스피린은 진통소염제의 대명사였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개발된 진통소염제는 아스피린보다 더 강력했다.


게다가 아스피린은 위장이나 십이지장 등의 점막에 상처를 남겨 위장관 출혈이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통증이나 염증은 가라앉혔지만 위장이나 소장 등에서 출혈이 있다는 문제가 이 약 사용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반전은 있었다. 아스피린이 워낙 많이 사용되다 보니, 위장관 출혈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는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는 문제를 해결하는 강점으로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장이나 소장 등에서 상처가 났을 때 아스피린을 먹으면 출혈이 계속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는 문제 즉 혈전이 해결됐던 것이다.


혈전은 무엇인가? 보통 정맥에서 생기는 혈전이 만들어지면 이 혈전이 혈관 안을 돌아다니다가 각 조직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막는 문제가 생겼다. 뇌나 심장, 폐 등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기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이 혈전이 막으면, 사망하거나 사망하지 않더라도 의식 혼수, 반신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 혈전의 발생을 막는데 아스피린이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온 것이다. 



이후로 아스피린의 용도는 바뀌었다. 두통 등 통증을 해결하는 약은 다른 진통소염제가 이미 대체했지만, 당뇨나 고혈압 등 각종 심장 및 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환자들이 먹어야 하는 혈전 예방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게다가 아스피린은 다른 혈전 예방 치료제에 견줘 가격이 무척 낮은 강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중년 이상이면 아무런 질환이 없어도 혈전 예방 즉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라도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반전은 또 있었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아스피린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온 것이다.



호주 및 미국에 사는 노인 약 3만 5천명을 대상으로 평균 4.7년 동안 관찰한 결과 70세 이상 노인들은 아스피린을 매일 먹어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중증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스피린을 먹은 사람의 경우 수혈이나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출혈 부작용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견줘 훨씬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도 아스피린이 별 필요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이 55세 이상 약 1만 3천 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보면, 아스피린을 먹어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코피, 소화 장애, 위식도 역류 등과 같은 부작용 발생 위험은 더 커졌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심장 및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아스피린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권고가 나왔다.


그런데 아스피린의 운명은 여기에서 다 한 것은 아니었다. 아스피린을 꾸준히 먹으면 암에 걸릴 위험을 3% 낮출 수 있으며 특히 위암은 15%, 대장 및 직장암은 19%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로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30여 년에 걸쳐 진행된 ‘간호사 건강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는 13만여 명의 남녀를 관찰하는 것인데, 30여 년 동안 여성 8만 8000명 가운데 2만여 명이, 남성 4만 8000명 가운데 7500명이 암에 걸렸다.



분석 결과에서는 소량의 아스피린을 일주일에 2회 이상 먹은 사람은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며 특히 위암과 대장 및 직장암은 발병 위험이 15%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 발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소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먹어야 하며, 이런 암 예방 효과는 아스피린이 염증을 막아 결과적으로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폐암 등 다른 주요 암 발생 위험을 아스피린이 낮추는 것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직까지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반드시 먹어야 할 정도까지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도 나왔다. 피터 엘우드 영국 카디프 대학 역학 교수팀이 아스피린을 먹는 암 환자 총 12만 명,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는 암 환자 총 40만 명이 대상이 된 연구 논문 71편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이 암 생존율을 높이고 암 전이 위험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나온 것이다.


 효과는 대장암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에서도 나타났다. 다만 아스피린이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는 연구 논문도 몇 편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하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다.


아스피린이라는 한 약에 대하여 이렇게 많은 의학 논문이 나오고, 그 쓰임새가 계속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의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가 풀어야 할 의학의 숙제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며, 밝혀야 할 진실도 너무나도 많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추가될 아스피린의 구실이 궁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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