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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퇴근할 때 유난히 아픈 발, 만성 정맥부전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퇴근하려고 사무실을 나섰을 때 신발이 유난히 꽉 끼거나 발이 아팠던 경험,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다리가 유독 묵직하거나 뻐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출근하던 때보다 발이나 다리가 부었다는 얘기다. 퇴근 후 푹 쉬거나 자고 일어나면 대개 괜찮아지지만, 이런 증상이 오래 계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엔 하지정맥류나 정맥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 정맥부전으로 진단을 받으면 결국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 전에 심해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게 좋겠다.




사실 다리가 좀 붓거나 발이 좀 아픈 게 뭐가 그리 대수냐 하고 무심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났는데도 계속 아프거나 종아리 군데군데가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삶의 질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발이나 다리가 붓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이나 콩팥, 간 같은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체 일부가 붓게 된다. 혈액을 비롯해 여러 가지 체액이 몸 안에서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곳곳에 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다리에서 나타나면 종아리가 퉁퉁 붓거나 신발이 꽉 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장기의 문제 때문에 다리가 붓는 건 2차적인 원인이다. 이 외에 직접적인 원인도 있다. 바로 정맥부전이다. 심장이 뿜어낸 혈액은 동맥을 통해 다리와 발 끝으로 내려갔다가 정맥을 타고 다시 위쪽으로 이동해 심장으로 들어간다. 혈액이 몸 아래에서 위로 이동할 때는 중력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에 정맥에는 중간중간에 판막이 있다. 판막은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밸브 역할을 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선 자세로 계속 일하는 사람은 다리로 내려간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오기가 특히 어렵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로 피가 점점 몰리면서 붓게 된다. 정맥은 동맥보다 피부 표면에 더 가깝기 때문에 많은 피가 몰리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두드러져 나와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하지정맥류라고 부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진료 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16만4,000명에서 지난해 19만2,000명으로 5년 간 2만8,000명(17.2%)이나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많고,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상이 전체 진료 환자의 77.8%를 차지한다.





문제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잦거나 오래되다 보면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면 다리에 피가 몰리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정맥부전이다. 정맥부전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다리가 붓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당 부위의 피부색이 달라지거나 통증, 염증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까지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렇게 정맥부전이 일단 만성으로 진행하면 쉽게 낫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하지정맥류 증상을 겪는 사람은 병원에서 혈관 초음파로 판막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후 정맥부전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문제가 생긴 정맥 일부를 수술로 잘라내거나, 열 또는 레이저, 약물 등을 이용해 해당 혈관을 막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 정맥부전 약이 시중에 일부 나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수술이나 시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결국 정맥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게 최선이다. 일상생활 중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자세를 오래 취해야 한다면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구부리고 펴고 돌리는 등의 스트레칭 동작을 수시로 해줘야 한다. 근무 시간 중에는 출퇴근 때 신는 구두나 하이힐을 벗고 편안한 신발로 바꿔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너무 꽉 끼는 옷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벼운 조깅이나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도 평소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글 /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