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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축구를 하면 아프지 않다? 함께 100세까지 슛 골~

  그라운드를 박력 있게 누벼야하는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축구, 그래서 실버세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통념이지만 지난 9월 창단한 서울시 실버축구단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다함께 100세까지, 슛~골!’ 이라
  는 슬로건을 내건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노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들의 리그를 기대
  하게 만든다.

 

 

고령사회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서울시의 고령사회 마스트플랜의 하나로 오랜 기간의 준비와 사전작업을 통해 창단됐다. 허윤정(72세) 전 국가대표가 단장과 감독을 겸하고 전 국가대표인 김정남, 김호, 이회택 등 28명으로 구성된 내공으로 무장된 팀이다.

허윤정 단장은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삼촌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하며 ‘붉은 모기떼(Red Mosquitos)’로 불렸던 북한 대표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국가대표팀급’ 양지팀에서 이회택 등과 함께 주축으로 활약했다. 이렇게 국가대표 출신 선수로 구성된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매월 1회 자치구를 순회하며, 유소년팀에 대한 기술지도와 축구교육을 실시하는 등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으로 활동 하게 된다.


이외에도 노인학대 예방과 홀몸 노인을 위한 후원 경기를 펼치며, 사회에 공헌하는 축구팀이 될 예정이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에는 연예인팀, 노숙인팀, 장애인팀 등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할 계획이다.

 

 


축구장에 서면 아무도 두렵지 않다


지난 10월 2일, ‘노인의 날’에는‘제1회 서울시장배 실버축구대회’ 가 개최돼 서울시 실버축구단의 데뷔전이 치뤄졌다. 평균 연령 68.5세인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평균 연령 32세인 노숙인 브릿지팀과 오픈게임을 펼치며 노인 축구의 힘을 과시했다.
“지금도 물론 잘하지만 내가 30년만 젊었다면 내 축구실력이 이동국 만큼은 했겠지!” 게임을 앞두고 락카룸에서 정한술(65세) 씨가 들려주는 얘기다.


이 날 목동운동장은 유니폼 차림의 노인들이 청년 못지않게 볼을 차고 질주하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등 축구 관계자가 참석해 대회개막을 축하했다. 오세훈 시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축구대회를 통해 노인은 허약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우리사회의 또 다른 주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65세 이상만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는 서울시 실버축구단을 비롯해 자치구 18개 팀 등 총 21개 팀의 실버선수 500여명이 참석했다. ‘ 삐익˜ ’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녹색 축구장 위에서는 노장들의 투혼이 빛난다. 두 명의 수비를 제치고 센터링을 올리고 골대 앞에서 벌어지는 치혈한 몸싸움이 20대 젊은이들 못지않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냐?” 위험한 축구는 이제 그만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30년간 축구를 꾸준히 해왔다는 정한술 씨는 위력적인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과시하며 상대팀인 노숙인 브릿지팀의 수비 진영을 흔들어 놓았다. 그는 “우리 나이 때가 되면 하체가 가장 먼저 부실해 지는데 나는 축구를 해서 걱정 없어요!”라고 말한다.


약 20분 동안 진행된 전반전이 끝나자 두 팀의 선수들은 그라운드 밖에 둘러앉아 전반전 경기분석을 한다. 평균연령 68.5세인 서울시 실버축구단이 32세인 그들과 게임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창단 후 처음 갖는 경기이며, 자신들이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였다는 점에 고무돼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결정적일 때 못 넣었어” 라며 이재형 씨가 자책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정한술 씨는 “아냐 지금 잘하고 있어” 라며 서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하지만 허윤정 단장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면 두 실버 선수에게 좀 더 긴장할 것을 당부한다. 이 처럼 축구는 건강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서로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계기도 마련해 준다. 너무 완고해서 단체에서도 조율할 줄 모른다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날 전·후반 40분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우리들의 전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1960년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주도해 만들었던 ‘양지팀’의 베스트 멤버가 주축이 된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여느 프로팀 못지않은 화려한 선수 진용을 자랑한다. 단장이자 감독인 허윤정 어르신을 비롯해 ‘원조 스트라이커’로 유명한 이회택(64)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인 김호(65) 전 대전 감독, 김정남(66) 전 울산 감독 등이 주요 멤버다.

이들 외에도 박이천 인천 부단장과 김기복 실업축구연맹 부회장, 정규풍 한국중등축구연맹 부회장, 김삼락, 조성달, 정병탁 서윤찬, 골키퍼 이세연 등 총 28명의 선수로 구성됐다.


양지팀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북한이 8강 신화를 이룬 것에 자극을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듬해 1월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주도 하에 급조됐다. 당시 1950년대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최정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육·해·공군에 복무 중이던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다 모은 드림팀이다.


그러나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는 중앙정보부의 부훈에 따라 팀 이름을 지었던 양지팀은 1967년 메르데카컵 우승 등 좋은 성적을 내고도 정작 북한과 대결하지 못한 채 창단을 주도했던 김형욱 부장이 실각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들은 실버 세대가 되어 다시 모이게 됐고 ‘다 함께 100세까지’ 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렇게 이뤄내고 있다.

 

축구를 하는 노인은 결코 아프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07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운동을 하지 않는 노인의 의료비 증가율은 62.6%로 운동을 하는 노인의 의료비 증가율 16.8%에 비하여 3.7배나 높게 나타나, 노인들에게도 운동은 필수적이다. 또한 지난 3월 서울시가 실시한 서울노인의 욕구조사결과에서도 노인들의 건강관리욕구는 86.0%로 매우 높으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는 52.3%에 불과해 운동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윤정 단장은 “노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허약하다는 노인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실버 축구동호인을 늘려가기 위해 이번 실버축구단 창단에 적극 참여했다” 고 말했다.

한편, 신면호 서울시 복지국장은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다른 자치단체 및 외국 실버축구팀과의 친선경기를 추진해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며, 실버축구가 활성화되어 실버월드컵이 서울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서울시 실버축구단이 월드컵팀과 여자 대표팀 못지않은 인기와 명성을 얻을 날을 고대해본다.

 

 

 

글_ 이세중/사진_ 이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