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싱싱하게 잘 자라는 화초를 베란다에 진열하듯 놓아둔 집이 있다. 무슨 특별한 재주라도 있는 것일까? 

        이는 화초의 본능을 잘 이해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덕분이다.

 

  

 

 

우리 집에 처음 오는 손님은 하나같이 베란다 화초를 보고 놀란다. 꽃가게에서 바로 배달해 온 것처럼 싱싱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키우기까지는 수년이 걸렸고, 그동안 우리 어머니로부터 “농학박사라는 인사가 쯧쯧….” 하는 힐난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다.

 

싱싱한 관엽식물이나 꽃이 만발한 화초에 반해 집으로 사들여오면 얼마 못 가 시름시름 앓다가 베란다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였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이 인사야, 화초도 흙냄새를 맡아야 사는 게여.” 하시며 아파트 10층을 탓하셨다. 화초를 화단에다 내려다 놓으면 흙냄새를 맡고 다시 회생한다는 주장이시다.

 

화초가 흙냄새를 맡다니,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하면서 죽어가는 화초를 화단에 내려다 놓는다. 그런데 살기는커녕 며칠 새 죽어버리고 만다. 베란다에서 큰 화초라 강한 햇빛에 연약한 잎이 다 타버린 때문이다. 그래서 반그늘이 드는 나무 밑에 화분을 놓았더니 우리 어머니 말씀마따나 살아났다. 화초가 정말로 땅 냄새를 맡은 덕분일까?

 

 

 

화초가 싼 똥오줌은 수소이온

 

그렇다. 모든 식물은 냄새로 서로 통신을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생식물인 ‘새삼’이다. 새삼은 비늘 같은 작은 잎이 줄기에 붙어 있다. 물론 광합성을 하지만 잎이 워낙 작아서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 줄기에서 뻗어 나온 빨판(흡기)을 다른 식물 몸에 박아 양분을 빼앗아 먹어야 산다. 새삼 씨는 2mm 정도로 씨젖이 매우 빈약해서 싹이 나온 후 10일 안에 녹색식물에 닿지 못하면 죽는다. 이 때문에 필사적으로 어디에 식물이 있는지 킁킁 냄새를 맡는다. 그래서 냄새를 맡는 데는 귀신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런용(Runyon) 교수 팀은 이런 실험을 했다. 새삼 씨를 뿌리고 주변에 토마토와 밀을 심어 놓았다. 새삼 싹은 나오자마자 토마토 쪽으로 뻗어갔다. 토마토에서는 새삼에 매력적인 여러 종류의 냄새가 나는 반면, 밀에서는 새삼이 싫어하는 냄새만 나는 까닭이다. 실제로 영양가(질소 성분) 면에서도 토마토가 밀보다 높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통해 ‘새삼은 희생물에서 발산되는 휘발성 물질을 냄새로 안다’고 사이언스 지(2006년 9월 29일자)에 발표했다.

 

우리 집 화초가 빗물을 맞고 살아난 것을 과학적인 근거에서 말하자면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하나는 빗물 속에는 화초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질소 양분이 들어 있다는 점이고, 빗물이 화분 흙을 통과하면서 화초가 싼 똥오줌을 깨끗하게 치워주었기 때문이다.

 

 

 

화초 잘 기르는 비결, 물 흠뻑 주고 비료 줘야

 

바위틈에서도 자라는 소나무도 알고 보면 빗물 덕으로 큰다. 빗방울 속에는 번갯불에 방전된 공기 중의 질소가 녹아들어 있다. 말하자면 ‘질소액 비’라고 할 수 있다. 자연에서는 이 질소로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한편 모든 식물이 그렇듯이 화초도 양분을 먹고 자라면서 먹은 만큼 뿌리에서 배설을 한다. 그런데 왜 화분에서는 개나 고양이 배설물처럼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식물 배설물의 주성분은 수소이온(H+)이기 때문이다. 질소-칼륨-칼슘-마그네슘-철-아연-망간-니켈-구리 등 어느 것을 먹어도 먹은 만큼 수소이온을 배설한다. 그래서 흙은 점점 산도(pH)가 떨어져 산성으로 기운다.

 

빗물이 흠뻑 내려주면 질소비료를 공급해주는 한편, 배설물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그렇다고 빗물이 중성(pH 7)이라는 말은 아니다.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빗방울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 가서 산성인 pH 5.8, 또는 이보다 낮지만 그래도 화초가 싸놓은 것보다는 덜 산성이라 청소와 중화가 된다.

 

빗물이 화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흙 알갱이 사이에 차 있던 가스까지 밀어내어주고 신선한 새 공기를 채워주니 뿌리가 얼마나 개운하겠는가. 따라서 화초를 잘 키우는 비결은 자라는 봄~초가을 동안에 한 달에 두어 번씩 비료를 주고 화분 밖으로 흘러내릴 정도로 물을 듬뿍 주는 것이다. 구할 수만 있다면 나뭇재를 두어 화분에 뿌려주어도 좋다.

 

나뭇재는 산도가 8 이상인 알칼리성이라 산성을 개량해주는 한편, 온갖 양분이 다 들어 있는 천연비료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소이온에 ‘깡패’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놈은 그 어떤 양분보다 가장 덩치가 작으면서도 온갖 못된 짓은 다 하기 때문이다. 양분이 들어가는 뿌리의 출입구를 망가뜨리는가 하면, 돈 주고 사 넣은 비료를 못 쓰는 꼴로 만든다. 농사를 지을 때도, 일 년에 한 번씩 석회를 주면 농사가 잘되는 이유는 이놈들 깡패를 내쫓고 중화를 시켜주기 때문이다.

 

글 / 이완주 농업사회발전연구원 부원장

출처 / 사보 '건강보험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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