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날던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 앉아야 할 활주로에 진입하자마자 갑자기 동강난 채 화염에 휩싸였다. 보고 듣는

      사람들도 충격인데, 실제 그 비행기에 탔던 승객들은 오죽할까.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있었던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때 살아남은 승무원과 탑승객들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을 겪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 생기는 일종의 불안장애다. 사건사고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을 지켜보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주변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 겪지 않고 사는 사람 없다. 이번 사고가 추락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탑승객뿐 아니라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3개월 안에 증상 나타나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겪은 뒤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가 회피 반응이다. 사건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일부러 피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항공사고를 겪은 다음엔 비행기를, 교통사고를 당한 후엔 자동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고를 떠오르게 하는 말이나 생각을 피하고 관련된 사람과의 만남마저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다 보면 말이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멍한 상태로 있는 시간이 점점 늘고, 더 심해지면 외부 환경을 무시하는 것처럼 마음을 닫아버리는 위축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때로는 사건사고 당시의 일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증상까지 생긴다.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과도한 각성반응이다. 신경이 놀란 상태가 지속되는 탓에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질적이거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화벨이나 초인종, 물소리 같은 일상적이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심하게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정하지 못한다.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에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준 사건사고 상황이 자꾸 떠오르면서 그때 받았던 충격이 되살아나는 재경험 반응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이다. 사고 당시의 장면이 꿈에 나타나는 것도 이런 반응의 하나다. 머리나 배가 아프거나 근육통이 생기는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생기는 시기는 보통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겪은 지 3개월 이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수년이 지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기도 한다. 사고 직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사고를 겪고 나서도 계속해서 직업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승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좀 더 높다. 

 

 

 

한달 가량 치료로 회복 가능

 

일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시작되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대개는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으면 좋아지지만, 그 이상 증상이 이어지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 환자 중 약 30%만이 완전히 회복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행동치료 등을 함께 진행한다. 약물은 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혈압저하제 등을 쓴다. 인지치료는 전문가와 대화하면서 환자가 갖고 있는 비현실적, 비논리적 생각들을 스스로 찾아내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고, 행동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 문제점을 바꿔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충격을 받은 사건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증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탑승객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썼다는 승무원의 미담이나 탑승객들이 서로 도우며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소식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소식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불이 붙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TV 뉴스를 계속해서 접하면 당시의 충격이 되살아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 때문에 한동안은 사고 소식을 아예 접하지 않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자가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을 계속하는 등의 행동은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환자가 신경이 예민해져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도 이해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도록 대화해 줄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 키워야

 

교통사고뿐 아니라 자연재해를 경험한 뒤나 가정폭력, 집단폭력, 성폭행,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을 때,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렸을 때, 가까운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을 때, 심한 모욕을 받았을 때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도 가벼운 후유증만 앓다가 잘 극복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개인마다 큰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하는 양상이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평소 생각과 걱정이 많고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이 매사에 긍정적이고 털털한 사람들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해두면 큰 사건사고 뒤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혹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담당 기자 
                                    도움말 /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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