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날은 앞사람을 뒤에서 힘껏 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는 말도 있지만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타기로 결정하고 앞 사람을 미는 순간 쇼핑백이 선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아저씨, 가방 떨어졌어요.”한 아주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걱정을 했다.
가방 안에는 오늘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애지중지 아끼는 수첩 그리고 안경이 있었기에 다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무실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저어, 가방이 선로 밑에 떨어졌는데요.”
“어디예요. 어디.”
오히려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며 한 공익근무요원이 황급히 떨어진 장소로 갈 것을 재촉했다. 그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잽싸게 선로로 뛰어내려 가방을 꺼내주었다.
순간 얼마나 고마운지 조카뻘 되는 젊은이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며 다음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익근무요원의 친절로 우울할 뻔 했던 하루가 기분 좋은 하루로 바뀌었다.
며칠 전에는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현금과 카드, 주민등록증 등 귀중품을 몽땅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적도 있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찜질방에 갔는데 자주 이용했던 찜질방이라 카운터에 있는 아가씨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 목욕비와 찜질 복을 외상으로 해주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칠칠치 못한 내 자신에 대해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아직까지 따뜻한 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혹자는 세상이 강퍅하여 살기 힘들고 믿을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특별히 나는 이렇게 이웃사촌 같은 고마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위험을 무릅쓰고 내 가방을 지하 선로 밑에서 꺼내준 공익근무요원이나 찜질방 아가씨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어쩌면 살맛나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조원표/ 부천시 원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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