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 드는데~♬

 

가수 김수희가 불렀던 <애모> 가사 중 일부다. 사랑하는 사람을 염두에 둔 노래이긴 하지만, ‘그대’라는 말을 ‘무대’로 바꾼다면 무대 공포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 가사가 아닌가 싶다. 무대에 서면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되고, 입에서는 개미(작은)나 염소(떨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발표자를 쳐다보는 청중의 반응도 괜찮을리 없다.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웅성거리기도 한다. 앞에서 질책을 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다. 발표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뒤돌아서면 속상한 마음에 자책하고 눈물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무대 공포증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실패 경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무대라는 상황과 공포라는 정서가 강하게 ‘연합’되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실패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아무런 문제 없이 발표도 잘했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더라도 기본적인 불안수준이 높다면 무대와 공포가 ‘연합’될 수도 있다. ‘연합’은 논리적이고 인지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이고 비논리적이다. 그래서 무대 공포증인 사람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면 잘할 수 있어”, “그 누가 발표를 해도 여기 사람들의 반응은 늘 시큰둥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발표 좀 못하면 어때? 큰일 일어나지 않으니 마음 편안히 해”와 같은 말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만약 이런 말을 들어서 불안이 잠잠해진다면 무대 공포증은 아니다. 그저 발표에 대한 걱정이 좀 있는 편일 뿐.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당사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자신은 괜찮지 않다면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난 정말 문제구나’라고 자책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대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대 공포증이 생기는 원리를 거꾸로 적용하면 된다. 무대 공포증을 비롯해 다른 공포증은 본래 중성자극인 대상(상황)과 공포가 연합되었기 때문에 생긴다. 중성자극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좋고 싫음이 결정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즐거운 경험을 했다면 해당 대상(상황)을 좋아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싫어하게 된다.

 

일례로 밀폐된 공간을 편안하게 경험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심한 불안을 경험할 수도 있다(폐쇄공포증). 높은 곳에 올라가 발밑에 펼쳐진 세상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소공포증). 마찬가지로 무대에 올라가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도 있지만, 비난을 받아서 괴로울 수도 있다(무대 공포증).

 

결국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경험을 통해 공포와 연합된 무대를 편안하게 다시 경험할 필요가 있다. 재경험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무대에 오르면 안 된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계속 무대에 오르면, 무대 공포증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재경험하기 위해 철저한 이완과 깊은 호흡은 필수적이다. 불안과 공포는 몸의 긴장(급한 호흡, 근육 긴장, 빠른 심장박동 등)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트레칭 같은 방법으로 확실하게 근육을 이완시키고, 호흡을 느리고 깊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무대를 다시 경험해야 한다.

 

 

 

 

 

무대를 재경험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처음에는 관객이 아무도 없는 무대에 오르게 한다. 이때 다시 긴장되고 불안해진다면, 이완과 호흡훈련으로 편안함을 되찾는다. 자극에 대한 노출과 반복적인 이완 및 호흡훈련으로 아무도 없는 무대를 편안하게 재경험했다면,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발표해 본다. 또 긴장되고 불안해진다면, 편안해질 때까지 호흡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런 방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마침내 진짜 무대에서도 두려움에 떨었던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게 설 수 있다.

 

무대 공포증인 사람은 자꾸만 무대를 피하려고 한다. 당장 고통 때문에 피하려고만 하면 역설적으로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고통에서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어떤 이들은 ‘무대에 오르는 것만 생각해도 끔찍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다시 무대에 오르게 하라는 것인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직면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직면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가 있으니 주의하고,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도망갈 수 없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맞서자. 그렇게 맞서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공포가 아닌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 / 누다심(심리학 칼럼니스트)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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