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통/살아가는 이야기

[건강검진 체험수기 최우수상 수상작] '그까짓 것'이...엄마를 살렸습니다.

 

 

 

      지난 8~9월에 공모한 ‘제5회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 수상작을 게재합니다. 지면 관계상 일부 요약

      게재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이번 공모에는 총 105편이 접수되었으며,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 1편, 우수상 6편, 장려상 13편 등 20편을 선정하였습니다. 공모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공단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인데, 병원에서 출장 나온단다"

 

제가 열여섯 살 때 빈농이던 아버지는 병원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채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41세에 홀로되신 엄마는 지게질·낫질은 물론이고 행상도 마다하지 않고 온갖 고생을 하며 4남매를 키우셨습니다. 그후로 저는 누구에게도 감사하는 마음 한 번 가지지 못하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3년 전 어느 날,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머니께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 복지관으로 건강검진 받으러 가. 공단에서 해주는 건데, 병원에서 출장 나온단다.”

 

“에잇, 그까짓 걸로 뭐가 나온다고. 그냥 형식적으로 피 뽑고, 몸무게 재고, 시력 재고 그러는 걸요, 뭐.”

 

“그래도 나온다니까 그냥 편하게 받을란다.”

 

저는 평소 건강검진에 대해 불신이 많았습니다. 무성의한 것 같고 별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느 날, 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동생이 전해 준 암흑 같은 소식

 

“놀라지 말고 들어. 엄마가 암이래.”

 

“뭐, 뭐라구?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에이,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고, 어이도 없었습니다.

 

“걱정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언니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다다음주야. 엄마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순간 현실임을 깨닫고 너무 놀라 머리가 텅 빈 듯 암흑상태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비탈 논 6마지기로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손톱 밑이 다 갈라지고 허리뼈가 으스러지도록 고생만 하신 분입니다.

 

“무슨 암이래?”

 

“자세한 건 큰 병원에 가봐야 아는데 암세포가 온몸에 다 퍼져서 한시가 급하대."

 

애써 태연했던 동생도 더 이상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끊어지는 전화기 너머로 흐느낌이 들렸습니다. 저도 한참을 울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홀로 농사지으며 4남매 키우신 엄마, 눈물만 흘렸다

 

“그런데 엄마.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지난 5월에 출장 건강검진을 받고 난 후 보름쯤 돼 결과표를 받았다고 합니다다 ‘정상, 정상, 정상’이라 별다른 확인 없이 개인정보 때문에 잘게 찢어 베란다에 재활용으로 분리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후 3주쯤 지나 병원 간호사한테 “왜 2차 검진을 받지 않으시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다 정상인데 무슨 2차 검진이래유?”라고 되물으니 흉부 촬영에서 가슴과 어깨 사이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다고, 빨리 큰 병원으로 가시라고 하였답니다. 순박한 엄마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잘게 찢은 결과지를 하나하나 붙여 확인했다고 합니다. 다시 이어붙인 종이에는 영상검사 흉부방사선 검사 난에 ‘2차 검진 요망’이라고 씌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청주에 있는 병원으로 가 CT, X-레이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종양이 있네요”라고 말해서 “얼마나, 어떻게 있는 것이냐?” 물으니 “하나, 둘, 셋…” 세다가 멈추었다는 겁니다. 뼈마디마다 주렁주렁, 폐 쪽에도 얼기설기, 종양이 온몸 구석구석 물방울처럼 다닥다닥 붙어 셀 수가 없다고 하였답니다. 설상가상으로 “꼬리뼈 쪽에 종양이 호두알만 해 신경을 누르기 직전으로 여차 하면 하반신 마비가 되니 서두르라.”라고 했답니다.

 

엄마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과 부둥켜안고 한 많은 66세의 삶을 접는다는 심정으로 평생 울 것을 다 우셨답니다. 엄마는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서 겨드랑이 옆 조직검사, CT, PET, MRI 등 검사를 하였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폐나 간으로는 퍼지지 않았지만, ‘위장관기질종양’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위벽 안쪽 근육층에 악성종양이 생겼다고 합니다. 2mm만 더 컸어도 하반신 마비가 되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아찔한 꼬리뼈 쪽 세포 덩이는 방사선 치료를 5번 받아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지금 엄마는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처방받아 하루에 1번 4알씩 아침식사 30분 후에 드시고 계십니다. 복용 후 5개월까지는 심한 구토와 어지러움에 시달리고, 몸이 붓고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숨이 가빴는데 차츰 부작용의 정도가 줄어들었다고 하십니다. 엄마가 사는 시골 동네엔 불쌍하게 살다가 몹쓸 병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2년여 치료 중에 드디어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1달에 한 번씩 다니셨던 큰 병원을 지난 7월부터는 석 달에 한 번씩 가고 있습니다.

 

 

 

엄마 살려준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전에는 ‘검진을 받지 않으면 공단 돈이 굳는 건데, 왜 이렇게 검진을 받으라고 귀찮게 문자질인가’라는 불평도 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 비사무직으로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았지만, 형식적인 행사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돈이 남아도나, 이런 데 돈을 낭비하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까짓 것’이라며 무시했던 공단 건강검진에서 암을 조기 발견하여 포기했던 한 생명이 살아난 것을 보며,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이제는 공단 건강검진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알게 되어 성실히 수검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살려주신 건강보험공단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 정영선 경기도 수원시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 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