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붉어지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 감이 붉게 물드는 가을엔 기후가 좋고 환자가 줄어 의사의 수입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감이 물드는 가을 수확기엔 농부가 몸이 조금 불편해도 병원에 갈 틈이 없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비타민 B군ㆍ베타카로틴ㆍ비타민 Kㆍ미네랄ㆍ타닌이 풍부한 감을 즐겨 먹으면 몸이 건강해져 병원 갈 일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유자가 노래지면…”, “토마토가 붉어지면…”, “하루에 사과 하나를 먹으면…” 등 제철 과일을 먹으면 병 걸릴 일이 없어져 의사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감을 먹으면 금세 힘이 나고 피로가 풀린다. 단순당인 포도당ㆍ과당이 다량 들어 있어서다. 감엔 피부 미용ㆍ감기 예방을 돕는 비타민 C도 100g당 20㎎(연시 기준, 단감 13㎎) 들어 있다. 항산화ㆍ항암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감이 노화 억제와 폐암 예방에 이로운 과일로 평가되는 것은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의 존재 때문이다.
흔히 ‘숙취엔 감’이라고 말한다. 감에 든 비타민 C와 타닌이 알코올을 체외로 배출해 주기 때문이다. 감에 든 과당은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이뇨(利尿) 효과가 있는 칼륨이 풍부한 것도 술꾼에게 감을 추천하는 이유다. 중국의 고의서 ‘명의별록’엔 “잘 익은 감은 술을 해독하고 위장의 열을 내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감은 단맛ㆍ떫은맛은 있지만 신맛은 없다. 브릭스(Brix) 당도계로 잰 감의 당도(단맛)는 15∼18다. 당도가 포도보다는 낮지만 사과ㆍ배보다 높다. 감 고유의 떫은맛은 녹차에도 함유된 타닌(카테킨)의 맛이다.
감은 떫은감과 단감으로 나뉜다. 감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떫은맛이 사라져 따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단감이다. 수확한 뒤 인위적으로 떫은맛을 없애 줘야 하는 것이 떫은감이다. 한국인은 예부터 떫은감을 즐겨 먹었다. 중국인도 떫은감을 선호한다. 단감은 일본이 원산지이고 일본인이 선호한다.
떫은감의 떫은맛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꼭지에 침을 놓은 뒤 따뜻한 소금물에 담가 두는 것이다. 이를 탈삽감ㆍ삭힌감이라 한다. 홍시(연시)나 곶감으로 만들어도 떫은맛이 사라진다. 항아리에 짚을 깐 뒤 떫은감을 올려놓으면 물렁한 홍시가 된다. 떫은감의 껍질을 벗긴 뒤 꼬챙이에 꿰어 말린 것이 곶감이다.
떫은감을 빈 상자에 놓고 위에 신문지를 몇 장 깐 뒤 사과 껍질을 올려놓으면 금세 홍시로 변한다. 사과에서 발산되는 식물의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이 감의 숙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감의 떫은맛은 사과의 사과산과 감의 타닌의 중화(中和) 반응을 통해서도 사라진다.
에탄올과 물을 반씩 섞은 뒤 떫은감의 꼭지 부분이 젖을 만큼 스프레이로 뿌려 주는 방법도 있다. 에탄올 처리를 한 감을 비닐봉지에 넣어 따뜻한 방에 사나흘 놓아두면 떫은맛이 없어진다. 에탄올 대신 소주를 사용해도 되지만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곶감은 감을 건조시킨 식품이다. 한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ㆍ베트남에서 곶감을 만들어 먹는다. 곶감의 재료가 되는 감은 떫은감이다. 떫은감을 말리면 수용성(水溶性)인 타닌이 불용성(不溶性)으로 바뀌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달콤한 정도가 설탕의 약 1.5배다. 곶감은 수분이 30% 밖에 안 돼 열량이 100g당 237㎉에 달한다. 감을 곶감으로 만들면 비타민 C는 거의 없어진다(100g당 4㎎).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와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의 함량은 증가한다.
곶감은 바싹 말린 건시, 반쯤 말려 냉동 보관해 먹는 반건시로 분류된다. 냉동실에 넣어두면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민간에선 숙취ㆍ기침ㆍ딸꾹질 환자에게 곶감 섭취를 추천한다.
곶감의 표면에 묻은 흰 가루는 감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단맛이 농축된, 포도당ㆍ과당ㆍ만니톨의 결정체다. 곶감은 열량ㆍ당도가 높아 당뇨병 환자에겐 권장하기 힘들다. 곶감에 생강ㆍ계피를 넣어 만든 음료가 수정과다.
감 씨앗을 심은 곳에선 감나무 대신 고욤나무가 자란다. 씨앗을 뿌린지 3∼5년 뒤 감나무 가지를 잘라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이듬해부터 감이 열린다. 고욤나무 줄기에 감나무를 접붙이는 것을 산고(産苦)에 비유하기도 한다. 감이 인고(忍苦)를 상징하는 것은 그래서다.
감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열매인 감은 물론 나무 자체와 잎도 용처가 많다. 감나무는 치밀하고 단단해 가구ㆍ다기(茶器)ㆍ침대ㆍ우산의 재료로 이용된다. 금속 재질의 골프채 헤드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미국산 감나무로 만든 헤드를 최고로 쳤다.
감잎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ㆍ폴리페놀과 비타민 B군ㆍ비타민 K가 풍부하다. 5∼6월에 딴 감잎을 햇볕에 말린 뒤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감잎차가 완성된다. 초봄에 채취한 부드러운 감잎은 튀김 요리에 쓰인다. 말린 감꼭지도 민간에선 딸꾹질ㆍ가래ㆍ구토 억제 용도로 썼다.
감은 예부터 한국인에게 친숙한 과일이어서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등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감 고장의 인심’은 순박하고 후한 인심을 가리킨다. 원산지는 한국ㆍ중국ㆍ일본이다. 떫은맛을 꺼리는 서양인에겐 인기가 별로 없다.
감의 영문명인 ‘persimmon’은 미국 동부의 한 인디언 언어에서 유래했다. ‘말린 과일’이란 뜻이다. 구미에선 떫은 이스라엘산 감을 ‘샤론 과일’(sharon fruit)이라고 부른다.
위석(胃石)은 특정 음식이나 무심코 삼킨 이물질이 위(胃) 내에서 지속적으로 굳어진 결과다. 흔히 위석의 원인으로 감이 지적된다. 감의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이 위의 위산(胃酸)과 섞이면 아교 같은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감에서 타닌이 많은 부위는 꼭지와 연결된 가운데 심 부분이다. 덜 익은 감일수록 타닌이 더 많다. 변비 환자는 잘 익은 감을 즐기되 중간의 심 부위는 잘라 내고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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