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자신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지나, 계속 실패를 거듭할 경우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실패의 이유를 노력의 부족에서 찾지만, 무조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꼭 성취와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사람들에게 높은 자존감은 그림의 떡과 같다. 방법이 없을까? |
자존감, 한계를 만나다 |
어린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사랑과 애정을 표현해 주면 된다. 성인의 경우는 이것으로 부족하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낼 필요가 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반복적으로 실패를 하는 사람은 자존감을 높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실패의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경우가 많다. 사람의 마음은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번 실패의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은 실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신은 실패자라는 생각 때문에 무엇을 해도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주어진 과제에 집중해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수록 자존감은 곤두박질친다.
자존감을 뛰어 넘는 자기수용 |
자존감의 이런면 때문에 자기수용을 더 중요하게 보는 심리학자들이 있다. 사실 자존감(self-esteem)의 ‘존중(esteem)’은 사물이나 사람에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추정하다(estimate)’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다. 다시 말해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수반된다.
회사에서 승진을 했기 때문에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 높아진 자존감은 회사의 합병과정에서 직장을 잃는 순간 낮아진다. 결국 자존감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은 개인마다 시간마다 문화마다 다르다. 여기서는 충족되는 조건도 다른 곳에서는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조건은 이렇게 불안정하고 일관되지 못하다. 자존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기수용(self-acceptance)은 다르다. 어떤 조건이나 기준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외적인 성공이나 성취를 전제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평가를 매길 수 없는 인간으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조건에 있든지 자기수용은 일관되고 안정감이 있다.
행복의 지름길 |
현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평가를 받아왔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으로부터,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단순한 평가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거부당하고 배척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질책한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 평가와 비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본래 서로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같지 않다. 각자의 개성이나 특성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비교와 평가가 있을지언정, 적어도 존재 자체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때 사람들은 극도의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게 되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심리학자 엘리스(Albert Ellis)는 진정한 행복이 무조건적인 자기수용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목표가 있어야겠고, 나름의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이를 빌미로 자신을 평가하고 질책하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옳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잘못됐고 틀렸다. 사람이 먼저지 목표가 먼저가 아니지 않는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기수용은 꼭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게을러지고 나태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신바람 나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자 어떤가? 행복의 지름길로 가겠는가?
글 / 강현식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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