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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새로운 환경보호 트렌드 비거니즘 : 프리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 등

채식주의의 트렌드 변화 : 타의에서 자의로

 

과거 채식은 건강이나 종교 등의 이유가 절대적이었다. 특정 육류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체질적으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부족하거나, 통풍이나 담석증처럼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질병이 있거나, 살생 금지나 특정 동물을 신성시하는 종교이거나, 동물이 죽는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거나…. 한마디로 육식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채식 열풍 : 건강이나 종교 때문이 아닌 본인 의지로 채식을 선택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최근에는 자기 의지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채식 인구의 절반이 MZ세대일 정도로 2030대의 채식 열풍이 거세다. 비윤리적으로 사육되는 공장식 축산업과 동물 착취,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으로 돌아선 주된 이유로 꼽힌다.

 

 

 

 

비건을 넘어 비거니즘으로 :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비건과 비거니즘 : 채식주의를 넘어 의식주 전반에 걸친 트렌드 변화로

채식은 제한하는 음식 종류에 따라 다양한 단계로 구분된다. 그중 달걀과 우유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음식은 물론이고 옷이나 화장품처럼 동물을 착취해 만드는 모든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을 ‘비거니즘(Veganism)’이라고 부른다.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해 생산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단순히 식습관뿐 아니라 의식주 전반으로 비거니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가치 소비를 대표하는 비거니즘 트렌드에 대해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비건(Vegan)과 클린 이터(Clean Eater)

 

사람들이 채식을 중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는 맛’ 때문이다. 지금까지 ‘맛있다’고 생각해온 음식 대다수가 육류를 포함한다. 메인 식재료는 둘째 치고 조미료까지 소고기 맛, 해물 맛이다. 여기에 달걀과 우유까지 빼버리면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확 줄어든다.

 

 

 

 

육류에 대한 갈증 해소로 채식주의 급증에 일조하고 있는 ‘대체 식품’

최근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대체 식품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다. 콩으로 만든 고기, 녹두로 만든 달걀, 귀리로 만든 우유, 토마토로 만든 참치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와 달리 진짜 고기보다 맛있고 진짜 달걀보다 건강한 성분이 많다.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만두와 햄버거, 채식 재료만 넣은 컵 떡볶이,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밀키트까지 기성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

 

 

 

 

곡물, 과일, 채소 등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상태의 음식 섭취를 일컫는 ‘클린 이팅’

최근에는 ‘클린 이팅(Clean Eating)’이 새로운 비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클린 이팅은 통곡물과 과일, 채소, 견과류처럼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상태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가공하거나 정제하지 않은 음식, 인공 재료나 첨가제를 넣지 않은 음식, 유기농으로 재배된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도 살리고 환경오염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 동물 보호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비거니즘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각종 실험으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고 있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를 위한 동물 실험이 대표적이다. 그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다. 토끼 눈에 마스카라 등 화장품을 수차례 넣어 안정성을 시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토끼는 극도의 고통을 겪고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화장품 실험용 토끼와 같은 일체의 동물 학대에 대한 거부와 대항의 바람 ‘크루얼티 프리’

이에 대항해 등장한 것이 바로 크루얼티 프리다. ‘학대(cruelty)가 없다(free)’는 의미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출시되는 크루얼티 프리 제품에 토끼 모양 마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크루얼티 프리 제품은 인공 피부나 컴퓨터 모델링, 세포 배양 등 동물 대체 실험을 통해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미 안정성을 입증받아 유럽연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2만여 개의 원료를 사용하면 실험을 생략할 수 있다.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 폐기물 줄이기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의 비거니즘

 

유행에 민감한 패션 업계 특성상 해마다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이 엄청나다.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의류 폐기물은 무려 181.7톤에 달한다.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는 자연적으로 분해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린다. 폐기된 옷을 소각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또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할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4인 가족 6일 치 생활용수와 맞먹는다.

 

 

 

 

해마다 버려지는 양이 엄청난 의류 폐기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컨셔스 패션이다.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만든 의류를 뜻한다. △버려진 의류나 찢어진 낙하산, 카시트 가죽 등 이미 쓰임을 다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의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법으로 염색한 의류 △합성섬유 대신 천연소재로 만든 원단이나 식물성 가죽으로 만든 의류 등이 컨셔스 패션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프리사이클링(Precycling)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폐기물 처리의 완전하지 못한 해결책 ‘재활용’

우리나라 분리 수거율은 OECD 국가 중 2위에 이른다. 그러나 분리수거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오염이 심해서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 비용이 더 커서 곧장 매립되는 쓰레기가 적지 않다. 재활용도 완전한 정답은 아니다.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폐기물을 재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재가공 과정에서도 상당 부분이 버려지고, 새로 만든 제품도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최근 등장한 프리사이클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으로 꼽힌다. 프리사이클링은 ‘미리’라는 뜻의 접두사 ‘프리(pr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부터 미리 환경을 생각해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소비를 말한다. 코로나 이후 배달의 급증으로 일회용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프리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리사이클링의 대표적 실천 방법인 ‘개인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프리사이클링의 대표적 실천 방법에는 카페에 갈 때 텀블러 가지고 가기,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 들고 가기, 음식 배달시킬 때 일회용품 안 쓰는 곳 이용하기, 물건 구매할 때 전자영수증 요청하기,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하기, 제로 웨이스트 제품 구매하기 등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제품에는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 소프넛 주방세제와 삼베·루파 수세미, 왕겨 도마와 밀랍 랩 등이 있다.

 

 

 

 

여행작가 권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