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코앞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가거나 가족과 친지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에 혼자 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혼자 지내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맞다. 혼자 지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이유를 살펴보면 문제가 다르다. 함께 모이면 즐겁고

      편하기는커녕 지나친 관심과 잔소리, 비난이나 가족 간 불화로 고통스럽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명절, 어떻게

      해야 함께 즐거울 수 있을까?

 

 

 

 

 

 

집단주의 문화와 명절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에서 가족은 일종의 운명공동체다. 가족 중 누가 잘 되면 집안의 경사라며 모두가 잘 된 것처럼 기뻐하고 흥분해 한다. 심지어 한 지역에 오래 거주했다면 온 동네가 함께 기뻐한다. 고시에 붙었다거나 좋은 학교에 진학해도 동네 한 가운데에 현수막을 걸고 잔치를 벌인다.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 즉 누군가가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했거나 계속 실패한다면 어떨까? 이 때에도 집단주의 문화의 특성이 나타난다. 모두가 걱정하고 염려한다. 남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한 당사자도 고통스럽겠지만,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동네 창피해서’, ‘면목이 없어서’ 당사자를 비롯해 온 가족이 밖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런 집단주의 문화의 특성이 아주 극명하게 나타나는 때가 명절이다. 경제와 시대 상황이 좋다면 명절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웃음꽃은커녕 서로에 대한 걱정과 잔소리, 푸념과 비난이 떠나지 않는다. 차라리 모두가 잘 안되면 서로 위로라도 하겠지만, 잘 나가는 사람 하나 있으면 그에 대한 시기와 질투까지 더해진다. 이런 명절이라면 누가 좋아할까?

 

 

 

고통의 진짜 이유, 소통의 부재

 

가족들이 비난과 걱정,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를 싫어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절한 거리를 두지 않는,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라면 갈등이 쌓이고 쌓여서 서로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갈등과 불화의 시작점에는 ‘소통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삼촌은 조카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해 관심을 갖고, 형은 동생이 좋은 곳에 취업하기를 바라기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준다. 부모는 자녀가 좋은 짝을 만났으면 하기에 마음에 걱정을 한다. 그러나 전달되는 것은 이들의 마음이 아니다. 삼촌의 잔소리와 형의 비난, 부모의 푸념뿐이다.

 

반대 입장도 마찬가지다. 조카는 삼촌의 잔소리가 듣기 힘들어 ‘알았다’고, 동생은 형의 비난에 화가 나서 ‘내 할 일은 내가 잘 하겠다’고, 자녀는 부모의 푸념에 자신이 너무 못나 보여서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친다. 그러나 전달되는 것은 이들의 힘든 마음이 아니다. 조카의 버릇없음과 동생의 허세, 자녀의 짜증뿐이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에게 제대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가, 결국 명절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라

 

엘리자베스 뉴턴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두 명의 참가자를 짝지은 후 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알 만한 노래’의 리듬을 떠 올리면서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게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그 리듬을 듣고 어떤 노래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심리학자는 탁자를 두드리게 한 다음 물었다.

 

“당신이 방금 두드린 노래를 상대가 얼마나 맞힐까요?”

 

사람들의 대답은 평균 50%였다. 자신이 두드리는 리듬을 듣고 반 정도는 맞힐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상대가 맞힌 노래는 2.5% 밖에 안 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속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생각하면서 두드렸기에 상대방도 쉽게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탁탁탁탁’ 소리만 들릴 뿐 도통 무슨 노래인지 맞히지 못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고 한다.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조금만 알려줘도 다 알 것이라고 착각하고,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대충 말해 놓고 다 전달했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통터져 하는 것은 지식이 가져다 준 저주일 뿐이다.

 

 

 

마음을 자세히 전하라

 

명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잔소리와 비난, 푸념만 해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계속되는 실패 때문에 좌절스럽고 면목이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겉으로 버릇없이 대하고 허세를 부리고 짜증을 내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틀렸다. 지식의 저주에 걸려들었을 뿐이다. 자세히 전달해야 한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까지 마음을 직접 말해줘야 한다.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중심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좌절스러운지 직접,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 힘주어 전해야 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채야  한다. 물론 이런 방식도 때에 따라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불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관계를 단절하고 마음을 닫지 말고 직접 말하고 전달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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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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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피선샤인 2013.09.16 14: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때는 명절을 좋아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명절은 그냥 1년 365중 하나가 되었네요

  2. 도도한 피터팬 2013.09.16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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