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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영양소가 풍부한 화이트 푸드



화이트 푸드라고 하면 막연하게 ‘건강에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설탕ㆍ백미ㆍ소금ㆍ밀가루ㆍ조미료 등 이른바 ‘오백’(五白) 탓이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화이트 푸드가 질병 예방을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양배추ㆍ무 등의 백색 채소와 감자 등 담황색 채소엔 플라보노이드 계열인 ‘안토크산틴’(anthoxanthins) 색소가 들어 있다. 이 색소는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고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세균ㆍ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병 예방도 돕는다. 안토크산틴 중 하나인 아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도 있다.


건강에 유익한 화이트 푸드를 대표하는 것은 배추ㆍ양배추ㆍ콜리 플라워(꽃양배추) 등 배추과 채소다. 양배추과지만 십자화과라고도 한다. 이들의 대표 파이토케이컬은 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다. 황을 함유한 성분으로, 브로콜리ㆍ순무ㆍ고추 냉이 등에도 들어 있다.


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는 암 예방 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배추과 식물에 함유된 인돌-3 카비놀ㆍ설포라판 등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도 암 예방에 기여한다. 



배추과 식물 중 양배추는 샤론 스톤ㆍ케이트 윈슬렛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한 식품으로 유명하다. 양배추가 유방암 예방을 돕는다는 것은 몇몇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예컨대 통일 전 동독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서독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지만 통일 후 그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과거 동독 여성의 양배추 소비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 그 비결로 지목된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미국에서 사는 폴란드 여성 이민자의 유방암 발생률이 폴란드 거주 여성에 비해 크게 높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폴란드인은 양배추를 우리가 김치 먹듯이 섭취하는데 반해 폴란드계 미국인은 이보다 훨씬 적게 먹는 사실에 주목했다.


많은 역학연구를 통해 양배추를 포함한 배추 채소(브로콜리ㆍ케일ㆍ콜리 플라워 등)의 꾸준한 섭취는 유방암 외에 대장암ㆍ폐암ㆍ 위암ㆍ자궁내막암ㆍ난소암ㆍ전립선암 등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배추는 골절 예방에도 유익하다. 뼈를 튼튼히 하는 비타민 K가 풍부해서다.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예방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막을 보호해 ‘항(抗)궤양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U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늘ㆍ양파 등 화이트 향신료에 함유된 파이토케미컬은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이다. 황 화합물인 알리신은 항암 효과뿐 아니라 혈관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혈관 건강에 이롭다. 세균ㆍ곰팡이ㆍ바이러스를 죽이는 항균ㆍ항바이러스 효능도 갖고 있다.


14세기 유럽에서 감염병이 대유행했을 때 영국 런던에서 화를 면한 곳은 마늘ㆍ양파를 파는 상점뿐이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알리신의 살균력은 소독약인 페놀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중독이 유행하면 고기ㆍ생선 등을 먹을 때 마늘을 함께 섭취하라고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알리신은 우리 몸의 독소와 염증을 해독ㆍ완화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인슐린을 조절해 당뇨 개선도 돕는다. 양파엔 알리신 외에 쿼세틴이란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쿼세틴은 혈중 지방을 낮춰 혈관 건강을 돕는다. 양파와 마늘은 둘 다 자극성이 있는 식품이므로 과잉 섭취는 곤란하다.


특히 공복에 마늘을 과다 섭취하면 위(胃)에 탈이 날 수 있다. 생마늘은 하루 한쪽(5g), 익힌 마늘은 하루 2∼3쪽이면 충분하다. 어린이나 고혈압 환자에겐 그 절반이 적정량이다. 양파는 하루 3분의 1개면 적당하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감기에 걸리면 잠들기 전에 구운 양파 한 개씩을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감자도 화이트 푸드다. 식사대용으로도 유용한 감자는 조리 후에도 비타민 C가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칼륨이 풍부해 몸속에 쌓인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키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배ㆍ바나나 등 화이트 과일엔 이렇다 할 파이토케미컬은 없다. 웰빙 성분은 펙틴 등 식이섬유다. 속살이 흰 두 과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바나나가 ‘변비를 일으킨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은 그 반대다.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에게 바나나ㆍ우유ㆍ달걀을 함께 믹서에 갈아 마시게 하면 효과적이다.


단 덜 익은 바나나(떫은 맛 성분인 타닌 함유)를 먹으면 변비ㆍ소화 불량이 올 수 있다. 배나 배즙은 유해물질의 체외 배출을 촉진한다. 역시 배의 식이섬유 덕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는 예부터 동서양 모두에서 사랑받아온 과일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호메로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중국에선 ‘과일 중 으뜸’인 과종(果宗)이라 불렀다. 먹으면 금세 힘이 나는 것은 배와 바나나의 공통점이다. 과당 등 당분이 풍부해서다.


오양오행에서 흰색은 금(金)에 해당한다. 한방에서 백색 식품은 폐ㆍ기관지 건강을 돕는 약재다. 백색 식품은 특히 호흡기를 깨끗하게 한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겐 도라지ㆍ무ㆍ콩나물, 감기 환자에겐 마늘ㆍ양파ㆍ도라지가 권장된다.


화이트 푸드 등 컬러 푸드를 즐겨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서양에선 레인보우 다이어트가 웰빙 식사로 통한다. 컬러 푸드는 특정 색깔이 아닌 다양한 색을 섞어 먹는 것이 최선이다. 쇼핑카트에 실린 식품의 색깔이 울긋불긋할수록, 짙을수록 가족의 건강지수는 높아진다.


과일ㆍ채소 등 식물성 식품의 색깔은 치장용이 아니다. 식물이 자외선ㆍ비ㆍ바람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세균ㆍ바이러스ㆍ곰팡이 등에 대적하기 위한 무기다. 식물은 주변의 자연 환경이 가혹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