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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봄이 되면 내 이름이 사랑스러운 이유




여러 홍보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비롯해 아직 바람이 매서운 겨울부터 시작한 봄의 예찬은 여기저기서 넘쳐난다.

 

언제나 봄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그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는 순간부터

'나를 아는 사람들 중 저 광고를 보면서 과연 몇 명이나 나를 떠올릴까?'

'이 만큼 생기가 흐르는 이름이 또 뭐가 더 있을까?'

 

나름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한참을 아릇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정작 아무도 나를 떠올리지 않는데, 혼자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봄마다 흩뿌려져 있는 그런 문구들은 내 기분을 늘 좋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봄보다 상큼한 새봄은 요즘 한창 빛을 발하고 있다.

 

"새봄맞이 대축제"

"새봄 - 그 설레는 시작" 

 

그렇다고 여태껏 이름이 내게 늘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1983년부터 시작된 내 학창시절, 우리반에는 한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 빼고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학기초가 되면 선생님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해 이 유난스러운 이름을 바꿔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쓰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한 친구가 그랬다.

"새봄아, 지금은 이름이 너 다운데,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면 그땐 어떻게 하니?"

 

'할머니와 새봄... 그 맞지 않는 조합이라니...'

그땐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웃자고 하는 소리로 넘겼으나 그 얘기를 실감할 날은 그로부터 머지않은 미래였다.

 

내 나이 올해로 이립을 살짝 넘긴 미혼 여성이다. 며칠 전 벼르고 별러 동네 스포츠센터에 등록을 하러 갔었다. 내 이름을 얘기하자마자 센터 직원은 제 아이를 등록하러 온 엄마로 알고 말을 건넸다.

'시집도 안간 처자에게 아이라니···.'

 

몇 년 전 동네 안과의원에서 어떤 간호사는 생년도 확인하지 않고 이름만 보고는 큰소리로 어린아이 부르듯 진료대기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새봄아~ 새봄이 진료실로 들어가요~"

 

오롯이 일어서는 나를 보고 민망해 하는 간호사의 그 표정을 보고 내가 다 무안했었다.

 

앞으로 이런 순간들이 더 닥칠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이름이 사랑스럽고 마냥 좋기만 한 건 서른 한 해 동안 동고동락한 내 이름이기 때문일까?  새봄의 그 따뜻하고 싱그러운 기운 때문일까?

 

정새봄 / 인천시 남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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