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그마한 병원에 근무하는 병리사입니다.
환자도 많고 검사도 많아서 늘 바쁘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곤 했죠. 정신없이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
그런데 어느 날부터 1004라는 이름이 매일 아침 내게 안부를 묻는 메시시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궁금하기도 하고 내 주위에 매일 아침 내게 보낼만한 사람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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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요. 그게 건강에 좋아요..."
"오늘 아침은 추우니깐 옷을 따뜻하게 입으세여..."
"상쾌한 아침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침에 받는 한통의 문자가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는지 그전엔 몰랐거든요.
얼마 후, 그 문자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장애인 전국체전 기간에 일일 도우미를 했었거든요. 처음에는 반은 강제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 생각이 없었는데 끝나고 나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더라구요.
한 아저씨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36세의 장애인 아저씨였어요.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서 휠체어를 몸 삼아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면 달랐습니다. 게다가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내가 밥 먹는 것까지 챙겨주셨어요.
도시락이 모자라서 밥을 못 먹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얻으러 다니셨나 봐요. 땀이 범벅되어 저한테 도시락을 건네시며 쑥스러우신지 씩 웃으시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뻔했습니다.
몸은 제가 도움되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습니다. 조그만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고 늘 불평만 했던 저에게 그 아저씨의 행동 하나하나는 저에게 감동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저에게 이렇게 감동을 주시네요. 불편한 손가락으로 저에게 문자 한통을 보내려고 남보다 몇 배는 힘드셨을 거예요.
항상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무언가의 탈출구만을 찾아 헤매는 저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지네요. 내일 아침은 제가 문자를 보낼겁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안미현/전라북도 남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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