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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하는 생활습관이란?







 

      어떤 보건학자들은 세상이 발전한다는 증거를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 즉 건강하게 오래사는 
      수명의 
연장에서 찾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게 최근에는 장수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관련
      연구 결과들  이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장수인의 생활 습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예를들면 장수인은 
이런 음식을 먹었으니 같은 음식을 먹으면 오래 살 것이라고 설명한다.


 
 

식물성 식품을 즐기면 오래산다?


한 예로 한 대학의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내용을 다룬 최근의 언론 기사를 살펴보자.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90살 이상 노인 168명의 식사 및 생활 습관은 주로 두부, 채소, 된장 및 식물성 식품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 또 장수 노인은 9시간이상 충분히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세가지 공통점이 발견 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장수 노인의 식물성 식품 평균 섭취 비율은 87%로 일반인의 약 80%에 비해 높았으며, 특히 된장, 두부 등 콩류 식품은 매주 4.3회 섭취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식탁엔 또 고기, 생선, 달걀 등 동물성 식품도 매주 3.5번꼴로 오르며, 동식물성 식품 섭취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도 적혀 있다. 이 밖에도 장수 노인의 72%는 텃밭을 가꾸는 등 꾸준히 움직였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20%에 그쳤다.


기사 내용을 보면 장수 노인의 삶의 방식을 따르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것 같다. 실제 그 내용이 기존 의학 및 보건학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크게 어긋나는 것 역시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를 보면 적절한 운동, 야채가 많은 식단, 충분한 잠, 적적한 스트레스 해소, 금연, 절주 등이 건강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첫째, 지역적 특성 고려해야


다른나라 장수 노인의 생활습관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번 연구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장수인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세계적인 기록으로는 1997년 8월 122살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의 장 칼망 할머니가 가장 오래 산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 칼망 할머니는 두부, 콩, 된장 등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은 없다.


텃밭을 가꿨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운동, 식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 할머니는 프랑스 방식대로 식사를 했을 것이고 그들 방식대로 살았을 것이다.

다른 나라 장수인들 역시 다들 그들의 방식대로 살았고, 음식이나 기호 생활도 다 달랐을 것이다. 어떤 장수인은 빵과 고기가 주식이라, 이것을 평생 먹고도 건강하게 오래 살았을 지도 모른다. 꼭 우리나라 장수인의 생활 방식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기억에 의존한 조사라는 한계 있어


장수인의 식사, 운동, 수면, 삶의 태도 등의 생활에 대한 조사는 그들의 기억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 보통 의학적인 임상 시험이나 동물실험에서는 음식, 약 등의 효능을 보고자 실험 대상의 다른 조건들을 모두 같게 만들어 놓고 약만 다르게 투여한다.


그래야, 약의 효능 차이를 제대로 검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수인의 대한 연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재현할 수 없는 과거의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받아써서 분석해야 한다.하지만, 90살 이상을 살면서 예전에 또는 최근에 운동은 얼마나 했는지, 두부, 콩 등은 얼마나 먹었는지를 어떻게 제대로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답은 궁색해 진다.

실제 우리나라 장수인들 가운데에는 조사 당시에 치매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그들도 젊었을 때와 나이들때, 즉 살면서 상황에 맞게 음식, 운동 형태들도 모두 달라질 수 있는데 ,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확히 평가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다.



셋째, 정확한 인과관계의 부족


장수인에 대한 연구는 예를 들면, 건강에 매우 위해한 물질이 나오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해한 물질과 질병의 인과 관계를 논한 연구와 비슷한 한계점을 지닌다. 건강에 매우 위해한 중금속 등이 많은 공장에서 현재 일하는 사람은 아주 최근에 공장에 들어 왔거나, 중금속에도 노출돼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왜냐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몸이 아파서 공장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연구 결과는 위해한 물질이 건강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장수인 연구도 이와 같은 한계점을 지닌다. 장수인처럼 살았더 사람들, 즉 콩, 두부를 주로 먹고, 텃밭을 가꾸고, 술, 담배는 잘 안하고, 고기와 야채 등을 적절한 비율로 먹었던 많은 사람도 장수인처럼 오래 살아야 했는데 중간에 많이 사망해 버린 것이다.


공장을 떠난 사람들도 연구 대상에 포함돼야 정확한 인과 관계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삶에서 떠난 사람들도 연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사람들을 어떻게 조사하겠는가? 때문에 이런 생활이 오래 살게 했다는 것은 너무 무리 있는 주장이다.



장수의 원인 증명 제대로 해서 건강한 나라 만들어야


그렇다면, 제대로 장수에 대한 원인을 증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일정 정도 규모의 인구 집단을 정하고 나서 이들이 보이는 삶의 여러 행태를 추적 조사하는 방법이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실험동물이 아니다. 먹으라는 것만 먹고, 자라는 대로만 자는 실험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 자체가 매우 어렵다.

현재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고 이를 피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답은 일주일에 3번씩 한번에 30분 이상의 빠르게 걷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 적절한 양의 야채와 육류 섭취, 식사 거르지 않기, 금연, 절주, 충분한 잠,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 등이다.


다만, 이런 것들은 현대 생활에서 개인이 알아서 다 하기에는 무척 힘든 과제다. 때문에 사회 정책적으로 이런 생활이 가능해 지도록 돕는 구실을 정부 등이 해야 한다. 국민이 건강해야 사회와 나라가 함께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김양중/ 한겨례 의료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