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그는 재임(1977~1981) 당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중동의 분위기가 험악했던 시절,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워싱턴 근교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불러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중재(1978)하고, 구소련의 브레즈네프 총리와 빈에서 만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I)을 성사(1979)시켰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재선 도전에서 공화당 레이건 후보에게 참패한뒤 수십년간 국제분쟁 해소, 인권신장, 민주주의 실현, 기아·질병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NGO(비정부기구) 활동가’ 카터를 더 기억한다. 80대의 고령에도 직접 망치를 들고 ‘사랑의 집짓기’를 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이다. 그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대통령의 후광이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NGO 활동 때문이다.

 

 

 

사회의 구석진 곳을 비추다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는 영어 뜻 그대로 정부의 간섭없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 시민·사회단체다. 행정부와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사회의 중심을 잡아준다. 한마디로 정부의 손길이 덜 미치는 사회의 구석을 비추는 빛이다. 역할은 다양하다. 인권보호, 환경지키기, 의료봉사, 결식아동지원, 아동학대상담, 성폭력방지, 무주택자집짓기, 독거노인돌보기 등 NGO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취지와 역할은 달라도 건강한 사회, 건강한 지구촌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NGO는 봉사의 개념이 강한 그룹과 사회의 변화를 주창하는 그룹으로 크게 구별된다. 국경을 초월해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는 ‘국경없는 의사회’, 20여년전 국내에서 출범해 지구촌 곳곳에 따스한 구호의 온정을 전파하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전자의 성격이 강하고 우리나라에서 귀에 익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후자의 색깔이 짙다.

 

 

 

개인·국가의 품격을 높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른바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 폐허의 잿더미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국제무대에서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위상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과제도 산적하다. 빈부격차, 자살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중 1위, 흔들리는 인권, 무너지는 학교, 폐륜적 성폭행…. 한마디로 우리사회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많고도 짙다. 그만큼 NGO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현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장)을 지낸 한비야 씨. 그는 지난 10여년간 지구촌을 돌며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들이 ‘바람의 딸’ 한비야에게 묻는다.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도와야 하는냐”고. 그는 답한다. “한국인도 세계시민이라는 긍지를 갖게 된 것이 뿌듯하다”고. 맞는 말이다. 봉사는 봉사자의 품격을 높이지만 국가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업그레이드된다.


 

 

중립·투명·사명감이 생명이다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국제 민간의료구호단체다. 중립·공평·자원이라는 3대 원칙과 ‘정치·종교·경제적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름 그대로 ‘국경을 초월해’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다. 전쟁·기아·질병·재해로 고통받는 지구촌의 소외자들에겐 희망의 NGO다. 1968년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내전에 파견된 프랑스 적십자사 소속 의사와 언론인 12명이 설립, 현재는 20여개국에 사무소를 둔 세계 최대의 비군사·비정부 긴급 의료구호단체로 성장했다. 매년 80여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든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명성이 높아지고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무엇보다 NGO의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NGO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 투명성, 사명감이다. NGO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정치적 목적·사익(私益)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 부패라는 바이러스가 사회를 오염시킨다. 부패라는 바이러스는 사명감이 약해진 곳에 침투하는 법이다. 투명한 조직·자금 운용 역시 NGO의 기본이다.

 

 

 

大選이 NGO 중심축을 시험하다

 

우리나라 NGO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뿌리가 깊지 않다. 특히 사회변화를 주창하는 성격이 강한 NGO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이 출발점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시민세력이 관련 단체들을 만들면서 크고 작은 NGO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에 탄생한 한국의 NGO는 재야시민운동을 대체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은 낙천·낙선 운동, 촛불시위 등 정치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때론 여론의 흐름도 주도했다. 

 

일부 국내 NGO들이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우려, 자금흐름이  불투명하다는 걱정, 조직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염려 등이 섞여 있다. 선거는 NGO의 중심축을 흔드는 커다란 유혹이다. 정치권은 NGO에 넌지시 추파를 던지고, NGO는 정치권에 은밀한 거래를 요구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NGO의 중심축이 흔들리면 사회의 중심이 비틀댄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NGO에 12월 대선은 중심축의 견고함을 테스트하는 결정적 시험대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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