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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고전의 향기-인문학의 향기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다.”(스티브 잡스) “나를 만든 건 어릴 적 동네의 공공도서관에서 읽은 고전들이다.”(빌 게이츠)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논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 그 저류에

       흐르는 기본적인 생각,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이다.”(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인문학의 상상을 IT가 현실로

 

IT(정보기술) 시대라는 21세기에 인문학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인문학의 상상을 IT가 현실로 만든다’는 말은 인문학과 IT가 시너지를 내는 조합임을 의미한다.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이다. 인문학(humanities)은 흔히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지만 용어 자체는 라틴어의 ‘인간다움’(humanitas)이 뿌리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인문학을 “인간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숙한 삶을 형성시켜 주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한마디로 인문학은 인간성을 고양하기 위한 가이드라는 것이다. 인문학에 삶을 보는 통찰력과 지혜의 향기가 묻어나는 이유다.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중시한 대표적 인물이다. 동양의 불교철학에 심취한 그는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사람의 결합’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대표작 아이폰에는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는 ‘무소유’의 철학이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삶과 경영철학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논어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논어에는 내적 규범이 담겨 있다”고 술회했다.

 

 

 

공자의 仁-노자의 無爲

 

공자(孔子)는 누가 뭐래도 동양 최고의 사상가다. 학문을 사랑하고, 인(仁)과 예(禮)의 근본을 세운 현실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다. 칼(권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던 시대에 인문의 길을 터준 위대한 철학자다. 공자는 2500년 전(BC 551~479) 세상에 잠시 머물렀지만 그의 사상과 삶의 궤적이 담긴 ≪논어≫는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향기를 뿜는다.

 

인(仁)은 공자 철학의 중심이다. 인간 품성의 바탕이자 모든 관계의 근본이다. 군신 간 윤리인 충(忠) 의(義) 예(禮), 부자간 윤리인 효(孝)에도 어짊이 깔려 있다. 공자는 공손함, 너그러움, 미더움, 민첩함, 은혜 베풀기를 인의 핵심으로 꼽는다. 구체적 가르침을 청하는 제자 자장에게 공자는 “공손하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뭇사람을 얻고, 미더우면 남들의 신임을 얻고, 민첩하면 이루는 것이 있고, 은혜를 베풀면 족히 남을 거느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은 군자와 소인을 가르는 핵심 잣대이기도 하다. 예(禮)는 공자 사상의 또 다른 축이다.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를 강조한다. 스스로를 극복해 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유교무류’(有敎無類·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엔 공자의 학문 철학이,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엔 배움에 대한 공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요 속에서 세상을 본 노자

 

노자(老子)는 중국의 고대 사상가다. 초나라에서 태어나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걸쳐 살았으니 대략 기원전 500년께 인물이다. 공자(孔子·BC 551~BC 479)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삶의 궤적은 희미하다. 삶의 행적이 다소 묘연하지만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대표되는 노자의 사상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인류의 삶과 우주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한마디로 무위(無爲)다. 무위는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인위적으로 틀(법·관습·예법 등)을 만들어 행동이나 사고에 굴레를 씌우지 말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군주가 무위의 상태로 있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교화가 된다’는 노자의 말은 군주가 통치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통제수단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인위적 규제를 만들지 말라는 경고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적이면 부서지고 흉해지는 것처럼 국가경영도 지나치게 ‘인위’가 가해지면 통치의 근본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노자의 무위를 범부(凡夫·평범한 사람)에 적용하면 ‘스스로를 알고, 욕망을 줄이라’로 요약된다. 노자는 ‘남을 아는 것은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것은 명철하다’고 설파했다. 또한 ‘강(强)은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고전의 향기가 영원한 이유

 

인문학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샘물이다. “인문학은 새로운 생각의 촉매로 작용해 사회발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인텔연구소 제네비스 벨 박사)는 말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인문학과의 접점을 넓히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창의력을 키우고, 미래의 인류를 꿈꾸는 데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삶의 지혜가 담긴 철학,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문학,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밝혀주는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인문학적 소양은 개인의 품격을 높이는 데도 제격이다.  

 

시공을 초월해 인류에게 주는 함의는 고전의 향기가 영원한 이유다. 노자의 도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터득해 좀 더 욕망을 줄이라는 조언이요, 삶의 진리를 성현들의 말씀이 아닌 세상 이치 속에서 꿰뚫어보라는 따끔한 충고다. 한마디로 겉은 고요하고 속은 더 깊어지는 허정(虛靜)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노자≫에 ‘도대(道大), 천대(天大), 지대(地大), 인역대(人亦大)’라는 말이 있다. 도가 크고, 하늘과 땅이 크지만 만물의 이치를 터득한 인간(정신) 역시 무한히 크다는 의미다. 노자의 인간존엄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면을 쌓기보다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합리적 판단보다 현혹적 슬로건에 휘둘리고, 입만 열고 귀는 닫는 세상이다. 삶의 중심이 흔들린다면 무위자연의 참뜻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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