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라는 옛말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병은 입(음식)을 통해 치료된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려면 제철 음식을 즐겨 먹되 함께 먹어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잘 가려 먹는 것이 중요하다. 궁합이 맞는 음식을 먹으면 약, 궁합이 나쁜 음식을 곁들이면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생년월일시나 사주가 없는 음식과 음식 사이에 ‘웬 궁합’이냐고 의아해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찰떡궁합이란 두 음식을 함께 먹으면 맛, 영양, 소화 등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특정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덜 흡수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면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칼슘의 왕이자 키를 크게 하는 음식으로 통하는 우유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 6가지를 알아보자.
우유의 부족한 아연을 채워주는 굴
찬 바람이 불 때 우유와 굴을 함께 먹는 것은 권할 만하다. 우유는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고 해서 ‘완전식품’이라고 불린다. 우유에는 숙면을 돕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원재료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겨울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다만 우유에는 입맛의 유지와 인슐린 합성에 필수적인 미네랄인 아연이 거의 없다. 그런 우유의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것이 굴이다. 굴은 아연의 보고(寶庫)이다. 그래서 굴과 우유를 섞은 생굴 우유죽은 단백질, 비타민, 칼슘, 아연이 풍부한 겨울철 최고의 영양 간식거리다.
마늘 냄새와 매운맛을 덜어주는 우유
우유와 마늘도 찰떡궁합이다. 마늘은 자연의 항생제로 알려져 있다. 1858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마늘이 항균(살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대유행했을 때 영국 런던에서 화를 면한 곳은 마늘, 양파를 파는 상점뿐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식중독 사고가 잦은 여름에 고기, 생선 등을 먹을 때 마늘을 함께 섭취하라고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냄새 때문에 마늘 먹는 걸 주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마늘 냄새 제거에 효과적인 우유를 함께 먹는 것이 방법이다. 이는 우유, 치즈, 육류, 달걀 등 고단백 식품이 마늘 냄새와 매운맛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우유와 토마토
우유는 토마토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토마토를 우유와 함께 먹으면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 K가 우유에 풍부하게 함유된 칼슘이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유에 포함된 유지방은 토마토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준다.
옥수수에 부족한 트립토판, 라이신이 풍부한 우유
우유는 옥수수와도 잘 어울리는 사이다. 옥수수엔 식이섬유와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해 변비 예방과 스트레스 완화를 돕는다. 다만 성장·발육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라이신이 적게 들어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때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우유를 같이 먹으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데 그만이다.
비타민 C가 부족한 우유, 비타민 C가 풍부한 감자
우유는 감자와도 잘 맞는다. 감자엔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감자엔 우유에 부족한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C 등 수용성 비타민은 조리과정에서 쉽게 파괴되지만, 감자에 함유된 비타민 C는 열을 가해도 손실이 적으므로 우유를 곁들인 수프나 죽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돼지고기 수육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우유
끝으로 우유는 돼지고기 수육과도 환상의 커플이다. 수육을 잡내 없이 잘 삶는 데 우유만한 것이 없다. 우유의 단백질 성분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유발하는 트라이메틸아민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유량은 고기가 잠길 정도의 선에 맞추는 것이 좋다.
또한, 우유의 유지방 성분은 돼지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육즙을 풍부하게 한다. 수육·조림류에 우유를 활용하면 더욱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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