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매일 치러야 하는 '거사(巨事)'중 하나가 꽉 찬 속을 비우는 일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먹어야 하고, 먹었으면, 소화과정을 거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소화한 음식 찌꺼기를 뱃속에 담아두고 있으면, 십중팔구 고민하면서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어쩌면 배변 활동은 먹을 것을 찾는 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시원한 배변을 못해 치질 등 관련 질병으로 고생하는 현대인이 뜻밖에 많다. 

 

건강보험공단 진료 통계를 보면, 치핵·치열·치루 등 치질 환자는 2007년 74만명에서 2012년 85만명으로 5년 동안 14.9% 늘었다. 치질로 수술받는 사람도 덩달아 늘었다. 역시 건강보험공단의 '2010년 주요수술 통계'에 따르면 1999년 33가지 주요 수술 중 치핵 수술은 25만1천828건으로 백내장 수술(39만8천338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속을 비워낼 수 있을까?

 

원활한 배변 활동을 하려면 지금까지의 배변 자세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속에서 '부글부글' 신호가 올 때 화장실에 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곰곰 떠올려보자. 좌변기가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현대인들은 이른바 '화장실 비즈니스'가 끝날 때까지 좌변기에 똑바로 앉아서 신문을 읽거나, 화장지로 종이접기하고, 혹은 청소가 필요한 구석을 찾아내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벽을 노려보며 한참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기 일쑤다. 배변 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인류 몸에 밴 배변 자세와는 다른 탓이다. 실제로 좌변기 자체를 인류가 사용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18세기 후반기에 접어들어서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비로소 생겼을 뿐이다. 좌변기가 없던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봤다. 그게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가 써온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였다.

 

배변 자세를 고쳤을 때의 놀라운 효과는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브 시키로브(Dov Sikirov)란 이름의 이스라엘 의사가 피험자 28명을 상대로 대변 볼 때의 자세에 따른 효과를 살펴봤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좌변기에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앉거나, 몸을 웅크리고 앉거나, 들판에서처럼 쪼그리고 앉거나 하는 등 3가지 자세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피험자들이 볼일을 보는 동안 시간을 쟀다. 설문조사도 했다. 실험결과, 웅크린 자세 혹은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는 평균 50초가 걸렸다. 설문조사에서도 피험자들은 시원하게 다 비운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에 반해 좌변기에 꼿꼿이 앉은 자세에서는 평균 130초가 걸렸고, 피험자들은 뭔가 남은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왜 그럴까? 인간의 신체가 똑바로 앉거나 서 있는 자세에서는 배변통로가 완전히 열리지 않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앉거나 서 있을 때 대장의 끝을 올가미처럼 묶어 한쪽으로 꺾이도록 잡아당기는 근육이 있어 괄약근이 힘을 덜 써도 대변을 잡아둘 수 있다. 물을 뿌리는 호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을 틀었는데 호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호스를 살펴보니, 꺾인 부분이 있다. 이것을 펴자 물이 쏟아진다. 대장도 마찬가지다. 서 있거나 똑바로 앉아 있을 때 꺾이는 부분에 도착한 대변은 속도를 줄인다. 하지만, 쪼그려 앉으면 대장 통로를 꺾는 근육이 이완되어 배변통로가 직선으로 열리면서 대변은 직선도로를 따라 거침없이 달려갈 수 있다.

 

사람이 실제 볼일을 볼 때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한 연구팀이 피험자들에게 빛이 나는 약(조영제)을 먹이고서 다양한 자세로 대변을 보게 하고 엑스레이로 촬영했다. 그랬더니 쪼그려 앉았을 때는 정말로 배변통로가 직선이 되면서 대변이 한 번에 말끔하게 싹 비워졌다. 오로지 잘못된 배변 자세 때문에 치질이나 변비, 게실염 등이 걸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쪼그려 앉아 대변을 보는 12억명의 인구는 거의 게실염에 걸리지 않고 치질 환자도 적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럼, 좌변기에 앉아서도 쪼그려 앉는 효과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지 않다.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고, 작은 받침대 위에 두 발을 올려놓으면 된다. 참고로 대변을 자주 참으면 정맥류, 뇌졸중, 배변 불능의 위험이 커진다.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

(참고서적 : '매력적인 장(腸) 여행'(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와이즈베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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