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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약은 꼭 하루 세 번, 식후 30분에 복용해야 할까?

하도 오랫동안 질리도록 자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여전히 약을 먹을 때는 '하루에 세 번씩, 그것도 식후 30분에'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요?

 

 

 

 

 

 

 

 

 

 

 

 

모든 약은 하루에 세 번, 식후 30분 복용?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약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식후 30분'은 약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려면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는 게 중요하고 바람직하기에 정했던 기준일뿐, 꼭 지켜야 하는 강제 규정이 아니라고 합니다.

 

즉 혹시 약 먹는 시간을 잊어버릴 수 있기에 식사와 연관 지어 식사 시간에 맞춰서 규칙적으로 먹게 함으로써 속 쓰림이나 소화 불량 등 약물에 의한 위장 장애 부작용을 줄이고, 몸에서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였을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식후 30분 복약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복용 시간을 잊지 말라고 정해놓은 '식후 30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환자들이 상당히 부담을 갖는 데다, 애초 취지와는 달리 약 복용 자체를 까먹어버리는 경우마저 종종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의약계에서는 2017년 9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식후 30분'이었던 복약 기준을 '식사 직후'로 바꿨고 다른 병원들도 이를 따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국에서 조제약을 살 때 "식사 후 30분 지나면 드세요"라는 안내 대신 "밥 먹고 바로 드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더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식사와 밀접한 관련 있는 약의 종류에 따른 복용법

 

물론 약 중에는 식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도 있습니다.

 

무좀약 중에서 이트라코나졸 제제(스포라녹스 캡슐 등)가 대표적입니다. 이 약은 꼭 밥을 먹고서 바로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약이 독해서가 아니라, 이 약 자체가 지용성 음식과 같이 먹거나 위산이 많을 때 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뇨약인 메트포민 제제(다이아벡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약은 금속성 맛이 나고 위장 장애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식후 곧바로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부프로펜이나 디클로페낙 성분의 소염진통제나 철분제 역시 공복에 먹으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반대로 식사 전에 먹어야 하는 약도 있습니다.

 

당뇨약 중에서 설포닐우레아 계통약(아마릴 등)은 밥 먹기 전에 먹어야 식후에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쓰이는 씬지로이드도 식후에 먹으면 음식물이 약물 흡수를 방해하기에 식전에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음식물이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1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수크랄페이트 성분의 위장약은 위장관 내에서 젤을 형성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약이므로 식사 1∼2시간 전에 복용해야 식후 분비되는 위산과 음식물에 의한 자극으로부터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복용 시간과 밀접한 관련 있는 약의 종류에 따른 복용법

 

복용 시간대가 중요한 약도 있습니다.

 

심바스타틴 성분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이 밤에 많이 이뤄지는 만큼 밤에 먹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칼슘제도 칼슘이 밤에 합성되기에 밤에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비사코딜 성분이 있는 변비약은 복용 후 7∼8시간 뒤에 작용이 나타나므로 잠자기 전에 복용해야 아침에 배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약 흡수가 음식물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암로디핀, 칸데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는 식사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에 복용할 수 있으나, 보통 혈압이 올라가는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나의 건강을 위한 올바른 약 복용법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약을 먹는 것일까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간을 고르게 나눠서 약을 먹는 것입니다. 치료에 필요한 약물 농도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입니다.

 

하루 세 번 먹는 약이면 이를테면 하루가 24시간이니 삼등분해서 8시간마다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일부러 자는 시간에 일어나 먹을 순 없으니, 깨어 있는 활동 시간을 삼등분해서 5~6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두 번 먹는 약이면 아침 9시, 저녁 9시에 먹거나 10시간마다 먹으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약을 먹을 때 한 컵 이상의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충분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약이 제대로 위까지 가지 못하고 식도에 걸쳐서 자극을 주고, 그러면 염증이 쉽게 생겨 식도염으로 속이 불편해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장에서 녹는 약을 빼고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약은 위에서 녹아 흡수되는데, 물 대신 콜라나 주스, 심지어 커피와 함께 먹으면 위의 산도가 달라져 약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약은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서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