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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봄, 정직한 마음과 붉은 낙조를 만나고 싶다면...



 떠나는 마음은 가벼울수록 좋다. 거창한 계획이 없더라도 일단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서보자. 잔뜩
 움츠렸
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조심조심 따뜻한 봄의 기운이 밀려오는 5월의 문턱. 정성껏 흙을 빚어 나
 만의 그릇을 만
들어 보는 즐거운 도자 문화 체험에 바다 구경까지…. 올봄엔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서해로 출발!

 


함께 떠나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의 등장과 함께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연결하는 서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바야흐로 서해안 시대가 힘찬 포문을 열었고, 서해대교를 건너 서산과 태안으로 이어진 서해는 풍부한 해산물과 천연갯벌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세우며 새로운 주말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해대교에서 송악 IC를 빠져나와 첫발을 내딛는 땅 당진은 38번 국도를 따라 한진 포구와 내도라. 성구마포구, 석문방조제, 장고항, 왜목마을, 대호방조제까지 길게 이어져 아름다운 포구와 함께 방조제와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마음으로 굽는 그릇 '벌수도예'

흙과 불의 절묘한 어우러짐과 함께 도공의 혼이 깃들어져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하는 도자기의 세계. 때문에 예부터 도공들은 정성껏 흙을 주물러 그릇을 만들고 1500도의 뜨거운 가마 속에서 마지막 불의 심판을 받아 세상에 내 놓을 때까지 어느 한 순간도 소홀함이 없었다.

손끝의 기를 모아 오랜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세상에 존재하나는 단 하나의 그릇을 만들어 보는 아주 아주 특별한 시간. '빠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도자 문화 체험은 그래서 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영전황토마을에 자리 잡은 '벌수도예'는 요란하지 않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제 몫의 일을 하는 곳이다.


 "도자기의 매력은 노력하는 만큼 정직하게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요행 없이 정성과 시간에 비례
  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달라서 도자 문화를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잘함과 못
  함을 지적할 수
 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머릿속에 도예에 대한 틀을 만들지 말고 직접 부딪혀 먼저 느껴보라는 것입니다. 만
  져도 보고 깨쳐도 보고 그러는 가운데 도예가 어렵다는 선입견은 사라지고 누구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즐거움에 자
  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거든요.
"


흙장난을 하듯 점토를 주무르고 도자기를 빚는 도예문화체험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는 도예가 양광용씨. 그의 이런 생각은 지난 1993년 고향인 당진에 터를 잡고, 같은 길을 걷는 아내 조천재씨와 함께 2003년 작업실을 만들면서부터 구체화되었다.


백제시대 당진의 옛 이름인 '벌수지현'의 두 글자를 따서 '벌수도예'라는 이름을 정하고 작업실과 가마실, 교육관과 갤러리가 들어선 집을 지으며 그들의 생각을 조금씩 현실화시켜나갔다.


즉 이곳에서만큼은 도예체험이 단순히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형식적인 체험학습활동이 아니라 도예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도예에 대해 자칭 문외한이라고 마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먼저 도자기를 만드는 즐거움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흙을 나누어주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손재주가 없다는 말입니다. 한 달
  에 한 
번 당진시에 사는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로 구성된 20명의 체험 팀이 방문합니다. 첫 시간에 흙
  을 나누어주고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요.


  한 아이가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덩어리 흙을 그대로 가지고 이더군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죠. 그래서 무엇이든 상관없으니까 그냥 흙을 가지고 놀라고 말해줬지요. 지금은 아이들 모두 자신만의 독
  특한 캐릭터와 동
물들을 만들며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평일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의 체험 학습과 소풍장소로 한 달 평균 300여 명이 다녀가는 벌수도예. 부부는 '흙과 함께 놀면서 즐겁게 즐기다가 가세요.'라는 말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자 문화 체험시간을 안내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담는 그릇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낙조

조금 투박하고 어설퍼 보이지만 흙을 주물러 정성껏 솜씨를 발휘하고 나면 이제 노을이 지기 전에 바다로 향해야 한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선 서해의 붉은 낙조. 벌수도예를 뒤로하고 20여 분 정도 달리고 나면 서해에서 유일하게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왜목마을'을 만나게 된다.

해안 지형이 동쪽을 향해 툭 튀어나와 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 동해안의 일출이 화려함으로 주목받는다면 왜목마을 일출은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가라앉는 일몰 또한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며 자연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화폭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난 후, 검게 물든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와 함께 왜목마을의 풍경을 두 눈에 담고 나면 이제 대호방조제를 지나 바닷가 끝에 자리한 도비도 휴양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에선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품에 안고 내려와 해안선을 타고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밤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따뜻한 해수(38℃)에 몸을 담가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고자 해수탕으로 향하는 길,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무리의 철새가 가로등 위로 유유히 날아간다.

 

글_ 이경미 자유기고가/ 사진_ 이승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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