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아파요" 하며 현관에 들어서는 아들을 보니 이마가 찢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디서 그랬냐며 놀라서 물으니 "앉아 있다 일어나다가 길다란 쇠에 부딪혔어요" 한다.

"그러길래, 엄마가 조심하라고 했지! 빨리 들어와서 소독하고 약 발라" 하며 야단을 쳤다.

그런데, 이 녀석이 며칠 뒤에는 거실에서 굴러가는 구슬을 잡겠다고 뛰다가 푹 엎어졌다. 일어나는데, 얼굴을 보니 코피가 엄청 흐르는 것이다. 코피 덩어리가 뚝뚝 떨어져 코 뼈가 부러진 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엄마가 항상 조심하라고 했잖아. 너는 왜 항상 얼굴만 다치냐?  맨날 코만 다쳐서 코피가 자주 나잖아. 이것 봐, 이렇게 많이 흐르잖아"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코피를 닦아주니 나중에는 머리가 어지럽단다.

그러고나서 이틀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유치원에서 책상 모서리에 눈밑을 부딪혔다면서 왔는데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누가 때린 것도 아니고 제 혼자서 그랬다니 더 속이 상해 이번에는 크게 화를 냈다.

 "진짜, 엄마가 너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이마 찢겨, 코피터져, 멍들어, 아주 골고루 얼굴만 다치는
 구나.
대체 왜 그러니, 왜?"


이마에 흉터가 조금 남고, 시퍼런 멍 자국이 노란색으로 변할 즈음, 이번에는 화장실에서 '악!'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니 아랫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저도 미안한지,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궁금해서 한번 해보다가 그랬어요. 용서해 주세요" 하며 아픈 것보다 엄마한테 혼날 것이 더 두려운지 싹싹 빈다. 아빠 면도기에 베인 것이다.

"휴, 대체 너는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응? 그것도 왜 하필이면 얼굴만 다치냐구? 팔, 다리 같은 데 다치면 흉이져도 덜 보기 싫잖아." 아니, 다쳐도 어떻게 하루가 멀다하고 한꺼번에 다칠 수 있을까 싶어 화도 나고 속이 상해 애한테 소리를 치자 녀석이 또 궁금한지 한마디한다.

"그런데 엄마, 내가 다쳐서 슬퍼야지 왜 맨날 화만 내요?"

"???"


네 말이 옳다마는 엄마가 화내는 게 또 슬픔의 표현이란다. 제 자식이 맨날 다쳐서 피를 철철 흘리는데 어떤 부모가 가슴 아프지 않겠니? 너무 속상하면 화가 나는 법이다. 얼마나 아플지 아니까 더 화가 나는 거야. 네가 엄마 마음을 아니?

그 날 밤, 상처투성이인 얼굴에 약을 발라 주면서 혼자서 꺼이꺼이 울었는데, 그 며칠 뒤 녀석은 또 다시 수두를 앓기 시작해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벌써 이마 한가운데 수두 딱정이 하나를 손으로 떼어 흉터가 남게 생겼으니, 아들아, 네 몸에 난 흉터는 곧바로 엄마 마음에 흉터로 박힌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김은숙/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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