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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의 절식(節食)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의 절식(節食)은 송편이다. 지역에 따라 음력 2월 초하루인 중화절(머슴날)이나 설날에 송편을

     만들어 먹지만 송편은 역시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다.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내에서 온다”는 말도 있다.

 

 

 

 

 

 

 

소나무의 정기가 스며든 떡 '송편'

 

 

 

송편은 맵쌀(찰기가 적어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쌀)을 가루 내어 익반죽하고 녹두ㆍ콩ㆍ깨 등으로 소를 채워 빚은 다음 솔잎을 깔 찌면 완성된다. 송편이란 이름은 송편을 찔 때 켜마다 솔잎을 깔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래서 흰 떡에 솔잎에서 나오는 소나무의 정기(精氣)가 스며든 떡으로 흔히 묘사된다. 우리 조상은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추석 때 먹는 송편을 오례송편이라 했다. 오례는 올벼(햅쌀)를 뜻한다. 우리 민족이 봄ㆍ가을에 간식거리로 즐겨 먹는 떡으론  개피떡과 송편이 있다. 개피떡은 따뜻한 편이고 송편은 서늘한 편이다. 그래서 봄엔 송편이 먼저 나온 뒤 개피떡이 등장하며 가을엔 개피떡 먼저, 송편 나중이다. 봄 송편은 햇솔로 묵은 쌀의 향기를 새롭게 하지만 가을 송편은 햅쌀로 솔내를 맑게 해준다. 

 

문헌에 송편이 언급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680년 『요록(要錄)』에 송편은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기술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송편은 쌀가루에 무엇을 첨가하느냐와 무엇을 소로 넣느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멥쌀가루에 모시잎 찧은 것을 섞어 반죽하면 모시잎송편, 송기ㆍ도토리가루ㆍ칡가루ㆍ호박가루를 섞으면 송기ㆍ도토리ㆍ칡ㆍ호박 송편이라 한다.

 

지역마다 고유의 송편이 있다. 강원도에선 감자송편ㆍ무송편(무생채 첨가), 경상도에선 모시잎송편, 전라도에선 삐삐떡(삘기송편, 띠의 어린 새순 첨가)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함경도 등 북쪽에선 송편을 크게 만들고, 서울ㆍ경기에선 작게 빚는 것이 특징이다. 예부터 민간에선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처녀는 좋은 신랑감을 만나고 임신부는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져왔다. 또 “덜 익은 송편을 깨물면 딸을 낳고 잘 익은 송편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임산부들이 찐 송편을 일부러 씹어보기도 했다.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뒤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귀 쪽이면 딸이고, 뾰족한 끝 쪽이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다.


 

 

한가위 명절의 절식(節食) 종류

 

 

 

인절미도 우리 선조가 추석 전후로 즐겨 먹은 떡이다. 인절미는 찹쌀(찰기가 많은 쌀) 고두밥을 시루에 쪄서 안반이나 절구에 친 다음 가늘고 길게 또는 네모나게 썰어 고물을 묻힌 것이다. 한자명은 인병(引餠)이다. 차진 찰떡을 늘려 끊은 맛있는 떡이라는 데서 인절미란 이름이 붙었다. 인절미는 찹쌀 외의 부재료에 따라 대추ㆍ깨ㆍ쑥ㆍ차조ㆍ감ㆍ동부인절미로 나눌 수 있다. 추석 온가족의 밥상과 차례 상에 오르는 주식은 햅쌀밥이다. 추석 전에 마트에 나오는 햅쌀은 대부분 조생종이다. 쌀은 수확된 후에도 호흡을 계속 하는 생물이다. 쌀은 이런 호흡을 위해 자신의 영양분을 사용한다. 따라서 수확 후 오랫동안 자체 영양분을 쓴 묵은 쌀보다는 햅쌀이 영양적으로 훨씬 우수하다.


한가위의 대표 국물 음식은 토란국이다.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고 끓인 국으로 토란탕ㆍ토란곰국이라고도 한다. 토란(土卵)은 ‘흙 속의 알’이란 뜻이다. 연잎처럼 잎이 퍼졌다 하여 토련(土蓮)이라고도 불린다. 추석 무렵에 나오는 것이 영양과 맛 모두 최고다. 토란국을 끓일 때는 토란을 소금이나 쌀뜨물에 삶아낸 후 넣는다. 그대로 국에 넣으면 색이 파래지고 미끈거린다. 토란엔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과식을 하여 배탈이 나기 쉬운 추석에 요긴한 채소다. 

 

추석 즈음에 유난히 향이 좋은 것이 송이버섯이다. 송이는 적송(赤松) 숲에서 주로 발견된다. 아직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다. 귀하고 비싼 송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조리할 때 짧은 시간 내에 씻고, 가능한 한 양념 사용을 줄이며, 구을 때 살짝 굽고, 익힐 때 잠깐 끓여야 한다. 향기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송이적ㆍ송이산적ㆍ송이누름적ㆍ송이전골ㆍ송이찜 등 송이가 사용된 음식들은 모두 추석 절식이다. 송이는 추석 음식으로 고명 재료로도 인기가 높다.

 

우리 음식에서 적(炙)은 구이를 가리킨다. 화양적과 누름적도 추석 차례 상에 자주 오른다.  화양적은 버섯ㆍ도라지ㆍ쇠고기ㆍ표고에 갖은 양념을 한 뒤 익혀서 꼬챙이에 끼운 음식이다. 누름적은 화양적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되 밀가루나 달걀을 묻혀 지진 것이 차이점이다.  한가위 찜 요리로는 닭찜이 있다. 한자명은 계증(鷄蒸)이다. 추석 무렵은 닭이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시기다. 그래서 추석엔 햇닭에 양념을 넣고 푹 삶은 닭찜을 차례 상에 올리거나 절식으로 즐겼다.

 

추석 차례 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채소는 도라지ㆍ고사리ㆍ시금치 등 삼색 나물이다. 새 나물 모두 채소 중에선 단백질이 풍부하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옛 사람들에게 고마운 채소였다. 한방에서 도라지는 감기ㆍ편도선 등 호흡기 질환의 약재로 쓰인다. 고사리는 설사ㆍ해열ㆍ이뇨 효과, 비타민 C가 풍부한 시금치는 술독을 없애고 피부를 윤기 나게 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석 절식과 절주를 함께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풍속

 

 

 

차례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은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ㆍ밤ㆍ배ㆍ감)다. 네 과일은 모두 가을이 제철이다.

 

한가위의 절주(節酒)는 가배주다.  추석에 가무백희(歌舞百戱)를 즐기면서 마셨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배(嘉俳)란 가위의 옛 말이며 팔월 한가위의 어원이다. 궁중과 양반가에선 추석 때 햅쌀로 빚은 신도주(新稻酒), 서민과 농가에선 가전비법으로 빚은 농주(農酒)를 가배주로 즐겼다.  신도주는 제주(祭酒)이자 잔치 술이다. 백주(白酒)라고도 불렀다.

 

한가위를 맞아 모처럼 만난 가족ㆍ친지ㆍ친구들과 함께 추석 절식과 절주를 함께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풍속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절제는 필요하다. 추석 음식을 양껏 탐닉했다간 체중이 며칠 만에 상당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의 대표 음식인 과일ㆍ식혜ㆍ약과 등은 하나 같이 고열량 식품이다. 과일의 열량도 예상외로 높다. 생밤 8개, 포도 1송이, 배 1.5개의 열량은 쌀밥 한공기의 열량(250㎉)에 맞먹는다. 송편 5개, 약과 2개, 식혜 2잔, 청주 2잔의 열량도 쌀밥 한 공기 열량이다.


추석 음식의 열량을 줄이려면 튀김이나 식용유를 사용하는 요리 대신 조림ㆍ찜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음식을 기름에 볶을 때 센 불로 단시간에 볶으면 기름이 음식에 덜 흡수된다. 고기ㆍ채소는 미리 살짝 데친 뒤에 볶으면 기름의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볶는 도중 기름이 없을 때는 물을 조금 넣어 볶는다.  추석에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린다면 큰 낭패다. 이를 예방하려면 남은 음식, 특히 남은 나물은 주저 없이 버린다. 남은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거나 남은 두부전ㆍ부침개를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복통ㆍ설사 등 식중독 증세가 나타났을 때 소화제 복용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일단 한 끼 정도 금식하면서 보리차ㆍ꿀물 등을 마셔 탈수를 막는 것이 좋다. 증상이 조금 나아지면 죽ㆍ미음 등 부드러운 음식부터 섭취한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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