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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미국의 추석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칠면조 고기

  

 

 

  

 

 

국가명 터키 ‘Turkey’와 칠면조 ‘turkey’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나라 터키(Turkey)와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에 특별 요리로 먹는 칠면조(turkey)는 영문 철자가 똑 같다. 하나는 대문자 T, 다른 하나는 소문자 t로 시작할 뿐이다. 터키 사람들은 국가명이 칠면조와 같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터키’가 영어 속어로 ‘바보’ㆍ‘겁쟁이’ㆍ‘실패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라 이름 터키는 원래 중앙아시아 주변에서 흥망을 거듭한 투르크(Turk)라는 유목 민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돌궐(突厥)이라고 불렀다. 칠면조가 터키로 작명된 된 것은 카리브 해 주변 섬들을 서인도제도라고 부르게 된 것만큼이나 오해에서 시작됐다. 16세기 중반 터키 상인들이 유럽에 칠면조를 처음 소개했다. 처음에는 터키 닭(turkey hen)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줄여서 그냥 터키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전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유럽에 선 보인 칠면조의 원산지는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섬이다. 이보다 덩치가 큰 아메리카 칠면조도 스페인 정복자들이 16세기 후반 유럽에 전파했다. 신대륙 칠면조도 당시 오스만 튀르크의 상인들이 수입했다. 칠면조를 소개한 사람이 터키 상인이어서 같은 이름을 갖게 됐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인 가설(假說)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ㆍ대통령ㆍ칠면조는 따로 뗄 수 없는 관계

 

 

 

미국의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이다. 외지에서 사는 가족까지 한데 모여 저녁 식사 때 칠면조 고기를 먹으며 감사의 마음을 나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ㆍ대통령ㆍ칠면조는 따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추수감사절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첫 수확 뒤 신에게 감사를 드린 데에서 유래한다. 청교도들은 이날 경작 법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칠면조고기를 대접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을 ‘칠면조의 날’(Turkey day)이라 부르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칠면조에게는 끔찍한 날이다. 이날 엄청난 숫자의 칠면조가 희생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칠면조고기를 대개 크랜베리 소스와 곁들여 먹는다. 옥수수빵ㆍ으깬 감자ㆍ호박파이도 함께 상에 오른다.

 

추수감사절에 미국 대통령은 칠면조 한 마리를 매년 ‘사면’한다. 사면 받은 칠면조에게는 평생 도축의 위험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칠면조는 흰 머리 독수리 대신 미국의 국조(國鳥)가 될 뻔했다. 성품은 온화하지만 생김새가 ‘비호감’이어서 나라 새 경쟁에서 밀렸다. 칠면조 애호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칠면조가 탈락하자 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영양덩어리 슈퍼푸드 '칠면조'

 

 

 

미국의 영양 전문가 스티븐 프렛 박사가 선정한 14가지 ‘슈퍼 푸드’는 대부분 곡류ㆍ견과류ㆍ채소ㆍ생선ㆍ유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육류 중에 유일하게 슈퍼 푸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 칠면조고기이다. 칠면조 고기는 닭고기와 마찬가지로 백색육(白色肉)이다. 프렛 박사가 가장 높게 평가한 부위는 껍질 벗긴 칠면조 가슴살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기름기가 적은 단백질 공급식품이며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비율이 극히 낮다는 이유에서이다. 셀레늄ㆍ아연ㆍ비타민 B6ㆍ비타민 B12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것도 높이 샀다. 이 영양소들은 심장건강에 이롭고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기여한다.

 

영양적으로는 고단백ㆍ저열량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109㎉이며, 단백질은 21.8g, 지방은 2.9g 들어 있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높은데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이 100g당 296㎎ 들어 있어서 고지혈증ㆍ동맥경화증 예방을 돕는다는 것이 칠면조고기를 슈퍼 푸드 반열에 오르게 했다. 열량이 낮아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식으로도 추천된다.

 

 

 

우울증 예방도 '칠면조 고기'

 

 

 

다양한 칠면조 고기의 효능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우울증 예방ㆍ개선 효과이다. 우울 감을 덜어주고 숙면을 도울 것으로 기대 되는 칠면조고기의 성분은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은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의 제조 원료이다. 요즘 우울증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항우울제)은 체내에서 세로토닌이 분해되는 것을 막은 뒤 다시 몸에 재 흡수되도록 하여 약효를 발휘한다. 이와는 달리 칠면조고기ㆍ우유 등 식품을 통해 트립토판을 섭취하면 신체에 무리 없이 더 자연스럽게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 트립토판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각자의 체중 1㎏당 3㎎을 먹어야 하므로 체중이 70㎏인 남성이라면 매일 210㎎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미국인들은 칠면조고기를 ‘잠 오게 하는 고기’, ‘멍청해지게 하는 가금육’으로 여긴다. 처음에는 트립토판과 세로토닌이 추수감사절의 ‘수면제’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추수감사절 절식(節食)인 각종 탄수화물 식품들이 수면을 유도한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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