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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도전을 주저하는 당신, 성공하기 좋은 나이는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두는 데 적절한 시기가 있을까. 우리는 도전을 시작하거나 포기할 때 생물학적 나이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무엇이든 젊은 나이에 시작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동의하다가도, 적잖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일화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현재의 직업에서 성공을 거두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내 나이는 너무 많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젊은 것일까.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바라바시 알베르트 라슬로 교수가 이끈 이 연구는 ‘과학자가 걸출한 업적을 이루는 시기를 예측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1893년 이래 논문을 발표한 물리학자 3000여명을 추려내 이들 연구의 영향력과 생산성이 연구 경력이나 나이 등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영향력은 논문이 발표된 후 10년 동안 다른 논문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를 집계해 계량화했고, 생산성은 특정 시기에 발표된 논문의 수를 세는 식으로 측정됐다.





석 결과, 연구팀은 논문의 영향력과 그 논문이 발표된 시기 간에 상관관계를 찾아내지 못했다.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게 성공과 동의어라면, 과학자들의 성공은 그야말로 ‘랜덤’이었다. 학계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훌륭한 논문은 과학자들의 연구 경력 전 시기에 걸쳐 발표됐다. 해당 과학자의 첫번째 논문이 가장 훌륭한 논문일 수도 있고, 연구 경력의 중반부에 내놓은 논문이 최고일 수도 있고, 생애 마지막 논문이 으뜸일 수도 있었다. 연구팀은 과학자들이 처음 연구를 시작한 나이,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했던 당시의 연구 경력 등을 모두 고려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성공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없었다. 무작위였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과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펜의 예를 들었다. 윌첵은 그의 첫번째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반면 펜은 연구 경력 후반부에 쓴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과학자의 성공은 그 자신의 나이나 연구 경력보다 오히려 생산성과 더 관련이 높았다. 논문을 많이 발표할수록 그 가운데서 주목받는 논문이 나올 확률도 컸다는 뜻이다.





물론 직업에 따라서는 나이가 성공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일 때도 있다. 몸을 써야 하는 무용수나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타고난 재능과 성격도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갤런슨은 창의적인 천재를 개념적 천재와 실험적 천재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파블로 피카소가 개념적 천재라면 폴 세잔은 실험적 천재였다. 피카소는 번뜩이는 천재성을 타고난 덕분에 세계적 화가가 됐고, 세잔은 하나의 걸작을 얻기까지 도전과 실수를 반복했던 근성이 있어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갤런슨도 천재를 분류할 때 성공하기에 적절한 나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되레 나이의 중요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문학 연구가들에게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 11편’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한 뒤 그 결과를 받아봤다. 그리고 여기에 선정된 시를 쓰던 당시 해당 시인들의 나이를 검토했다. 훌륭한 시를 써낸 시인들의 나이는 23세부터 59세까지 다양했다. 시를 쓸 때 나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때 나이를 심사숙고하는 이유가 ‘초점 착각’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점 착각은 일부만 집중해서 본 나머지, 그것을 전부로 여기는 현상을 말한다. 나이라는 변수를 과대평가 하다보면 성공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은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거나 목표 달성을 포기한 적이 있는가. 나이가 성공을 좌우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당신은 성공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