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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한 입 베어 물기만 해도 입안가득 퍼지는 시원한 청량감

      무더위가 심한 날 오이는 ‘청량음료’다. 를 한입 베어 물기만 해도 입안에 금세 시원한 느낌이 들고 갈증이 사라진다.

      그만큼 오이는 성질이 차다. ‘as cool as cucumber(오이처럼 찬)’란 영어 관용어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속살의

      온도가 껍질보다 낮다. 차가운 느낌이 강해 여름철 땀띠ㆍ화상에 오이즙을 바르기도 한다.

 

 

 

 

 

 

수분.칼륨.비타민 C가 풍부한 오이

  

주렁주렁 열리는 오이는 우리 국민에게 친근한 1년생 채소다. 반면 유럽에선 ‘차가움’ㆍ‘고독’(오이 밭의 원두막을 연상해)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영양적으론 수분ㆍ칼륨ㆍ비타민 C가 풍부하다. 수분 함량은 수박보다 높다. 더위를 먹었을 때 오이를 먹으면 칼륨은 체내의 나트륨(염분)을, 수분은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이뇨 효과도 뛰어나다. 먹으면 몸 안의 수분이 체외로 빠져나가 얼굴이나 몸의 부기가 빠진다. 민간요법에선 부종이 잦은 사람에게 “오이(가능하면 삶은 오이) 한 개씩을 매일 먹을 것”을 권한다. 숙취 해소에도 유익하다. 역시 이뇨 효과 덕분이다. 푸시긴의 ‘대위의 딸’엔 “주독(酒毒)을 푸는데는 오이만한 것이 없다”, 카뮈의 ‘이방인’엔 “주당들의 뒷골목엔 오이 냄새가 가득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숙취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 오이즙 한 컵에 식초 3∼4 티스푼을 타서 마시는 것이 ‘술 깨는 약’이 될 수 있다.  

피부 미용에도 이롭다.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거나 땀띠가 났을 때 오이 팩을 하거나 오이즙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타민 C가 피부 건강을 도와서다. 오이 덩굴을 잘랐을 때 나오는 물도 보습제나 화장수 역할을 한다.

 

 

오이에 함유된 성분들

 

오이에 함유된 성분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엽록소ㆍ칼륨ㆍ큐커비타신(cucurbitacin)ㆍ아스코비나제 등이다. 엽록소는 별명이 ‘녹색 혈액’이다.  유전자(DNA)의 손상을 막고 세포 재생을 돕는 귀여운 성분이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시켜 혈압을 조절하고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 큐커비타신은 꼭지 부분에 든 쓴맛 성분이다. 설사를 유발하고 음식 맛을 떨어뜨린다. 요리사들이 오이의 꼭지를 잘라내는 것은 이래서다. 그러나 최근 큐커비타신은 항암 효과를 지닌 것으로 밝혀져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스코비나제는 비타민 C를 분해하는 효소다. 오이를 생으로 먹는 도중에 다른 과일ㆍ채소가 섞이면 이 효소 때문에 비타민 C가 대부분 소실된다. 흔히 오이와 무는 궁합이 맞지 않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이의 아스코비나제가 무의 비타민 C를 파괴하는 것이 그 과학적 근거다. 오이를 너무 잘게 써는 것도 득보다 실이 많다고들 말한다. 써는 도중 아스코비나제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오이에 식초나 소금을 뿌리면 아스코비나제가 제거된다. 따라서 오이를 조리할 때 미리 식초ㆍ소금을 약간 넣는 것이 좋다.
 


 

오이를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손해

 

오이는 모양이 반듯하고 푸른 색이 선명한 것이 양질이다. 구부러진 것은 대개 질이 떨어진다. 가시 오이는 가시가 또렷하게 돋아있고 탱탱한 것이 좋다.  
생 오이는 가능한 한 껍질째 먹는 것이 최선이다. 껍질에 혈당ㆍ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암을 예방하며(카로티노이드) 눈 건강을 돕는(루테인)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오이소박이ㆍ오이선ㆍ오이나물ㆍ오이지 등 오이가 든 음식을 만들 때는 굵은 소금으로 오돌토돌한 가시가 돋은 겉을 문질러 잘 씻은 뒤 식재료로 사용한다.  종이에 잘 싼 뒤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오이는 성질이 차서 평소 위가 약한 사람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다. 한방에선 냉한 식품을 섭취해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본다. 중국인은 여름철 외엔 오이를 삶거나 볶는 등 대개 가열해 먹는다. 오이의 찬 성질이 몸을 더 차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오이에 농약이 잔류해 있을까 걱정된다면 물에 여러 번 씻거나 식초에 담가둔다.  
수박ㆍ호박 등과 ‘사촌간’인 오이의 원산지는 인도다. 인도에서 고대 그리스ㆍ로마로 전해졌고 한반도엔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우리 선조가 오리를 먹기 시작한 것은 약 1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엔 “오이가 늙으면 누렇게 되므로 황과(黃瓜)라고도도 한다. 오이를 많이 먹으면 한기와 열기가 동(動)하므로 학질이 생긴다”고 기술돼 있다. 덥고 갈증이 심하다고 하여 오이를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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