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녀석이 거하게 취할 때 쯤 바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쳤다.
“ 야 임마, 저 인간이 결혼해서 제일 기뻐할 놈이 너인데 왜 소주 한 잔 안하냐?” 며 |
운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에이, 운전 안 해 본 놈 있냐? 까짓 거 한두 잔 어때. 이런 날 한 잔 해야지.”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일제히 “야, 샌님 같은 놈아 한 잔 해라. 네가 축하 안 해 주면 어떡하냐?” 며 이구동성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정말 이런 날 내가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하는 갈등이 교차했다.
옆에선 대리 운전을 부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혼한 친구 녀석이 날 보며 빙긋이 웃는 걸 보니 정말 한 잔 마셔야 할 듯 했다. 결국 두 눈을 딱 감고 소주 반 잔을 마셨다. 승용차를 운전한 지 10년도 넘었지만 운전 중에는 병아리 오줌만큼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내 기록이 깨진 날이 되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친구 체면은 세워줬으니, 후훗… 일단 위기는 모면.
집들이가 끝난 후 헤어지려고 서로 인사할 무렵 술 좋아하는 몇몇이 바람을 잡았다. 맥주로 입가심을 한 잔 걸치자는 제안에 모두 다 흔쾌히 동의했다. 호프집에서 또다시 내게 맥주가 권해졌지만 난 정말 미안하다며 끝까지 사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한 녀석이 음주운전 중 불심검문 하는 걸 발견하고 차를 휙 돌려 꽁지 빠지게 달아났던 무용담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모두 다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이어서 또 한 녀석은 지금까지 음주운전을 열 번도 더 했지만 한 번도 걸린 적 없다며 자신의 배짱을 자랑했다.
‘ 짜식들, 그건 니들 일이지. 난 소심해서 그렇게 못해.’ 라며 혼자 웃고 말았다. 두 차례의‘위기’를 무사히 모면하고 친구들과 헤어지자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어? 그런데 집에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때 멀리서 번쩍번쩍 하는 경광등 불빛이 보였다.
‘무슨 사고가 난 걸까?’ 해서 눈여겨보니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집들이에서 마신 소주 반 잔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더니…. 지금까지 음주운전이라고는 근처에도 얼씬 안해 봤는데 운전 10년 만에 기껏 소주 반 잔 가지고 음주운전에 걸릴 판이라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눈앞이 캄캄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둥둥둥’ 하며 북치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
순간 차를 돌려 냅다 도주했다는 친구 놈 말이 떠오르긴 했지만 난 그럴만큼 배짱이 있는 위인도 아니었다.
“음주단속 중입니다”라며 측정기를 대는 경찰관이 저승사자만큼 무서웠다. 운명의 순간, 창문을 내리고 벌벌 떨며 음주 측정기를 ‘후’ 하고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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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 소주 반 잔을 마신 지 4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는지 걸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하느님, 부처님…. 정말 친구들의 잔소리와 핀잔을 끝까지 물리치고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은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스스로 대견했다. 만약 그때 친구들의 강권을 못 이겨 몇 잔 더 마셨더라면 난 음주운전에, 면허취소에, 벌금을 내고 전과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잘렸을지 모른다.
정말, 음주운전은 하지 말자.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이니 말이다.
김만석/ 부산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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