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같이 다니면서 동성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친했던 고향의 죽마고우 녀석이 나이 40대에 이르러서야 결혼을 한 뒤 집들이를 한단다. 불알친구들이 저녁에 다 모였다. 상 다리가 휠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술을 마셨다.

몇 녀석이 거하게 취할 때 쯤 바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쳤다.


  “ 야 임마, 저 인간이 결혼해서 제일 기뻐할 놈이 너인데 왜 소주 한 잔 안하냐?” 며 
  농담스런 핀잔을 준다.

 


운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에이, 운전 안 해 본 놈 있냐? 까짓 거 한두 잔 어때. 이런 날 한 잔 해야지.”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일제히 “야, 샌님 같은 놈아 한 잔 해라. 네가 축하 안 해 주면 어떡하냐?” 며 이구동성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정말 이런 날 내가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하는 갈등이 교차했다.

옆에선 대리 운전을 부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혼한 친구 녀석이 날 보며 빙긋이 웃는 걸 보니 정말 한 잔 마셔야 할 듯 했다. 결국 두 눈을 딱 감고 소주 반 잔을 마셨다. 승용차를 운전한 지 10년도 넘었지만 운전 중에는 병아리 오줌만큼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내 기록이 깨진 날이 되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친구 체면은 세워줬으니, 후훗… 일단 위기는 모면.

집들이가 끝난 후 헤어지려고 서로 인사할 무렵 술 좋아하는 몇몇이 바람을 잡았다. 맥주로 입가심을 한 잔 걸치자는 제안에 모두 다 흔쾌히 동의했다. 호프집에서 또다시 내게 맥주가 권해졌지만 난 정말 미안하다며 끝까지 사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한 녀석이 음주운전 중 불심검문 하는 걸 발견하고 차를 휙 돌려 꽁지 빠지게 달아났던 무용담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모두 다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이어서 또 한 녀석은 지금까지 음주운전을 열 번도 더 했지만 한 번도 걸린 적 없다며 자신의 배짱을 자랑했다.


‘ 짜식들, 그건 니들 일이지. 난 소심해서 그렇게 못해.’ 라며 혼자 웃고 말았다. 두 차례의‘위기’를 무사히 모면하고 친구들과 헤어지자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어? 그런데 집에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때 멀리서 번쩍번쩍 하는 경광등 불빛이 보였다.

‘무슨 사고가 난 걸까?’ 해서 눈여겨보니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집들이에서 마신 소주 반 잔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더니…. 지금까지 음주운전이라고는 근처에도 얼씬 안해 봤는데 운전 10년 만에 기껏 소주 반 잔 가지고 음주운전에 걸릴 판이라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눈앞이 캄캄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둥둥둥’ 하며 북치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순간 차를 돌려 냅다 도주했다는 친구 놈 말이 떠오르긴 했지만 난 그럴만큼 배짱이 있는 위인도 아니었다.

“음주단속 중입니다”라며 측정기를 대는 경찰관이 저승사자만큼 무서웠다. 운명의 순간, 창문을 내리고 벌벌 떨며 음주 측정기를 ‘후’ 하고 불었다.


“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 소주 반 잔을 마신 지 4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는지 걸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하느님, 부처님…. 정말 친구들의 잔소리와 핀잔을 끝까지 물리치고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은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스스로 대견했다. 만약 그때 친구들의 강권을 못 이겨 몇 잔 더 마셨더라면 난 음주운전에, 면허취소에, 벌금을 내고 전과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잘렸을지 모른다.

정말, 음주운전은 하지 말자.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이니 말이다.
 

김만석/ 부산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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