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두통이 생긴 것은 2004년 여름 쯤이다. 퇴근 후 저녁을 먹던 중 식은 땀이 나면서 머리가 띵해 혈압을 체크해보니 200을 넘었다. 그래서 바로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다. 병원에서는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이튿날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제대로 식사 할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종합병원에 들러 몇 가지 검사를 했다.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 등에서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부터 두통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안 받아 본 검사가 없을 정도다. MRI, CT, PET-CT 등 최첨단 검사도 받았다. 그 때마다 결과는 똑같았다. "이상 무" 였다.
하지만 증세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도중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기도 했다. 어떤때는 지하철 바닥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병원 응급실도 여러 차례 갔다. 유명하다는 의사는 거의 다 찾아다녔다. 그래도 효과를 보지못했다. 한의원도 10여곳 이상 다녔다. 금침도 맞아 봤다. 내 머리와 몸속에는 지금도 금침이 여러 개 남아있다. 엑스레이 검사를 하면 금침이 나온다.
그렇다고 병원에 입원하거나 결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니까 누구도 내가 고통을 받고 있는 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심각했다. 머리가 아프면 다른 곳과 달리 불안감이 증폭된다. 지금까지 MRI 검사만 다섯 차례 이상 받았다. 의사는 만류하지만 내가 불안해 검사를 자청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머리가 아프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사흘을 꼬박 샌 적도 있다.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8배를 했다. 108배도 운동이 되지만 절대 양에서 부족하다. 그 다음 대안으로 등산과 걷기를 시작했다. 거의 주말마다 등산, 평일에는 걷기를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2~3년 전부터 등산은 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 주말에는 두시간 정도 걷는다. 거리로는 13~14km쯤 될 것이다. 집 근처 안양천과 한강이 주요 코스다. 영등포구청을 출발해 목동교-양평교-양화교-염창교-한강합수부-염창교-양화교-양평교-목동교-오목교-신정교-오목교-목동교를 돌아오는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때론 영등포구청-목동교-양평교-양화교-염창교-한강합수부-성산대교-양화대교-당산철교-한강고수부지-국회의사당-파천교를 경유하기도 한다. 두 코스의 거리는 비슷하다. 덤으로 한강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평일은 여의도 회사 근처를 걷는다. 기사를 마감하고 매일 네시 출발한다. 사무실에서 여의도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면 35분~40분 정도 걸린다. 거리는 4km 정도. 지금까지 폭우가 쏟아질 때를 빼곤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이렇게 운동을 한 게 1년 정도 된다. 효과는 만점이다. 최근 받은 종합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머리 아픈 것도 싹 가셨다. 잠도 잘 잔다. 저녁 9시 30분~10시쯤 잔다. 기상 시간은 새벽 2~3시. 하루를 길게 시작하는 셈이다. 그래도 낮에 피곤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몇 년째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나왔는데 씻은 듯이 나았다. 대장 내시경 검사 역시 깨끗했다. 5년 전에는 용종을 1개 떼어 냈었다. 걷기를 열심히 한 이후 무엇보다 변의 색깔이 좋아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혈색이 좋아졌다"고 한다. 밥 맛도 좋다. 소화제 등을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약도 거의 복용하지 않는다. 혈압약만 반알 먹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운동만한 보약이 없다고 본다. 운동은 생활화 해야 한다. 귀찮다고 하루 이틀 빼 먹으면 그 다음 부터 하기 싫어진다. 몸이 찌뿌둥할수록 더 해야 한다. 약간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기분도 상쾌해진다. 불면증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운동을 하자.
글/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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