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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천 년을 품은 한지공예 매력에 '풍덩' 빠진 날

 

 

       천 년의 세월을 오롯이 품고도 과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순백의 아름다움이라는 칭송에도 얼굴 붉히지 않을 한지.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한 심화숙한지공예관은 결마저 고운한지로 우리네 삶에 필요한 갖가지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다.

       서울 공릉초등학교 5학년 동갑내기 친구인 이규빈과 김주희가 이곳에서 한지공예체험에 나섰다. 보석함을 만드는 아이들의

       손길 사이로 한지의 아름다움이 시나브로 피어났다.

 

 

 

 

 

  

 

보석만큼 곱고 귀한 한지보석함을 만들기

 

규빈이는 청록과 흰빛이 어우러진 한지를 골랐다. 주희는 연분홍, 진분홍이 고운 보석함을 만들기로 했다. 보석함 골격을 갖춘 합지에 각각의 한지를 붙여 고운 빛깔의 보석함을 완성해야 한다. 심화숙 선생님이 전분 가루로 만든 풀과 신문지 등을 준비해 냈다.

 

“먼저 한지를 한 번 만져보세요. 부드러운 면이 있고 다소 거친 면이 있어요. 한지는 거친 면에 풀칠합니다. 풀은 적당한 양을 덜어 한지에 고루 칠해야 해요. 한지를 단면에 붙일 때에는 위쪽을 먼저 붙이고 아래쪽을 붙인 다음 양쪽 옆을 붙여요. 손으로 문지르면 보풀이 생기니까 신문지 등을 위에 덧대고 여러 번 문질러 주세요. 풀칠도 잘해야 하지만 문지르는 작업을 오래 꼼꼼하게 해야 한지가 들뜨지 않고 자연스럽게 붙어 단단해진답니다.”

 

심화숙 선생님은 하나하나 자세하게 만드는 방법을 일러줬다. 대수롭지 않은 듯해도 한지공예는 기초작업을 제대로 해야 아름답고 튼튼한 완성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규빈이와 주희가 풀칠하고 한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둘 다 손끝이 야무진지, 꼼지락 꼼지락 곧잘 따라 했다.

 

 

 

천 년을 머금은 종이, 건강에 좋은 한지 예찬

 

“한지가 합지 모서리를 따라 울지 않고 잘 꺾이지요? 양지하고는 달라요. 색이 곱고 부드럽고 결마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한지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심화숙 선생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한지는 먼지나 냄새를 빨아들이고, 공기를 맑고 깨끗하게 한다. 우리 몸에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한지를 통해 들어온 빛은 눈에 부드럽다. 흡수성과 발산성이 뛰어나다. 강하고 끈기 있는 성질임에도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가져 사람을 온화하게 만든다.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이처럼 한지의 매력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지천년 견오백년(紙千年 絹五百年),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지는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종이다.

 

 

 

전지·지호·지화·섬유 공예 등 종류도 다양한 한지공예

 

한지를 다루는 한지공예는 종류가 다양하다. 좁고 길게 자른 한지를 손으로 꼬아 노끈처럼 엮어 만드는 지승공예, 합지로 골격을 만들고 색 한지를 이용해 문양을 오려붙여 만드는 전지공예, 종이를 잘게 찢어물과 풀을 섞어 반죽해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지호공예, 종이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지화공예, 종이 실로 직물을 짜는 한지섬유공예 등이 대표적이다.

 

한지공예는 소재 자체가 소박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기초 과정을 끝내면 스스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심화숙한지공예관은 10여 년 전부터 한지공예체험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체험객이 대부분이고, 가까이 일본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즐겨 찾았다. 최근 노는 토요일이 정착되면서 국내 가족 단위 체험객도 부쩍 늘었다. 많게는 한 달에 1천 명이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고.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한지로 부채를 만들거나 보석함을 직접 만들고 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지는 어른들이 많아요. 한지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나면 누구라도 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답니다. 그것이 바로 한지의 매력이고 힘이에요.”

 

 

 

선물하기 아까울 정도로 귀한 한지보석함 완성!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손을 재게 놀린 덕분에 어느새 보석함 덮개 부분이 완성됐다. 규빈이와 주희는 완성한 덮개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가만히 놓아두고, 몸체 부분에 다시 한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풀을 바르고 한지를 붙이고 신문지를 덧대 꼼꼼히 문질러 주는 과정을 반복했다. 손끝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정성을 쏟는 모습이 제법 의젓했다. 그러기를 30분 남짓. 어느새 고운 한지보석함이 완성됐다. 아직 섣불리 만지면 안 된다. 풀이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풀이 말라 한지가 올곧게 붙어야만 곱고 단단한 보석함이 되기 때문이다. 연분홍, 진분홍빛깔이 고운 보석함은 주희의 밝고 환한 미소를 닮았다. 청록과 흰빛이 정갈한 보석함은 규빈이의 순한 성품을 그대로 담아낸 듯했다. 머리핀, 반지 등 소중한 액세서리를 담아둘 생각에 주희는 벌써 마음이 설레고, 엄마에게 선물할 요량이었는데 막상 완성하고 나니 욕심이 나는지 규빈이도 제가 갖겠단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은 아이들도 매양 같은 모양이다.

 

                                                                                                                               글 / 이은정 기자,  사진 / 하덕현 기자

                                                                                                                                          촬영협조 / 심화숙한지공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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