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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꾸물거림에서 벗어나라!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는 ‘이런 것도 연구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흥미로운 연구주제

        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꾸물거림(procrastination)이다. 꾸물거림이란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서도 계속 미루기만 해서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말한다.

 

 

 

 

 

 

꾸물거림이란?

 

심리학자들은 꾸물거림과 ‘미루기’를 구분한다. 단지 일을 조금 뒤늦게 처리할 뿐,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고 결과도 나쁘지 않을 때는 미루기라고 한다. 이는 굳이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꾸물거림이란 무엇일까? 여러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일을 미룬다.

   2. 미루는 행동이 주어진 과제와 무관하거나 전혀 불필요하다.

   3. 결과나 나쁘거나 역효과가 나타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불필요하게 계속 미루기만 해서 결국 나쁜 결과를 얻게 되었음에도 이런 행동 패턴을 바꾸지 못해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꾸물거림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꾸물거림 행동을 꼽으라면 학생들은 제 때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 나쁜 성적을 받는 것, 직장들의 경우 보고서를 제 때 올리지 않아서 직장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듣거나 인사고과에서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이다. 또 중요한 약속을 잡아놓고 외출 준비를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약속시간에 늦어서 큰 손해를 보거나 약속 상대로 부터 신뢰를 잃는 것도 해당된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일을 미루기는 하나 주어진 기간 안에 끝마치기도 하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면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꾸물거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일에 착수하기 전 정보를 많이 수집하거나 계획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만 최고의 능률을 보이고 일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저 일을 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꾸물거리는 이유

 

일의 결과도 좋지 않은데 꾸물거림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들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속이 타고 복창이 터진다고 말한다. 꾸물거리는 사람을 향하여 ‘속 편한 놈’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이라고 편할까? 전혀 아니다. 이들 역시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며 적지 않은 죄책감과 위기감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은 뭘 해도 안되는 사람이라고 자책한다.

 

꾸물거림의 원인에 대해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했고, 그 동안 다양한 원인들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자면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우유부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과제에 대한 혐오, 주의산만(집중의 어려움), 대처양식의 문제 등이다. 이 중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바로 대처양식이다.

 

대처양식이란 스트레스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크게 보자면 문제중심 대처양식과 정서중심 대처양식이 있다. 문제중심 대처양식이란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그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의미하고, 정서중심 대처양식이란 주어진 문제에 대해 싫다, 좋다 등의 부정적 정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꾸물거리는 사람들은 문제중심이 아닌 정서중심의 대처양식을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예를 들어 과제나 보고서 작성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 사건이다. 그러나 이 때 “어떻게 할까?”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아! 괴로워. 싫다”의 감정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나중에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결국 이런 실패는 이후의 상황에서 더욱 더 부정적 감정을 떠올리게 되어 정서중심의 대처를 하게 만든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꾸물거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꾸물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서중심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를 회피하려고만 한다.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누가 스트레스를 좋아하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문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스트레스를 안 느끼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만 거기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일을 바로 시작한다. 이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부정적 감정이 싫기 때문에 계속 회피하다가 결국 그 감정에 압도되느냐, 아니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하려고 하느냐.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을 기억해 보자.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고 불안을 안 느끼는 것이 더 낫지, 뭐하러 뒷걸음질을 쳐서 계속 불안해하다가 매를 맞겠는가!

 

이렇다보니 문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이 닥쳤을 때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상쾌함과 속시원함)을 떠올리지만, 정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을 할 때의 기분(막막함과 어려움)을 떠올린다. 이렇게 감정에 압도되다 보면 일을 하기 전부터 패배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 정서일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단다. 부정적 정서에 사로잡히다보면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꾸물거림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마음 한편에서는 “회피해! 나중에 해!”라는 유혹이 있겠지만 그 유혹을 이기고 일단 시작해보자. 첫 단추를 끼우면 그 다음 단추가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아 포기하고 싶겠지만, 이럴 때는 일을 다 끝냈을 때의 상쾌함과 속시원함을 상상하자.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꾸물거림이 아니다. 괴로움을 초래하는 원인인 일을 끝내는 수밖에는 없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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