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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사라진 줄 알았던 기생충 머릿니, 전 세계에서 만연

 

 

얼마 전 영국 데일리메일, 메트로 등 외신을 통해 전해진 영국 16세 소녀 알리마 알리의 사연이 코로나19로 우울한 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영국 브래드포드에 사는 알리는 4년 전 얼굴과 머리를 포함해 전신 절반에 3도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알리는 손가락 7개를 잃었고, 남은 손가락 3개 중 2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피부 이식 등 수백 번의 수술을 받는 등 수년간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견뎌야 했고, 현재도 상처 부위가 부풀어 오르지 않게 압박 의복을 입고, 약물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리는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알리는 화상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감과 자기애, 용기를 갖게 됐다며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런 알리의 팔로워는 25만명에 이르고, 메이크업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1580만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면 알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심한 화상을 입게 됐을까요? 주범은 아니지만, 주요 역할을 한 종범으로,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독특한 기생충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람의 두피에 붙어사는 기생충, 머릿니입니다.

 

12살 때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집에 온 알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머릿니를 발견하고 이를 없애려고 이 제거용 샴푸를 머리에 발랐습니다. 5분 정도 뒤에 머리를 헹궈야 했던 알리는 기다리는 동안 집안일을 돕겠다며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부엌으로 갔다가 가스레인지 옆을 지나는 순간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그녀가 사용한 샴푸에 강력한 가연성 물질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알리에서 인생의 시련을 안겨주는데 일조한 머릿니는 말 그대로 머리에 기생하는 이(Lice)입니다. 70, 80년대 이후 없어진 줄 알았던 머릿니는 2천년대 들어 다시 출몰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냐에 상관없이, 위생 상태와 관계없이 강력한 증식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집단 발생하며, 12세 이하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잊힐 만하면 한 번씩 전국의 초등학교 등에서 머릿니 전쟁을 벌이곤 합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머릿니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와 보건 교사가 머릿니로 골머리를 앓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기생충학 전공인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는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란 책에서 머릿니는 독특한 기생충으로 분류하면서 "기생충이면 몸 안에 들어와 살지, 왜 머리에 붙어서 이 난리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기생충은 적당한 양을 섭취하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머릿니는 너무 많이 먹다가 장이 터져서 죽는 경우가 많으니 그야말로 별종이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머릿니는 유충부터 성충까지 모두 피를 빨며 하루에 3~4개의 알을 낳습니다. 한 달간 약 100개의 알을 낳는 셈입니다. 알은 1주일 정도 지나면 부화하며, 유충은 흡혈을 반복하면서 약 2주 만에 성충이 되고 그 성충이 다시 알을 낳습니다.

 

 

이렇다 보니 엄청난 기세로 수가 불어나 감염 초기에는 눈치를 채지 못하다가 머리에 엄청난 수의 알이 마치 비듬처럼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머리가 가렵다고 말하거나 자꾸 긁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기도 합니다.

 

머릿니에 감염된 사람의 머리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머리카락에 붙어 있는 하얀 덩어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이 머릿니의 알입니다. 비듬처럼 보이지만 비듬과 달리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힘을 주고 물리적으로 떼어내야 합니다.

 

 

또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파우더를 머리카락에 뿌리고 샤워캡을 쓴 채 몇 분 동안 두었다가 머리를 감아 머릿니를 퇴치하거나 샴푸형 제품으로 3일에 한 번씩 3~4회 감아서 머릿니가 전부 없어질 때까지 반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간단한 일이지만,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고된 작업입니다.

 

머릿니는 생존력이 강합니다. 최근에는 머릿니 퇴치에 사용되는 파우더와 샴푸에 들어 있는 살충제가 듣지 않는, 즉 약제 내성을 가진 머릿니가 출현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문헌=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감염병 이야기(오카다 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