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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삼보삼락(三寶三樂)이 있는 예술의 섬, '진도'

 

  그 섬에 가면 어깨가 들썩인다.  논두렁 걸어가는 어르신을 붙잡고 소리 한 자락을 청하고 싶은 곳,  후미진 작은 식당에도

 멋진 그림이 걸려 있고, 집집마다 황구와 백구가 주인을 반기며 꼬리치는 곳,  진도아리랑의 노랫말처럼 “노다 가세 노다

 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 나~ 가세”하고 날이 저물어 달이 솟아도 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 진도다.
  진도를 여행하다보면 왜 진도에서 소리와 그림과 글씨를 자랑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법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여유로운 풍광과 사람들이 눈에 선한 진도를 다녀왔다.

 

 

 

 


 

  민가와 어우러진 남도석성, 바다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

 

 진도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2시를 넘어섰다.  진도대교를 지나니 이순신 장군 동상이 위엄 있게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조용한 남녘의 바다와 달리 진도대교 아래 바닷물은 성난 태풍이 휘몰아치듯 물살이 급하기만 하다.  

 

이곳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은 울둘목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소용돌이치는 바닷물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 부랴부랴 정신을 챙겨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남도석성으로 차를 몬다.
 남도석성으로 가는 길은 진도군을 가로질러야 한다.

 

 가는 길마다 한해농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푸릇하게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게 뭘까 궁금한 마음에 차를 길옆으로 세워본다. 대파다. 진도는 사계절 파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특히 겨울대파가 지역특산물로 유명하단다. 차로 이동하면서 들녘 곳곳에서 대파를 싣고 있는 화물차를 목격할 수 있다.

 

 싱그러운 봄내음은 바다향을 머금어 더욱 상쾌하기만 하다. 그렇게 50분가량을 달려 남도석성에 도착한다. 바다를 바라다보고 서있는 석성의 모습이 흥미롭다. 남도석성은 고려시대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고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성이다.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편이다.

 

 특히 쌍교와 홍교는 성의 외곽을 건너다니기 위하여 축조한 작은 무지개다리인데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란다. 성곽에 올라서면 성안에 들어찬 살림집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빨래를 내걸고 있는 할머니와 마당 한켠에서 널브러지게 낮잠을 자는 황구의 모습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30분정도면 성곽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성곽뿐만 아니라 성내에 자리 잡은 민가 골목길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홀한 빛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세방낙조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각, 진도최고의 낙조조망대라 일컬어지는 세방낙조 전망대로 향한다.  진도에는 세방낙조 전망대 외에 급치산 전망대가 유명하다. 자동차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를 돌아봐도 좋다. 전망대를 달리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다도해 드라이브 코스다.

 

 우거진 수풀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전해주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조망은 일상에 찌든 육체와 감성을 일순간에 씻어낼 수 있다. 탁 트인 세방낙조 전망대에 서면 손가락 발가락을 닮은 섬, 구멍 뚫린 섬이라 하여 공도라 불리는 혈도, 사자가 바다가운데 누워 쉬고 있는 듯한 광대도까지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낙조와 어우러져 두 끼를 굶고서 먹는 비빔밥처럼 잘 비벼진 아름다운 맛이다.

 

 

 시계바늘이 6시10분을 넘어서자 하늘빛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짧은 순간 하늘빛은 붉은 조명을 밝힌 듯 색이 변해버린다. 색의 화려한 변신을 사진에 담기 위해 구경에 나선 사람들마다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하루 동안 지천을 밝히느라 힘들었을 태양은 뜨거운 빛을 발산하며 바다 끝으로 몸을 숨긴다.

 

 그 사이 “넘어간다, 넘어간다.”라며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해에게 인사라도 건네듯 사람들은 안녕을 고한다. 보배 같은 섬, 진도는 그렇게 황홀한 빛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자연산 회와 홍주의 절묘한 만남

 

“진도는 어부들이 새벽에 일 나가서 싱싱한 놈을 잡아와요. 그러니까 믿을 수 있어요.”

 

장사치의 괜한 말이 아니다. 진도에서 맛보는 회는 대부분 자연산 회다. 그중에서 진도참전복은 특산물로 유명한 덕에 대규모 양식장이 발달해있다. 참전복과 함께 진도의 명주 홍주를 마신다면 진도진미를 맛보는 식도락 여행이 시작된다.

 

 진도 홍주는 세방낙조의 붉은 색을 그대로 담은 듯 색감이 화려하다. 40도가 넘는 독한 술이지만 뒤끝이 깨끗하다는 게 주당들의 평가. 진도에서 술 좀 한다는 주신들은 맥주7홉에 홍주를 살짝 섞어 마시는데 저마다 자기가 만든 술이 최고라며 너스레 떤다.

 

 하지만 주당들도 인정해주는 최고의 제조법은 맥주위에 홍주가 얇은 연막을 치듯 살포시 올라앉은 모습이다. 맛 또한 맥주의 시원함과 홍주의 진한 맛이 입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그뿐이 아니다. 첫맛은 홍주의 독함으로 뒷맛은 맥주의 시원함으로 마무리한다. 시원하게 한잔을 비우고서야 비로소 주당들이 홍주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배를 띄어 노닐고 싶은 곳  운림산방

  

진도에는 3보3락이 있다. 진도3보는 진돗개, 구기자, 곽(미역)이고, 진도3락은 진도 민요, 서화, 토속주 홍주이다. 음식도 문화이고 그림과 민요도 문화이니 역시 진도는 예술의 섬이란 별칭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하다.


진도여행에서 빼놓을 수없는 곳이 진도3락 중 하나인 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운림산방이다. 상록수가 울창한 첨찰산을 배경으로 소치 허련이 지었다는 운림산방은 봄날부터 가을까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연못과 화실 그리고 첨찰산이 만들어내는 조화미는 역시 화가의 시각은 남다르다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진도사랑이 각별하다. 그의 영화 <서편제>와 <천년학>은 진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한 영원한 오빠 욘사마 배용준과 칸의 여왕 전도연이 주연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화가의 집 운림산방 연못에 배를 띄워 진도의 멋스러움을 한껏 드높였다. 운림산방은 봄부터 가을까지가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소치 허련 선생을 시작으로 5대를 이어온 남종화가 집안의 화실은 서화에 문외한인 사람도 눈을 닦고 그림을 보게끔 만든다. 같은 집안의 남종화라 하지만 각자의 독창적인 개성이 묻어나는 소치 선생 가문의 화풍. 5대가 화풍을 이어가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일로 진도의 자랑거리임에 틀림없다. 이 계보가 앞으로도 계승되길 바라본다.

 

 예술과 아름다운 자연이 구성진 아리랑처럼 휘감아 돌아가는 진도는 보배처럼 아름다운 섬임에 틀림없다.

 

 

 

 ■ 진도 찾아가기
   승용차 목포IC 진출하여 진도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도로공사구간과 요철주의 구간이 많으니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고속버스 서울 센트럴터미널에서 첫차 07:35을 시작으로 1일 4회 운행한다.
 ■ 진도에서 자연산 회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곳

   진도수산시장에서 회를 구입하고 2층 식당으로 올라가면 1인당 기본 상차림이 4천원이다. 위치는 진도 보건소 맞은편

   (진도군 진도읍 남동리 775-3), 전화(061-542-7788)
 ■ 문화체험

   국립남도국악원(http://www.namdo.go.kr)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과 국악체험을 함께할 수 있다.  

   그 외에 진도군청 홈페이지(http://tour.jindo.go.kr/)를 이용하면 숙소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기타문의  진도군 관광문화과 061-844-0151 

 

 

 

글 · 사진 / 임운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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