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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Spero, Spera'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빈센트 반 고흐. 1853년 3월 30일에 태어나 1890년 7월 29일 불과 37 살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파 화가. 고흐는 그림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안내자였다. 순수한 영혼으로 세상에서 살아가며 상처투성이였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몰입은 한 생을 연소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가수 돈 맥클린은 고흐의 삶을 노래한 곡 ‘Vincent'에서 “순수해서 얼마나 힘들었어요(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라고 부른다. 하지만 고통과 고난에서 발원돼 나온 ‘역설적 열정’은 고흐의 캔버스에 ‘예술에 대한 희망’으로 그대로 묻어났다.

 

만만치 않은 삶이다. 직선처럼 죽 뻗은 여정을 원하지만 좌회전, 우회전도 해야 하고 때로는 유턴도 해야 하는 꼬부랑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안고 가는 삶 속에서도 고흐가 캔버스에 열정을 불태웠듯이 우리도 마음을 다져가며 ‘그래도 뚜벅뚜벅’ 가야 한다. 거기에 삶의 맛이 있고 멋도 있다. 이 맛과 멋을 삶의 불쏘시개로 삼기 위해 몸과 마음을 숙성시키는 나름대로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보자. 

 

‘씽씽’, ‘찰칵’. 지난 1년 여간 필자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다. 자전거와 사진. 달리고 찍었다. 한강변에서 달린 만큼 커졌고 사진을 찍은 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해졌다. 마음이 바닥을 ‘터치다운’할수록 달리고 찍었다. 홀로 일어서고 작은 것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괜찮은 방법이다. 달린 만큼 내려놓아 가벼워질수록, 찍은 만큼 작은 것에 시선이 머물수록 감사함과 희망의 씨앗이 삶에 뿌려진다. 목이 뻣뻣해서 위에서 보면 세상에 대단한 게 없어 보이질 모르지만 몸에서 힘을 빼고 관점이 낮아지면 어디서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일 년여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찍은 사진과 수필, 시 등을 엮어 최근 ‘그래도, 뚜벅뚜벅’(새빛 인베스트먼트)이라는 사진집 단행본을 펴냈다. 이 글에 올린 사진들은 그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 양수리 두물머리와 필자의 자전거 >

 

 

 

 

 < 실루엣으로 잡힌 촬영자, 난지한강공원 >


 

필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강이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는 사실이다. 봄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사계절과 새벽부터 밤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숨결을 한강에서 바라보자. 움트는 생명과 그 소멸, 그리고 다시 부활의 몸짓을 보며 위대한 자연의 복원 능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시간대에 따라 빛깔을 바꿔가며 하늘을 채색하는 한강의 아름다움은 인공적 미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침묵하며 듬직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마음의 때를 씻기는 정화작용을 하며 다시 삶의 한복판에 들어가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 난지 한강공원 일몰 >

 

 

라틴어로 'Spero, Spera'라는 말이 있다.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로 번역된다고 한다. 희망! 사전적 뜻은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이다. ‘기대’와 ‘바람’이다. 칠흑 같이 어두운 삶속에서도 고흐는 그림을 통해 희망의 불을 꺼트리지 않았다. 필자는 마음을 담금질하며 ‘바람’의 물꼬를 여는 수단으로 자전거 타기와 사진 찍기를 선택한 것이다.


 

 

< 잠수교를 지나는 바이커들 >


요즘 유행어가 된 힐링은 책으로 강연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가 됐든 어려움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랬을 때 희망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까. 너도 희망하고 나도 희망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 뒤돌아 보지 말고, 오지도 않은 시간 앞당겨 걱정하지 말자. 과거를 자꾸 저축해 통장을 들춰보지 말고, 미래를 자꾸 가불해서 먼저 보지 말자. 후회해본들 과거는 한 치도 바꿔지지 않는다. 반성하고 현재를 낫게 살아가면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자신이 만들어 낸 공상의 스토리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내려지는 결론은 '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곁에 서 있는 희망에 눈을 돌리면 발길이 가벼워 질 것이다.


자전거


삶의 무게가

페달을 밟는다.


스치는 바람에

깎여나간다.


달린 거리만큼

내려놓는다.


무겁게 탔으나

가볍게 내리는 이륜의 마법

 

 

                                                                                 글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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