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삶이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우아하게, 품격있게, 웃으며 살자. 부정보다는 긍정으로, 비관보다는 낙관으로 세상을 보자. 세상은 보는 대로 보인다. 밝아온 2017년에는 책을 가까이 해보자. 삶의 격을 높이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자. 앎을 채워가는 삶은 언제 어디서나 늘 아름답다. 그런 삶에 책이 딱 제격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내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으니, 그건 책에 의해서 였다”고 했다. 동양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상인의 재능도 논어를 통해 충분히 배양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고귀한 씨앗’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씨앗을 당신에게 옮겨심는 일이다. 앎에 갈증을 느끼고, 방향이 헷갈리고, 마음이 어수선하면 책을 읽어라. 책은 횃불이다. 당신의 지식을 밝혀주는 불빛, 당신의 방향을 밝혀주는 등대다. 책은 지식을 쌓고, 비즈니스 노하우를 터득하고, 필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맺는 데 두루두루 쓰이는 만능키다.





책은 ‘거인의 어깨’다. 그 위에 올라서면 예전에 보지 못한 세상, 더 넓은 세상, 다른 세상이 보인다. 당신 자신이 거인이 아니라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거기에서 지금까지 못 본 세상을 봐라. 두뇌를 창의적으로 바꾸고 지식을 두텁게 쌓아라. 삶은, 품격은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책을 벗해라. 그럼 삶이 달라진다. 우아하고, 품격 있고, 지적으로 바뀐다.




"돈이 조금 생기면 책을 산다. 그리고 남는 것이 있으면 음식과 옷을 산다.(에라스무스)"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사둘만 하다.”(존 러스킨)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 데 게으르지 마라.”(오스틴 펠프스)
“책을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까지 살 수 있다면 말이다.”(쇼펜하우어)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을 사서 읽으라”고 한다. 이구동성에는 다 그만한 이유 가 있다. 양서는 가슴에 새길 대목이 많다. 문장이 수려하고, 함의도 깊다. 밑줄 그어가며 읽고, 나중에 그곳만 훑어봐도 양식이 된다. 세월을 좀 익혀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그게 양서의 묘미다. 책꽂이에 하나둘 책을 꽂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막스 베버는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했다.





커피 서너잔 값이면 책 한권을 산다. 한데 책은 책값의 열 배, 백 배, 천배로 가치를 불려준다. 만오천 원 아끼자고 책을 사지 않는다면 정말 좀스런 인생을 사는 거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쓰고 어리석은 사람은 재미에 돈을 쓴다. 전자는 투자, 후자는 낭비다. 무턱대고 삶을 건조하게 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재미에만 치중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전과 다른 이후의 삶을 원한다면 이전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읽지 않았다면 읽어야 하고, 게을렀다면 부지런해야 하고, 뒤졌다면 앞서야 한다.




첫 만남은 누구나 어색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통하면 둘도 없는 벗이 된다. 책과의 만남도 처음에는 조금 서먹하고 버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의 물꼬만 터도 책이 얼마나 유익한 벗인지를 금세 알게 된다. 문지방을 건너야 세상으로 나가고, 8부능선을 넘어야 정상에 오른다. 세상에 쉬우면서도 가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어렵다고 멈추면 당신은 늘 그자리다. 어려우면 거듭 다시 읽어라. 그럼 쉬워진다.





‘내일 읽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그다음 날도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순간을 미루면 영원히 미룬다. 그래서 습관이 무섭다. 시간이 없다고 둘러대지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하라. 책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 파스칼 메르시어는 “우리는 자기 결정을 위한 운명의 순간을 종종 뒤돌아보고서야 깨닫는다”고 했다. 세상은 ‘지금’을 잡는 자가 앞서간다. 안 보이면 바로 안경을 써라. 책은 당신 인생 최고의 명품 안경이다.




글 /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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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두는 데 적절한 시기가 있을까. 우리는 도전을 시작하거나 포기할 때 생물학적 나이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무엇이든 젊은 나이에 시작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동의하다가도, 적잖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일화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현재의 직업에서 성공을 거두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내 나이는 너무 많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젊은 것일까.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바라바시 알베르트 라슬로 교수가 이끈 이 연구는 ‘과학자가 걸출한 업적을 이루는 시기를 예측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1893년 이래 논문을 발표한 물리학자 3000여명을 추려내 이들 연구의 영향력과 생산성이 연구 경력이나 나이 등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영향력은 논문이 발표된 후 10년 동안 다른 논문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를 집계해 계량화했고, 생산성은 특정 시기에 발표된 논문의 수를 세는 식으로 측정됐다.





석 결과, 연구팀은 논문의 영향력과 그 논문이 발표된 시기 간에 상관관계를 찾아내지 못했다.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게 성공과 동의어라면, 과학자들의 성공은 그야말로 ‘랜덤’이었다. 학계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훌륭한 논문은 과학자들의 연구 경력 전 시기에 걸쳐 발표됐다. 해당 과학자의 첫번째 논문이 가장 훌륭한 논문일 수도 있고, 연구 경력의 중반부에 내놓은 논문이 최고일 수도 있고, 생애 마지막 논문이 으뜸일 수도 있었다. 연구팀은 과학자들이 처음 연구를 시작한 나이,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했던 당시의 연구 경력 등을 모두 고려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성공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없었다. 무작위였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과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펜의 예를 들었다. 윌첵은 그의 첫번째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반면 펜은 연구 경력 후반부에 쓴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과학자의 성공은 그 자신의 나이나 연구 경력보다 오히려 생산성과 더 관련이 높았다. 논문을 많이 발표할수록 그 가운데서 주목받는 논문이 나올 확률도 컸다는 뜻이다.





물론 직업에 따라서는 나이가 성공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일 때도 있다. 몸을 써야 하는 무용수나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타고난 재능과 성격도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갤런슨은 창의적인 천재를 개념적 천재와 실험적 천재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파블로 피카소가 개념적 천재라면 폴 세잔은 실험적 천재였다. 피카소는 번뜩이는 천재성을 타고난 덕분에 세계적 화가가 됐고, 세잔은 하나의 걸작을 얻기까지 도전과 실수를 반복했던 근성이 있어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갤런슨도 천재를 분류할 때 성공하기에 적절한 나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되레 나이의 중요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문학 연구가들에게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 11편’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한 뒤 그 결과를 받아봤다. 그리고 여기에 선정된 시를 쓰던 당시 해당 시인들의 나이를 검토했다. 훌륭한 시를 써낸 시인들의 나이는 23세부터 59세까지 다양했다. 시를 쓸 때 나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때 나이를 심사숙고하는 이유가 ‘초점 착각’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점 착각은 일부만 집중해서 본 나머지, 그것을 전부로 여기는 현상을 말한다. 나이라는 변수를 과대평가 하다보면 성공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은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거나 목표 달성을 포기한 적이 있는가. 나이가 성공을 좌우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당신은 성공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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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그의 첫 마디는 "유통기한이 지났으니 그냥 드릴게요" 였다. 지금 살고있는 오피스텔로 이사온 첫날 새벽, 1층 편의점 알바생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삼각김밥의 뒷면을 봤다. 유통기한이 고작 3분 지났는데 연신 미안해하던 그는 기어코 김밥을 무료로 줬다. 다음날 한 라면을 집어들자 그는 "그거 별로 맛없어서 별로 안나간다"고 했고, 언젠가 술을 마시고 비틀대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오피스텔 입구서 담배를 피던 그가 황급히 여명808을 들고 뛰어와 손에 쥐어줬다. 자기도 동생이 있는데 매일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비슷해서 주는 거라고 했다.





그는 모든 이에게 친절했다. 근처 타임스퀘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찾아오면 "서 계시느라 힘드시죠?"라고 먼저 묻고, 술먹고 매장안에서 토하는 이를 다독여 집으로 올려보낸뒤 토사물을 묵묵히 걸레로 닦았다. 그는 30대 중반으로, 오피스텔 1층 편의점서 일한지 벌써 3년 반이 넘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여기저기 직장을 전전했지만 잘 되지 않아 아는 형님이 차린 편의점일을 돕고 있단다.





신기한 건 오피스텔에 사는 모든 이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납게 생긴 15층 아저씨도 10~20분씩 그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걸 여러번 봤다. 도도하게 생긴 6층 처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긴 고민을 묻기도 했다. 신기한 건 그에게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다. 19층 신혼부부는 꼭 아이스크림을 6개 사서 1개를 그에게 줬다. 우리 옆옆집 아저씨는 라이터를 빌린 뒤 사과 2개를 건네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오피스텔에 사는 손님들의 직업 등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한번 내 목에 걸린 네임택을 본 뒤부터는 나에게도 "김영란법 시행되면 더 자주 오시겠네요"하고 웃었다. 그래서 그런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한두마디씩 얘기를 나누는 게 그렇게 힐링이 됐다.





손님이 계산대로 다가오면 손을 뻗어 받아들고, 항상 웃고, 안색이 안 좋다며 걱정해주는 그에게서 이 삭막한 오피스텔 사람들이 별거 아니지만 별거 아니라서 더 따뜻한 사람 냄새를 맡는가 보다, 했다. 잇속을 챙기고, 주판알을 굴리고, 상대방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따지는 실날같은 인간관계가 판치는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그에게서 조금씩 배우는 거 같다.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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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더 멋진 10년 후를 꿈꾼다. 물질이 더 풍족해지기를, 가정이 더 화목해지기를, 지식이 더 두터워지기를, 인품이 더 바로 서기를, 명예가 더 빛나기를 소망한다. 10년 후는 언젠가 모두에게 똑같은 ‘오늘’이 된다. 그러나 다가오는 모습은 사뭇 다를 것이다. 10년 후의 인생 스케치는 당신이 직접 해야 한다. 당신의 꿈은 누구도 대신 꾸지 못한다. 당신의 10년 후는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 그건 온전히 당신 것이다. 시작보다는 끝이 창대한, 갈수록 아우라 빛나는 삶을 꿈꾸자.






현재는 미래의 씨앗이다. 오늘 뿌린 씨앗이 내일의 열매가 된다. 풍성하게 뿌려야 풍성하게 거둔다. 정성을 기울여야 열매가 영근다. 10년 후 반도체로 살지, 그냥 쇠붙이로 살지는 당신이 오늘 뿌린 씨앗이 결정한다. 꿈이 없으면 사소한 일상을 사소하게 살고, 목표가 분명하면 사소한 일상이 충실히 채워진다. 꿈이 있는 인생은 자기 ‘답게’ 살고, 꿈이 없는 인생은 그저 되는 대로 산다. “목적이 있는 사람은 험난한 길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사람은 순탄한 길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이다. 꿈의 로드맵을 그려라. 그러면 당신 삶이 달라진다.






이미지도 콘텐츠다. 속이 알차도 겉이 허술하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세상이다. 당신은 약속을 잘 지키는가? 정직한가? 어떤 사실을 습관적으로 부풀리는가? 옷차림은 단정한가? 월급을 받는 만큼만 일하는가? 자신의 단점을 애써 숨기는가? 자기합리화를 자주 하는가? 수시로 이중잣대를 쓰는가? 험담을 자주 하는가?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가, 아니면 의견이 다르면 바로 목소리를 높이는가? 사실 이 정도 질문이면 당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체크하는데 충분하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공자의 말이다.






누구에게나 허물이 있다. 인격에 흠이 있는 자, 습관에 흠이 있는 자, 성격에 흠이 있는 자, 지식에 흠이 있는 자…. 세상은 흠집투성이다. 뱀은 허물을 벗어야 산다. 제때 허물을 벗지 못한 뱀은 그 허물에 갇혀 죽는다. 뱀에게 허물은 생사의 갈림이다. 허물은 스스로 벗어야 한다. 누구도 대신 허물을 벗겨주지 못한다. 허물 벗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허물을 벗는다는 건  삶의 다음 단계로 내딛는 도전이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개안이다. 더 높이 날려는 몸부림이다. 허물을 벗고 높이 날아라.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근사하다.






지식은 언제 어디서나 유효하다. 상식 역시 늘 유용하다. 앎은 주체적 삶의 토대다. 스스로 판단하고, 멀리 내다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힘이다. 지식이 바로 생존력인 사회, 그게 바로 지식사회다. 앎의 중심에 책이 있다. 읽는 자가 세상을 앞서간다. 커피 서너 잔 값이면 책 한 권을 산다. 한데 책은 책 값을 열 배, 백 배로 불려준다. 엄청 수지맞는 장사다. 책 값을 아끼는 건 정말 좀스런 인생을 사는 거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쓰고, 어리석은 사람은 재미에 돈을 쓴다. 전자는 투자, 후자는 낭비다. 좋은 책은 저평가된 가치주다. 오래 품으면 큰돈이 된다.






지식은 지성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성인은 지식과 품성을 겸비한 사람이다. 지식만을 쌓은 지성(知成)이 아닌, 지식과 품성이 짝을 이룬 지성(知性)이다.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은 “지식 없는 성실은 허약하고, 성실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고 했다. 아우라 빛나는 삶을 원한다면 앎으로 채우고 품성으로 바로 서라. 진정한 지성인은 배움으로 진보하는 자, 인품으로 모범이 되는 자다. 인품을 바로 세워라. 절름발이 지식인보다는 근사한 지성인이 돼라. 날마다 앎을 더하고 인품을 닦아라. 그럼 당신의 10년 후는 저절로 빛나고 근사해진다.






영국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은 “우리 시대의 근본적 착오는 물질의 지나친 숭배”라고 꼬집었다. 공자는 “군자는 덕을 먼저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돈은 분명 필요하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성공과 실패도 부(富)의 크기로 가름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돈에 저당 잡혀서는 곤란하다. 돈을 향한 맹신은 때로 삶의 소중한 것을 가린다. 삶은 ‘저글링’이다. 가족, 건강, 친구, 지식, 일, 취미, 명예의 조화로운 핸들링이다. 이익만을 지나치게 좇으면 품격이 얕아진다. 명품을 걸쳐도 내면이 초라하면 촌티가 난다.






“분주한 자들은 하나같이 처지가 딱하다. 그중에서도 자기 일에 분주한 것이 아니라 남의 잠에 맞춰 자기 잠을 조절하고, 남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는 자들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 인생에서 당신의 것이 얼마나 적은지 생각해보라.” 로마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 혹여 남의 장단만 맞추고 타인의 평판에만 신경 쓰다 정작 ‘당신만의 것’은 텅 비지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봐라. 비교의 습관을 버리고, 당신 이름으로 살아봐라. 존재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신의 존재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당신의 발로 당당히 서고 당당히 걸어라. 남의 외침만 되받아주는 메아리로 살지 마라.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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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道家)의 대가 노자는 자연의 이치를 가슴에 오롯이 담으라 했다.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면 영혼이 맑아지고, 천하도 거느릴 수 있다고 했다. 도가의 도(道)는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길, 천하를 다스리는 치세(治世)의 길이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듯하면서도 쉬운 게 도라는 길이다. 도가의 무위(無爲)는 한가하게 산천만 거니는 유유자적한 삶이 아니다. 그건 영혼의 티끌을 비우는 수양의 과정이다. 채우기도 어렵지만 비우기는 더 어렵다. 비움에 ‘도(道)’가 붙어다니는 이유다. 완전한 비움의 경지, 그게 바로 도의 경지다.




“도(道)에 가장 가까운 건 물이다(上善若水).”
노자는 만물 중 물이 도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그는 누구도 싫어하는 ‘낮고 더러운 곳’으로 흐르는 물에서 대도(大道)를 봤다. 고정된 자기 형상이 없으면서도, 억지로 길을 내지 않으면서도 만물을 풍요롭고 번성케 하는 물에서 스스로 낮춰서 높아지는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봤다. 자신을 먼저 채운뒤 흐르는 겸허함을, 친소(親疎)를 가리지 않는 포용성을, 유약한 듯하면서 때론 거대한 바위도 밀쳐내는 엄청난 내공을 봤다.





물은 만물을 두루 적신다. 하지만 먼저 자신부터 채운 뒤 흐른다. 그 겸허함이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자기 형상을 고집하지 않는다. 처마의 낙숫물이 스스로가 작고 초라하다고 한탄하지 않고, 대해(大海)가 크고 넓다고 목에 힘을 주지 않는다. 시냇물로, 샘물로, 때론 강물로 대지를 넉넉히 적실 뿐이다. ‘나를 닮으라’고 강요하지도, 앞물을 앞서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모든 물을 받아 바다가 된다. 물은 스스로 낮춰 바다가 되는 이치를 안다. 태산은 곧은 나무 굽은 나무를 가리지 않고, 바위와 티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 아우름으로 산은 절로 태산이 된다. 다 받아주니 태산(太山)이다. 산은 크게 품어 높아지는 이치를 안다.




물은 만물을 이루고도 공(功)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를 좀 봐달라’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적시면 그뿐,  다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왼손이 시작하기도 전에 오른 손이 먼저 아는 ‘인간의 손’을 부끄럽게 만든다. 봄에 만물을 싹틔운 물은 그 싹에 걸터 앉아 ‘내 공이요’라며 으스대지 않는다. 다만 여름으로 슬며시 옮겨갈 뿐이다. 노자는 “자연은 만물을 낳고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만물을 위하되 ‘나만 믿으라’ 하지 않고, 만물을 길러주되 ‘내 뜻’대로 주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루고도 드러내지 않아야 제대로 이룬 것이다. 드러냄은 인정 받고자 함이다. 그 조급함이 상처를 부른다.





세상엔 공(功)으로 되레 해를 입는 어리석음이 의외로 많다. 옛말에도 ‘곧은 나무가 먼저 베이고, 맛좋은 샘이 일찍 마른다’고 했다. 경솔하면 근본을 잃기 쉽다. 작은 공을 부풀리지 마라. 그럼 그 작은 공적이 더 작아진다. 노자는 “성과를 이루고도 뽐내지 말고, 성과를 이루고도 으스대지 말며, 성과를 이루고도 교만하게 굴지 마라”고 했다. 세상의 평판에 목을 빼지 마라. 이루면 이미 그것으로 족하다. 작든, 크든 그게 당신이다.




삶은 맑고 좀 투박한 게 좋다. 그런 삶은 스스로에게 은혜가 되고, 타인에게도 덕이 된다. 빛이 너무 강하면 눈이 부시게 마련이다. 그래서 노자는 “곧아도 방자하지 말고, 빛나도 눈부시지 마라(直而不肆 光而不耀)”고 했다. 이익에만 집착하고, 명성에만 매달리면 영혼은 늘 요동을 친다. 외물(外物)은 언제나 마음을 휘젓는다. 인간은 ‘외물적 동물’이다. 보이는 것에 울고 웃는다. 현대인에게 최대 건강의 적이라는 스트레스도 대부분 외물에서 온다. 남보다 낮아서 스트레스고, 남보다 작아서 스트레스고, 남보다 덜 빛나서 스트레스다. 당신의 무게를 늘 ‘남의 저울’로 잰다.





물은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는다. 한데 스스로 고요함에 머물러 탁함을 청아함으로 정화한다. 고요함에서 멀어질수록 탁함이, 스트레스가 그 틈새에 끼어든다. 고요함은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 방탕했다. 그런 그가 ‘발가벗은 속죄’ 위에 하느님을 향한 반석 같은 믿음을 세웠다. 그의 <고백론>은 애절한 죄의 고백이자, 주님을 향한 간절한 다가섬이다. 믿음을 채운 자에게나, 믿음을 비운 자에게나 그의 고백은 애잔한 울림을 준다. 특히 이 고백이 그렇다.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안으로 들어가라.”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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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를 받았다. 내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은 1988년 1월 1일. 최초 가입자다. 지금까지 335개월을 부은 것으로 나와 있다. 만 60세까지 385개월을 납부한 뒤 받을 수 있는 연금은 1496000원(현재 가치). 150만원이 채 안되는 셈이다. 앞으로 50개월을 더 부어야 한다.


그리고 만 62세(2022년 4월) 다음 달부터 연금을 지급받는다. 향후 소득과 물가 상승에 따른 미래가치 예상연금월액은 1850000원 이었다. 연금을 받는 시점의 예상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수입은 이것이 전부인데 생활비에도 부족할 터. 수입을 보충해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내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내가 70까지는 현역 생활을 할 테니까 큰 걱정을 하지 말라." 물론 내 생각이다. 경제활동 나이를 70으로 잡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모든 여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현역을 유지할 수 있다. 새벽마다 열심히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생활도 그때까지 했으면 좋겠다. 글쓰기와 취재는 나의 천직이다. 대학 강의도 마찬가지. 영원한 현역을 꿈꾼다고 할까.


얼마 전 기사다. 뉴욕타임스가 식자재 배달사업도 한단다. 생뚱 맞은 소식 같지만 사실이다. 신문사가 유통업에 뛰어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권위지다. 왜 그럴까. 돈 되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신문이 사양산업이 된지 오래다. 광고수입도 줄고, 판매수입도 형편 없다. 오히려 버티는게 신기할 정도다.


신문을 보지 않는 것은 전 세계가 비슷한 현상. 우리나라 신문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신문사는 대기업에 비하면 하꼬방 수준. 경영이라고 할 것도 없다. 구멍가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니 직원 대우도 대기업에 훨씬 못 미친다. 내가 1986년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신문사 월급이 일반 대기업의 2배 정도 됐다. 그래서 친구들의 부러움도 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역전됐다. 지금은 대기업과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신문사가 돈을 잘 벌지 못하니 대우를 잘해 줄 수 없다. 그래도 천직이려니 하고 다닌다. 오늘의 나와, 우리 가족을 있게 해준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난 솔직히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벌어놓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내일 죽음이 닥친다 해도 무섭지 않다. 마음을 비운 뒤로 생긴 변화다. 그러다보니 아쉬운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 다만 건강은 챙긴다.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요소도 건강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들 몸이 아프면 소용 없다. 건강해야 돈도 쓸 수 있는 것. 몸이 성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70까지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내 목표도 70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 물론 내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 오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열정과 건강을 유지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나이 먹었다고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 그럼 뒷방 노인네 취급을 받는다. 나이 들수록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몇 달 전의 일이다. 뜻밖의 비보를 들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모셨던 김성호 전 주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 원래 TBC, 중앙일보 출신. 중앙일보에서 정년퇴직한 뒤 문화일보를 거쳐 파이낸셜뉴스에 오셨었다. 영원한 현역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기자생활만 50년 가까이 하셨다.


우리 논설위원들이 돌아가시기 두 달 전쯤 광화문에 나가 저녁을 함께 했었다. 당시도 굉장히 건강해 보이셨다. 적어도 백수를 누리리라 생각했다. 아들은 없고, 딸만 셋을 두셨다. 가정도 다복했다. 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찬. 성가대 활동도 열심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히 편찮으신 데도 없었다.


왜 돌아가셨는지 궁금하다. 내가 어떻게 될 지는 세상 누구도 모른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만난 '나눔모임' 회원들과도 같은 얘기를 했다. 인생 80이라도 해도 길지 않다.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 할 일을 뒤로 미루면 안 된다. 나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을 중시한다.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최선을 다하면 내일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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