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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조선 왕실부터 시작된 건강과 웰빙의 상징, 블랙 푸드(black food)!

 

 

 

           블랙 푸드(black food)는 조선 왕실의 보양식이었다. 특히 검은 색을 즐겼던 왕은 숙종이다.

           환갑 때 세상을 뜬 숙종은 조선 왕의 평균 수명(25명)이 46세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장수한 편에 속한다.

           장희빈의 연인이었던 숙종은 신하들로부터 ‘여색을 멀리 하라’는 충언까지 들었다.

           야사엔 “그들의 사랑이 불과 같아 한겨울밤에도 열기를 식혀줄 부채가 필요했다”고 전한다.

 

 

 

 

 

 

 

숙종이 즐겨먹은 ‘검은 색’, 신의 기운을 높여주는 생체 에너지

 

숙종은 어릴 때 천연두(두창)를 심하게 앓고서도 거뜬히 소생했으며, 그 뒤 여러 질병을 앓았지만 이겨냈다. 그가 챙겨 먹었던 보양식은 검은콩ㆍ검은깨ㆍ오골계ㆍ흑염소 등 검은 식품이다. 특히 건강한 오골계를 골라 그 속을 비운 뒤 흑염소 고기ㆍ검정콩ㆍ검은깨를 넣고 두 시간쯤 푹 고아 고기와 국물까지 먹었다고 전해진다.

 

오행(五行)과 한방에선 검은 색을 신(腎)의 기운을 높여주는 색깔로 친다. 한방에서 신의 기운이란 생식기를 포함해 생체 에너지를 뜻한다. 흑염소 수컷은 한마리가 100마리의 암컷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일찍부터 성기능 강화에 사용됐다. 흑염소 뼈를 사용해 만든 앙골 죽이 남성의 성기와 근골을 강화시킨다는 속설이 나온 것은 이래서다.

 

 

  블랙 푸드는 모두 검은 색? 비밀은 안토시아닌 

 

요즘 블랙 푸드는 건강과 웰빙을 상징한다. 한방에선 ‘검은색이 신장 기능을 북돋는다’, 영양학계에선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블랙 푸드를 칭송한다.

 

요즘 블랙 푸드라고  하면 검은콩ㆍ검은깨ㆍ흑미ㆍ포도ㆍ블루베리ㆍ블랙베리ㆍ복분자ㆍ가지ㆍ자두ㆍ머루ㆍ붉은 차조ㆍ검은 멜론 등 검은 색 식물성 식품을 주로 가리킨다. 블랙 푸드의 주류인 이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식물성 식품이며 검은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안토시아닌은 완전 검은색이라기 보다 보라색ㆍ청색에 가깝다.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ㆍ혈관 질환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은 껍질 부위에 더 많이 들어 있으므로 포도ㆍ블루베리 등은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검은쌀에는 안토시아닌이 검은콩보다 4배 이상 들어 있다. 검은 깨에는 리놀산 등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기억력ㆍ집중력 증진을 돕는 레시틴 함량도 일반 깨보다 더 많다.

 

 

   ‘브레인 푸드’ 검은 콩, 갱년기 증세에도 상당한 도움 돼

검은 콩이 건강에 이로운 것은 안토시아닌ㆍ아이소플라본ㆍ레시틴이 들어 있어서다. 안토시아닌은 검은 색 색소 성분이므로 당연히 흰콩보다 검은 콩에 훨씬 많다. 아이소플라본ㆍ레시틴 함량은 일반콩(흰콩 포함)과 별 차이가 없다. 아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성분이다.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한다는 의미다.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거의 끊긴 갱년기 여성에게 콩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서양 여성이 갱년기 증세(안면 홍조ㆍ식은 땀ㆍ불면 등)를 심하게 겪는데 반해 한국ㆍ중국ㆍ일본 여성은 훨씬 가볍게 경험하는 것은 콩을 즐겨 먹기 때문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레시틴은 뇌의 먹을거리다. 특히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제조 원료가 된다. 아세틸콜린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학습 능률을 올려준다. 영양학자들은 콩을 ‘브레인 푸드’(brain food)로 분류하는 것은 이래서다.

 

검은 콩은 예로부터 해독제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방에서는 독극물을 잘못 먹고 중독증상을 일으켰을 때 콩이나 콩깍지를 달여서 먹이면 해독 효과가 있다고 본다. 『동의보감』에는 “감두탕(감초ㆍ검은 콩이 주원료)을 복용하면 모든 독이 해독되고, 검은 콩에 소금을 넣어 함께 삶아 먹으면 보신(補腎)에 좋다”고 쓰여 있다.

 

 

   블루베리․포도․가지… 건강에 유익한 블랙 푸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에 포함된 블루베리도 블랙 푸드다. 미국 농무부 산하 인간영양연구센터(HNRCA)는 40여가지의 과일ㆍ채소 가운데 암과 노화 관련 질병 예방ㆍ치료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블루베리를 선정했다.

 

포도도 블랙 식품으로 분류된다. ‘콘플레이크’의 왕으로 알려진 존 켈로그 박사는 포도를 약으로 사용했다. 1870년 당시 그는 자신의 병원을 찾은 고혈압 환자 환자에게 다른 약을 따로 처방하지 않고 포도를 하루 4.5~6.3kg씩 먹으라고 권했다. 심장이 약한 환자에게는 포도주를, 몸이 마른 환자에게는 하루 26번 포도를 먹으라고 처방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은 지금도 웰빙술로 통한다. 유태인의 삶의 지혜를 모은 탈무드에는 “약은 포도주가 없는 곳에서나 필요하다”고 기술돼 있을 정도다. 러시아에서는 “수프를 먹은 후에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면 치료비 1루블을 번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프랑스인의 모순’(프렌치 패러덕스)이란 용어는 포도주, 특히 레드와인의 웰빙효과를 나타낸다. 육식을 주로 하는 프랑스인이 미국ㆍ영국 등 다른 서구인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것은 이들이 즐겨 마시는 적포도주 덕분이라는 것이다.

 

포도의 영양과 이로운 성분은 껍질과 씨앗에 거의 다 들어 있다. 검은색 식품인 가지에도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다. 안토시아닌은 주로 꼭지와 껍질에 들어 있으며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동물성 블랙 푸드의 효능

 

오골계ㆍ장어ㆍ흑염소 등 몸 색깔이 검은 동물성 블랙 푸드도 있다. 식물성 블랙 푸드의 안토시아닌처럼 이렇다 할 대표 건강 성분이 없다. 건강 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효과를 설명할 때 옛 문헌이나 민간 속설에 주로 의존한다.

 

장어의 효능은 ‘자산어보’(오래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장어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 흑염소의 약성은 ‘동의보감’(허약 체질인 사람의 보신과 영양 보급에 유익)과 ‘본초강목’(병후 쇠약해졌거나 땀이 많이 나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유익) 등에 기술돼 있다.

 

동물성 블랙 푸드 중에서 과학적 효능이 밝혀진 것은 오징어 먹물이다. 항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동물실험에서 먹물에 든 뮤코 다당류가 암에 걸린 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오징어 먹물이 첨가된 라면ㆍ국수까지 나왔다.

 

 

   ‘대장 클리너’ 김ㆍ미역ㆍ다시마…

 

 

김ㆍ미역ㆍ다시마 등 갈조류 해초도 블랙 푸드로 분류된다. ‘대장 클리너’(cleaner)로 통하는 알긴산이 이들의 대표 건강 성분이다.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알긴산은 다시마ㆍ미역의 미끈거리는 성분이다. 알긴산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체내 중금속ㆍ잔류 농약ㆍ숙변ㆍ발암 물질ㆍ장내 유해가스 등에 달라붙어 이들을 몸 밖으로 끌고 나간다.

 

알긴산이 풍부한 해조류를 즐겨 먹으면 혈중(血中)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다. 동맥경화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게 해조류 섭취를 권장하는 것은 것은 이래서다. 알긴산은 또 위에서 소장으로 가는 음식의 이동을 지연시켜 혈당의 빠른 상승을 막아 준다. 이는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한 면이다.

 

 

글/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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